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프로젝트 서울
2026년 7월 21일 ~ 2026년 8월 1일
‘난류(Turbulence)’는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요동치는 유체의 흐름이다. 이는 고정된 상태로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의 속성이자, 언어와 인지의 통제를 벗어난 무의식의 영역과 닮아있다. 이번 전시《Turbulence》는 신체 내부의 유기적 구조를 탐색하며 존재의 본질을 추적해 온 배휘나, 변채영의 회화적 실험을 선보인다.
두 작가는 신체의 피부와 살점, 그리고 내부 표피 아래 감춰진 유기적 단면들을 캔버스 위에 가시화한다. 이들의 작업에서 신체는 고정된 해부학적 대상이 아니라, 지속해서 분열하고 순환하며 변화하는 유동적인 존재이다. 이러한 유동적 형상은 고정된 질서나 인지적 규칙으로 환원되지 않는 신체의 생명성을 드러내며, 관람자와의 감각적 대화를 이끄는 매개체가 된다.
배휘나의 작업은 뼈라는 원칙적인 세계와 살이라는 원시적인 힘의 대비를 통해 타자와의 소통 방식을 탐색한다. 작가에게 신체 내부의 조직들은 언어나 규범으로는 온전히 포착되지 않는 내밀한 교감과 정서적 상호작용의 매개체다. 캔버스의 유기적인 화면은 생명체 내부의 살이며, 명명할 수 없는 구조와 조직은 끊임없이 변형되고 뒤엉킨다. 이처럼 유동하는 형상은 생명 내부의 움직임과 변화의 리듬을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이 타자와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연결의 가능성을 시각화한다. 이는 동시대 사회의 정서적 소통이 지닌 불완전성과 괴리를 반영하면서도, 소통의 본질이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감정의 교류와 상호작용, 그리고 서로 다른 존재와의 공감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변채영의 작업은 기억의 휘발성과 신체에 잔류하는 보이지 않는 흔적의 상호작용을 탐색한다. 이는 질병으로 인해 인지적 기억이 유실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내면의 불순물을 꺼내고자 무의식적인 드로잉과 긁어내기, 그리고 다시 레이어를 쌓아 올리기를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그림은 축적되어 시간성을 내포하고, 나아가 가시화된 흔적들을 통해 파편화된 기억의 궤적을 메우며 자신의 실존적 내면을 복원하는 수행적 과정이 된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신체 내부를 탐색해 온 두 작가의 조형적 실험은 결국 타자와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수렴된다. 타자와의 소통은 언어와 이성적 질서만으로는 완결될 수 없다. 두 작가는 신체 내부의 유기적 구조에 대한 탐색과 반복적인 회화적 행위를 통해 언어 이전의 감각과 존재의 흔적을 가시화하며, 타자와 관계를 맺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한다.
《Turbulence》는 이러한 생성과 변화의 상태를 은유한다. 예측할 수 없는 난류처럼 인간의 감정과 기억, 신체의 내부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뒤섞이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두 작가의 회화는 질서와 규범으로 환원될 수 없는 생명의 유동성을 드러내며, 존재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확장하고 타자와의 근원적인 교감 가능성을 환기한다.
글 변채영
참여작가: 배휘나 변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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