기고자
2015년 7월 11일 ~ 2015년 8월 2일
본래 싱크대(개수대)란 부엌에서 물을 받거나 흘려보내며 그릇이나 음식물을 닦고 씻을 수 있도록 한 받침대이다. 지금 우리 앞에 서있는 이 엉뚱한 오브제는 수도 구멍까지 뚫려 있는 분명히 싱크대를 닮은 어떤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스스로 서있을 수도, 그릇을 닦고 씻기는커녕 물을 받을 수조차 없다. 오히려 묘비에 가까운, 불완전하고 무기력한 덩어리로 존재하고 있다.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박승혁 작가는 설거지라는 노동의 지점에 있어 기계적인 반복 속에서 찾아오는 정신이 고양되는 순간에 집중했다. 육체의 안정된 기계적인 움직임 뒤로, 그의 정신은 생각에 생각이 끝없이 꼬리를 물고 늘어진 고요한 명상의 순간 속으로 침잠했다. 이 정신적 고양 속에서 그는 자신의 위치를 계속 되새겼다. 작가는 일상 속에서 보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덜어내고, 또 덜어낸 만큼 본인이 필요로 하는 부분으로 확장시켜나갔다. 작가 본인에게 있어 생활영역의 축소판이기도 한 이 싱크대에서 그는 싱크대의 옆면을 제거하고, 물받이 부분은 길게 연장시켰다. 이는 효율성과 시간을 쫓는 작가 본인의 삶의 태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그러나 이 수채 구멍조차 없이 길게 늘어진 물받이는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려면 원래 부업이었어야 할 것이 전업으로 전복되어야만 했다. 이에 그는 효율성을 기반으로 자신의 삶을 관리하고, 필요 없는 부분들을 계속해서 제거해가며 살아올 수밖에 없었다. 효율성과 노동, 그리고 시간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현대의 노동 시장에서 효율성을 따르는 것은 시간을 통제하고자 하는 갈망에서 비롯된다. 이 때 생산성 위주로 재편성된 시간 개념에서 시간의 흐름은 이제 시계 바늘로 인지되는 무엇이 아니라, 노동 지배적인 삶으로 연장되어 인간의 행위와 경험을 재구성하고 지배한다.* 그리고 이 반질반질한 광택이 도는 스테인레스 스틸 상판 위로 흘러내리는 물방울처럼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시간들이 미끄러져 내린다.
* Jonathan Crary, 24/7: Late Capitalism and Ends of Sleep (Verso, 2014)
글: 임다운
출처 - 기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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