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2016년 6월 17일 ~ 2016년 7월 1일
urban tree, drawing 100x79cm, 2014

쏟아지는 외부
앙상한 나뭇가지에 새싹이 돋기 시작하면 그 여린 빛이 고개를 홀린다. 엽록소를 머금은 잎은 얼마나 푸른지, 온갖 오묘한 빛이 감도는 초록. 녹음은 서로에게 포개진 성숙한 잎사귀 사이의 그림자에서도 어른거린다. 자연은 도처에 있다. 물론 이 번잡한 인공의 성채에도. 다만 도시는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이미 능가했거나 빈틈없이 제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배성희가 포착한 풍경은 프로그래밍된 세계에서 비롯된다. 그는 아파트 광고에 등장하는 뿌리 없는 나무의 형상이 자연이라기보다 도시의 건축적 유닛이라고 이해하는 듯하다. 후박나무, 종려나무, 벚나무니 하는 이름을 잃은 나무는 품종과 기능과 크기에 따라 분류되어 복제되고 설치되며 통제된다. 이렇게 건물과 나무는 공평하게 어우러지며 키치적 삶을 디자인하는 거대한 구조를 이룬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배성희는 조감도 시점을 거두고 나무 아래로 들어간다. 그러나 결코 빛과 그림자의 온도가 피부 속으로 전해지는 나무 그림자의 내부에 머물지 않는다. 그보다 앙상한 가지와 전선줄, 그 너머의 건물이 얽히며 빚어내는 기괴한 스카이라인에 사로잡힌다. 무채색의 무늬만이, 닿을 수 없이 고립된 바깥만이 끝없이 쏟아진다. / 김정현, 미술사
포스터 디자인: 골든트리

jungle, drawing, 91.5x144cm, 2015

urban tree, drawing 100x79cm, 2014
출처 -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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