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크갤러리
2015년 11월 26일 ~ 2015년 12월 19일
1 / 3
박원주의 검은 액자작업에 비치는 모습을 보며 어릴 적 읽었던 동화의 신비한 거울을 떠올린다. 거울은 앞면으로 보는 이의 모습을 비춰 보이게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춰져 보이지 않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듯하다. 표영실의 떨리는 듯 섬세하게 그려진 “인적 없는 얼굴”을 보면서 텅 비어있는 얼굴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오래도록 사람이 오지 않는 빈 마당 같은 느낌은 무엇인지, 한참을 바라보며 그림과의 대화를 시작해 본다.
깨어진 유리를 모아놓은 통에 햇빛이 비쳐 눈부시게 반사되는 빛을 보면서 박원주는 하잘것없는 것이 가진 힘을 느꼈다. 한참을 고민하던 작가는 버려진 유리 조각들을 이어 붙여 입체적이고 새로운 액자를 만들게 된다. 깨질까 조심조심 작업할 때와는 달리 쓸모 없던 작은 단위의 유리조각들은 이어 붙임으로써 더 강해져 ‘약함의 힘’을 보여준다. 작가는 재료에 대한 자유로움을 느끼며 유리 조각들을 하나하나 에둘러 가며 작은 액자를 만들어 붙여 나간다. 두 개, 세 개의 부분들이 모여 한 몸체를 이루는 액자는 본연의 역할인 유리 안에 작품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어 벽에 걸린다. 구부러진 모양으로 붙여진 액자는 구석진 모서리를 찾아 걸리기도 한다. 울퉁불퉁한 유리를 따라 짜여진 액자의 안쪽, 뒤 판은 나무 조각들이 조각조각 모여 유리와 같은 굴곡을 이루며 액자를 완성시킨다. 우리의 지나온 삶을 연상시키는 조각난 액자 안에서 작가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으려 노력해 보지만 구겨진 듯한 유리는 보는 이의 시선을 가려버린다. 그 안에 숨겨진 사적인 이야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작가는 매체, 기법, 개념에서 벗어나 작업실에서 재료와 대화를 나누며 한 단계 한 단계 자신의 세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표영실은 우리 신체의 일부분을 희미하게 또는 강렬하면서도 예민한 색조로 그린다.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신체는 어떨 때는 가녀리게 어떨 때는 정신이 번쩍 나게 보는 이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작가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밀한 심정을 나름의 형상으로 그려내어 감정을 드러내고, 마음에 숨구멍을 열어 놓아 보는 이와 서로 소통하고자 한다. “구멍”이란 제목을 가진 그림은 비어있는 커다란 구멍이 얼굴을 대신한다. 비어있는 구멍인지 꽉 채워진 구멍인지 모호한,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멍 속으로 짧지만은 않은 작가의 삶이 녹아드는 듯하다. 지나온 삶의 무게가 버겁고 많이 무거웠으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견디어 낼 수 있는 그 상태의 무게로 세밀하게 그려진 그림은 비슷한 혹은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닌 이들에게 치유의 손길을 내민다.
두 작가의 작업은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내재된 감성은 가려져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아야만 비로소 조금씩 자신을 드러낸다. 무심히 쌓아 올린 겹들은 그들의 지나온 날들을 보여준다. 일그러진 유리를 통해, 세밀한 붓질을 통해 그들은 자신의 내면을 은근히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조정란, Director, nook gallery

박원주_Smoothing: No. 0615_slumped glass. wood_45x48x12cm_2015

박원주_Smoothing: Diptych No. 0315_slumped glass. wood_36x32x24cm_2015

표영실_구멍_oil on canvas_145x112cm_2015

표영실_낮은 곳_oil on canvas_91x117cm_2015
출처 - 누크갤러리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1:00 - 18:00
수요일 11:00 - 18:00
목요일 11:00 - 18:00
금요일 11:00 - 18:00
토요일 11:00 - 18:00
일요일 휴관
휴관: 일요일, 월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