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독립
2023년 5월 31일 ~ 2023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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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과 저항이 동시에 수행된 현장
‘반영’과 ‘저항’은 어떠한 상황과 마주하였을 때 취할 수 있는 두 가지의 행위이거나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공간을 대상으로 한 반영은 공간의 영향을 받았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며, 공간의 일부가 되거나 혹은 하나가 되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반면 저항은 공간의 성향과 압박을 밀어내고 반항하기에 자주적이며 독립적인 성향에 가깝다. 상반되는 두 단어는 각각 임도와 홍지혜가 전시장이라는 특수성과 마주했을 때 수행할 수 있는 태도이면서 시각적으로 접근하는 형식으로도 적용된다. 《반영과 저항 사이》는 두 작가의 작업이 공간독립에 침투되거나 혹은 구축이 이루어지는 시도로 선보인다.
반영으로서의 시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한 것을 참고해서 다시 말하는 경우를 반영이라고 하며, 이는 복제된 개념이 아닌 새로운 해석의 영역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상대가 말한 지식이나 상황을 들었다 하더라도 동일한 행동을 취하는 것과 지식과 상황을 바탕으로 낯선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로도 구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도는 공간독립이라는 현장을 제공받아 해당 장소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성인 집이라는 성향을 최대한 반영하였고, 그중 문틀과 천장의 기둥, 마당 바닥면을 새로운 수행 목표로 삼았다. 문틀에서는 수차례 가위질로 이루어진 하얀 실들로 뭉쳐진 벽돌이 모여 벽을 구축하였고, 그 뒤로 벽을 만드는데 사용된 잘린 실들이 모여진 더미가 벽을 받쳐주고 있다. 안쪽에는 마찬가지로 실들로 뭉쳐진 벽돌로 만든 작은 건축물이 자리 잡았고, 내부를 보면 무언가가 놓인 자국을 통해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힌트에 대한 답은 뒤돌아 위를 바라보면 발견할 수 있다. 천장을 바라보면 공간을 지탱해 주고 있는 여러 기둥 중 뜨개질로 이루어진 하얀 천으로 감싸져 있는 기둥을 확인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마당의 바닥면에 놓인 벽돌들 중 한 부분을 벽돌 대신 잘린 실들로 채워져 있다. 임도는 단순하지만 바느질과 가위질이라는 반복적인 노동은 면을 채우거나 구축하기 위한 명분으로 이어졌고, 이번 전시에서 전시장과 작가의 간극을 좁히는 시도로 적용되었다. 이는 작가가 만들어낸 기호를 통해 전시장과의 새로운 관계 형성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저항으로서의 시도
우리가 받아들이는 사실 혹은 상황을 부정하는 것도 저항이라고 볼 수 있지만 홍지혜에게 있어서 저항은 밀어내거나 당기는 행위로도 여겨진다. 홍지혜의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인 ‘이항대립의 사이’는 전시장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만들어주며, 이는 곧 공간독립의 구조를 역이용하는 실험으로 이어진다.
흰 벽면과는 상반되는 검정색으로 이루어진 재료를 오브제로 삼았으며, 전시장 내부와 외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전시장으로 들어오는 골목길에는 투명하면서도 은은한 검정색 천과 마주하게 된다. 반대편이 보일 정도로 투명하기에 무심코 지나갔다간 사소한 불편함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소한 불편함은 전시장으로 들어오면서도 이어지게 된다. 입구 바닥에는 검정색 스펀지로 채워져 있어 관람객들이 불가피하게 밟고 지나올 수밖에 없으며, 천장에는 스펀지들이 위태로운 상태로 벽면을 양방향으로 밀어내고 있다. 내부로 들어오게 되면 3개의 검정색 고무줄이 각기 다른 높이로 양 벽면을 끌어당기고 있는데 하필이면 낮은 위치에 고무줄이 있어 지나가기 위해선 발을 들고 불편하게 지나가야 하며, 복도 바닥에도 검정색 작은 큐브가 패턴을 이루고 있어 조심스럽게 지나가야 될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이렇듯 홍지혜는 전시장에서 가지는 기본적인 역할들을 다른 시각으로 풀어내어 전시장과 작가 사이에서 형성되는 대립을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마당에서는 검정색 스펀지와 벽돌들로 구축된 벽이 자리 잡고 있는데 스펀지가 벽돌에 흡수된 건지 아니면 벽돌이 스펀지에 스며든 건지 알 수 없다. 결국에는 작가가 만들어낸 공간과 반대되는 이질성이 만들어낸 영역 속의 한 부분에 해당된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임도와 홍지혜의 작품들이 영역을 구분 짓지 않고, 공간의 특성에 따라 자유분방하게 배치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작가의 작품은 상반되는 색상을 사용하고 있지만 한 공간에서의 공존을 이루면서도 반영과 저항 사이에 위치한 관람객과의 불편하면서도 보완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공간독립에서 만들어진 낯선 수행 목표는 두 작가뿐만 아니라 관람객과 함께 도달해야 할 중간지점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참여: 임도, 홍지혜
글: 신명준
출처: 공간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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