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채굴단
2016년 12월 27일 ~ 2017년 1월 8일
내 사주를 보니 바위가 겹겹이 쌓인 바위산이란다.
물과 흙이 하나도 없어서 기름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래서 웬만해서는 움직이지 않는 바위산
쉼표말랑에서 같이 일하는 미솔씨가 말했다.
“은정씨가 물과 흙이 없어서 식물을 곁에 두고 그리고 싶어 하나봐요?”
고가도로 너머 바람에 흔들리는 거대한 가로수
큰 창문 가득히 넘쳐들어 오는 모란꽃과 감나무 잎들
노란 골목길 사이로 마주친 향내 나는 모과나무
내게 남긴 인상이 깊어 어떻게든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던 것이
다 이런 것과 연결된 것인가 싶다.
인상이 깊어 그리고 싶었던 것의 시작으로
언제나 일 끝나고 늦은 오후에 가 본 문래도시텃밭을 그렸다.
이곳은
언제나 물주는 텃밭 회원이 있으며,
출근하는 날마다 물주는 전국활물콜센터의 직원이 있다.
널브러진 담배꽁초가 말해주듯 옥상텃밭에서 쉬는 이들이 많다.
왜 여기서 물을 주고 쉬고 싶지 않겠는가?
고층 빌딩 사이로 비행기 내려오는 것을 볼 수 있고 해지는 하늘을 볼 수 있다.
딜․ 바질․ 민트 등 허브는 여리게 시작해서 곳곳에서 뿌리 깊게 왕성해지고,
봄에는 흰 꽃이 가을에는 연보라색 방아꽃이 흐드러지며,
언제나 옥상 사방에서 황금색을 발하는 메리골드는 텃밭의 역사와 함께한다.
질긴 자줏빛 시소는 명암을 장식하고 토마토는 나무 같으며 빈틈없이 자라는 고구마와 당귀,
주렁주렁 열리는 고추와 가지, 언제까지 꼬여가나 싶을 덩굴을 보면 화분에서 뭐 이렇게까지 자라나 싶을 정도다.
구석구석 뿌리 내리며 뿜어내는 텃밭 식물 생명력의 인상 깊음에 찾아오는 이들은 반응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처 : 문래예술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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