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미술관
2018년 6월 7일 ~ 2018년 7월 7일
(c)배헤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런데 가만, 생각에도 몸통과 꼬리가 있던가?
배헤윰은 회화로 사유한다. 회화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거나 ‘~로써’와 같은 수단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추상적인 사고의 과정을 시각화하여 화폭에 담아내기도 하지만, 그가 그리는 그림은 저마다 하나, 둘, 꼬리를 물고 이어져 진화하고 발전하며 또 다른 사유를 촉발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자체로 ‘생각하기’의 한 양식이다.
형태가 없는 생각에 몸을 주고 색을 입히고자 작가가 이번 전시에 빌어온 소재는 흔히 볼 수 있는 색종이다. 납작하고 얇은 종이를 찢어도 보고, 무대도 세운다. 평면으로 입체를 조형하는 과정을 작가는 다시 한번 머릿속에서 그려내고 조립하여, 자신의 상상을 캔버스 위로 옮겨낸다. 생각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그림에 담았을 뿐, 실제로 그런 종이의 구조가 존재하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우리에게는 무한한 생각의 가지가 뻗어 나갈 수 있는데. 이런 그의 작업은 생각의 전개와 동시에 회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광고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인스턴트 이미지가 앞서고, 생각하기에 점점 게을러지는 이 시대에도 회화가 사고를 구축할 수 있을까, 관념을 구현하고 형상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나름의 제안이다. 진지한 고민인데, 알록달록한 색면에 눈이 먼저 즐겁다. 이건 어떤 구조일까 하고 들여다보다가 붓 터치와 색감에 빠져들고, 어떻게 그렸나 하고 보다가 생각의 줄기가 엉뚱한 곳으로 흐른다. 평면회화가 지닌 물성과 사유의 추상성 사이를 뱅그르르 휘감아 돌며, ‘꼬리를 삼키는 뱀’은 다시금 우리에게 회화가 주는 즐거움을 탐험하게 한다. / 김소라 (OCI미술관 선임큐레이터)
출처 :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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