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림갤러리
2015년 9월 7일 ~ 2015년 9월 13일
나는 너무 많은 물건들을 소유하면서 산다. 책과 문구류, 미술품과 함께 온갖 사물들이 연구실에 가득하다. 이작고 남루한 몸 하나가 이토록 많은 물건을 탐닉하면서 산다는 게 죄악 같고 치욕스럽다. 그러면서도 소비자본주의에 깊숙이 중독된 나는 지금도 매일 무엇인가를 사들인다. 엄청난 물건들로 가득 찬 내 연구실은 지칠 줄 모르는 소유욕과 경박한 탐미관, 유한한 물건들의 과시와 충족으로 만족을 삼는 가벼운 인간임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어느 날부터 비좁은 연구실공간이 나라는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버리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러던 차에 스님들이 수행하는 선방 사진을 보았다. 선방이란 부처가 깨달은 자리를 순수하게 지키고 닦는 수선장修禪場을 일컫는다. 공부하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용맹정진하는 방인데 그 방이 이토록 단출하고 허정虛靜하다. 박연희는 그 선방을 흑백사진으로 담았고 무념처란 제목을 달았다. 작가는 말하기를 세속에서의 군더더기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찾아가는 실천, 그수행을 하는 수행자의 공간 처소를 담고 싶었다고 한다. 자기 참모습에서 살자는 것이 바로 선禪수행이다. 선이란 자신을 끝없이 향상시키는 일이고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기다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것이 결국 수행이고 그 수행은 나라고 부르는 나를 버려야만 비로소 보이는 나를 찾는 일이다.
스님들은 화두 하나를 들고 간결하기 그지없는 방에서 묵언, 참선에 든다. 콩기름을 먹인 장판, 창호문, 방석과 이부자리, 그리고 수건이 걸린 이 적조한 방안의 풍경은 선기로 자욱하다. 불가에서는 고요에 잠기는 공부나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에 그렇다. 따라서 최상의 실내장식은 오직 간결함, 무소유에 있다. 꾸밀수록 사람은 왜소해지고 허해지며, 꾸밈없는 방이야말로 존재를 온전하게 하고 도드라지게 한다. 수행하는 이의 선방은 결국 그의 내면풍경이다.
수행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적멸락 寂滅樂, 그러니까 영원한 행복을 성취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스님들은 적조한 방에서 적게 먹고 공부하다 죽고자 했다. 수행자의 생명인 화두 하나를 들고 자신이 있는 그 자리, 그 시간에 몰입하여 정사찰 正思察에 빠져들고자 한 것이다. 나 역시 무서운 소유욕을 끊어내고 저런 방을 내 내면에 들이고 싶다. / 박영택(경기대 교수,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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