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일리
2025년 10월 17일 ~ 2025년 11월 2일
조침문(弔針文)은 죽은 바늘을 애도하는 글이다. 여성들의 손끝에 묻어난 감정과 언어의 조각은 바늘을 빌려 한지 위를 누볐다. 그 조용한 기록이 시가 되고, 고통이 가사로 피어났다.”
박지은 작가의 개인전 《루시의 조침문》은 조선 후기 여성들의 은유적 글쓰기, 규방가사 중 조침문을 현대 시각예술의 감각으로 다시 짚는다. ‘조침문’은 유씨부인(劉氏夫人)이 일상의 사소한 단면 속에서 바늘을 잃은 슬픔마저 기록했던, 감각의 문학이자 수공의 기록이다. 이 전시는 그 감각의 계보를 따라 오늘날 여성 작가가 병원과 가정이라는 현실 구조 안에서, 몸과 도구, 감정의 경계를 어떻게 꿰매는지를 주목한다.
박지은은 오랜 시간 의료 환경과 긴밀히 접촉하며 자라왔다. 가족 대부분은 남성 의사들이며, 작가는 이 구조를 비판하거나 탈주하기보다는 조용히 응시하고 탐색한다. 그녀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언어를 길어 올린다. 혀를 누르는 스테인리스 도구, 압박 붕대, 실, 해부도 같은 의료적·기능적 기구들을 차용해 감정과 기억, 침묵과 언어를 시각적으로 재배열한다. 이 과정에서 그녀의 작업은 무력한 저항이 아니라 감각적 조율이며, 섬세한 재전유의 전략이 된다.
이러한 행위는 그저, 의료기기를 예술로 치환하는 상징적 차용이 아니다. 의료적 질서와 감각 사이에 놓인 간극을 인식하고, 그 틈을 여성의 손과 눈으로 다시 써 내려간다. 마치 규방가사에서 여성들이 바늘을 문장으로 전환해 침묵을 말로 꿰맸듯, 박지은은 자신의 ‘재봉하는 언어’를 통해 오늘날의 조침문을 시각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온다.
이번 전시에서 박지은의 초기 작업에서 발견되던 해부학적 오브제와 언어 조각들은 점차 텍스트화되며, 다시 재봉틀과 붕대 위로 올라와 감각의 진동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전개라기보다, 언어 이전의 감정 혹은 언어 너머의 신체를 포착하려는 지속적 의지의 연장이다.
박지은의 ‘조침문’은 억압받는 여성의 제문은 아니며, 손바늘에서 재봉틀로의 전환 또한 단순히 도구의 진화로 보기보다, 여성의 감각적 노동이 수공의 영역에서 기계화된 매체로 이행하며 새로운 감정의 기록 방식을 형성하는 과정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그녀의 작업은 바느질이 지녔던 감정의 매개자 역할을 재봉틀이라는 기계적 장치를 통해 확장하며, 여성적 서사의 지속성과 단절, 그리고 기술과 감각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박지은은 자신이 감각하며 살아온 환경 속에서 오늘의 정체성과 감정의 결을 꿰매는 글쓰기를 시도한다. 의료적 기호들을 여성의 언어로 다시 엮고, 재봉틀의 리듬을 따라 감정의 단층을 정성껏 꿰매는 그녀의 작업은, 그 자체로 오늘날의 조침문이다. / 황수경
참여작가: 박지은
기획: 황수경
코디네이터: 박상은
전시운영: 김해찬
주최주관: 공간:일리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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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휴관
수요일 12:00 - 19:00
목요일 12:00 - 19:00
금요일 12:00 - 19:00
토요일 12:00 - 19:00
일요일 12:00 - 19:00
휴관: 월요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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