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한옥
2015년 8월 24일 ~ 2015년 9월 2일
Pixel-essay, 36X105cm, Acrylic on Acryl Glass, 2015
배인숙 작품은 먼저 추상적이다. 다시 말하자면 여기엔 우리가 아, 이건 그거지 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어떤 구상적 이미지를 찾아 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런 이미지를 없애버림으로써, 이미지의 시녀역할을 해온 매체로서의 '캔버스'와 색채를 적나라하게 노출시켜, 보는 우리로 하여금 그 속성을 좀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여기 배인숙의 '캔버스'는 섬유가 아니라 하나씩 색을 입힌 길고 가느다란 플라스틱 조각들의 집합체다). 우린 이런 추상의 세계가 절실하다. 왜냐하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온갖 현실적 이미지 세계로부터 잠시나마 이탈하여 숨을 돌릴 수 있는 휴식을 주기 때문이다.
배인숙의 작품에 다시 눈을 돌려 보자. 보고 있는 동안 우리는 이미지의 세계에서 해방된다.
그런데 여기 '캔버스'와 색채 이외에 뭔가 다른 것이 또 있다. 즉, LED에 의한 전기장발광이다. 하얀 점 같은 빛이 '캔버스'에서 수평으로 움직인다. 마치 숨을 들어 마시고 뱉듯이. 천천히, 그리고 고르게. 이 놀라운 발상은 완전 다른 게임으로 작품을 확 바꿔버린다. 이 앞에 선 우리는 이제 다른 세계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니까 우린 시간을 다르게 경험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이 움직이고 있는 빛을 응시하면서.
허나 이 시간의 경험은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성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실시간이란 실제 그 과정과 흐름에서 생길 수 있는 우발적 사건이 철저히 배제된 그것이다. LED의 반도체에 의해 엄격히 제어된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이 시간의 경험은 프로그램화된 경험이라는 것이다--디지털에 의해서. 배인숙 작품이 주는 신선한 충격과 중요성은 바로 이걸 경험하는데 있다. 이 앞에 선 우리는 어떤 거대 장치의 운행의 일부가 된 느낌을 받는다. 우리가 창조한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의해 우리 삶의 질과 방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과연 당신은 얼마나 이 의미를 헤아리고 있는지, 묻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이 LED 빛은 방을 밝히는 빛이 아니다. 검지 손가락이 무엇을 가리키듯 인디케이터 일뿐이다. 무엇을 가리키는지에 대해선 작가는 침묵한다. 그건 감상자에게 달린 일이다.
따라서 배인숙 작품의 의미를 작품평면에서만 찾으려 하면 안 된다. 이것이 지시하는 다른 가능성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 가능성을 생각하다가 문득 어떤 몸을 상상해 보았다. 인위적인 몸이지만 정작 만질 수 있는 몸은 아니고, 마치 디지털 코드로 축소, 대표될 수 있는 어떤 그것. 배인숙의 작품도 사실 어떤 입체를 구성하는 내적 구조가 결여되어 있다. 대신 각 구성개체가 블랙박스 안에서 연속적으로(sequentially) 나열되어 있는 마치 디지털적인 부호 체계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내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싶은 것은 이 디지털적인 몸이 요구하는 리듬과 우리 몸이 요구하는 리듬이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는 점이다. 후자의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과연 우리 몸의 요구를 따라갈 수 있을까. 그런 자유가 우리에게 있는 걸까./홍진휘

Pixel-essay,105X96cm Acrylic on Acryl Glass, 2015

INTO SPACE- Being 45X45cm Acrylic on Acryl Glass Control LED 2014

INTO SPACE- Being-2 68X68cm Acrylic on Acryl Glass Control LED 2013

INTO SPACE- Being 70X70cm Acrylic on Acryl Glass Control LED 2014
출처 - 갤러리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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