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봄
2019년 11월 22일 ~ 2019년 12월 13일
1671년, 프랑스 천문학자 장 리세(Jean Richer, 1630-1696)는 루이 14세의 명령으로 북위 5°에 위치한 어느 섬에서 천체를 관측한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진자 시계가 파리에서보다 느리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지구가 완벽한 구(sphere)가 아니라 회전하는 타원체(spheroid)라 생각하게 됐다.
실재가, 현실이, 그것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보다 연약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불안정 대기 Unstable Atmosphere》는 이러한 상황을 ‘부유’라는 상태와 접목해 다룬다. 배는 강을 부유한다. 비행기는 어딘가 일렁이고 있다는 느낌의 좌표화된 지구를 부유한다. 대기는 표준을 따라 수치화된 데이터의 흐름이 되어 지도를 부유한다. 지도를 그래픽으로 표현하기 위해 인공위성은 허공을 부유하고 지표면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멀리서 볼 때 지구도 우주를 부유한다. 지구가 방주라면 이 배에 탑승한 인류는 무엇을 태우거나 태우지 않을 것인지 결정하는 선장이다. 그러나 문명이란 종종 심각한 통제불능과 맞닥뜨리기 마련이다. 기후 변화, 전쟁, 재난 같은 것들. 종교나 과학이 등장할 차례다. 방주 위에서 우리는 문명을 부유한다.
《불안정 대기》는 스크린 속에서 ‘창백한 푸른 점’을 파내고 미세먼지의 농도, 바람이나 대류의 속력, 방향을 보여주는 리얼-타임 이미지들을 늘어 놓는다. 이들은 지구의 상태를 약속하는 일종의 뉘앙스이면서(따라서 포획되거나 통제되지 못한 채) 다만 무언가를 불길하게 예감하게 한다. 어떤 점에서 이것은 엄습하는 불능감에 짓눌려 헤이트 스피치 현장으로 모여든 군중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불투명한 수증기 속에 갇혀, 비행기는 대륙이나 대양을 지나는 몇 가지 그래픽을 표현함으로써 우리가 지상에서 일시적으로 소거되었다는 불능감을 해소한다. 좌석 등받이에 매립된 스크린 혹은 스크린 속의 데이터는 마치 현실과의 유일한 링크처럼 간주된다. 그러나 우리는 끝내 구름과 맞닿지는 못한다.
1738년, 논쟁 끝에 장 리세의 가설은 과학으로 공인되었다.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속도의 회전이 중력과 원심력을 발생시키고, 때문에 지구는 적도가 약간 부풀어 오른 모습으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우주가 생겨난 이래 지구는 한 번도 구였던 적이 없을 테지만, 누군가 지구를 그려 보자고 제안한다면 대체로 우리는 동그란 원을 그림으로써 그에 응답할 것이다. 지구는 회전하는 타원체고 그 사실은 현대의 과학자들에게 꽤 중요한 것 같다. 당신에게도 그런가? / 윤율리 라이팅 코퍼레이션
후원: 서울문화재단
출처: 아카이브봄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2:00 - 20:00
수요일 12:00 - 20:00
목요일 12:00 - 20:00
금요일 12:00 - 20:00
토요일 12:00 - 20:00
일요일 12:00 - 20:00
휴관: 월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