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2020년 11월 17일 ~ 2020년 11월 29일
수시로 끊기는 맥락은 어떠한 흐름이라기보다는 토막 나 그 의미를 잃어버린 문장 같았다. 어떠한 의미를 가진 단어들을 연결시켜줄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사라던가, 혹은 의미의 핵심에 다가가는 길을 안내해줄 상징과 은유의 낱말들을 잃어버리기도 하였고, 때로는 잘못 찍힌 쉼표와 사라져버린 마침표를 잃어버린 문장 같았다.
나는 맥락을 가질 수 없었다. 어떠한 불명확한 시작이 스스로 마련한 일종의 사유라는 과정을 거쳐서 다른 층위의 결과물들로 결론지어지는 흐름을 가질 수 없었다. 맥락은 수시로 끊어졌다. 때와 장소 혹은 감정의 상태와 크게 상관없이 나는 성급하게 중단해야 했다. 미쳐 결론짓지 못한 상태로의 중단.
폭우로 불어난 강물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붙잡은 몇몇 단어들과 안간힘을 다해 끄집어낸 형상들을 나열하고 이어 붙여 보았으나 불어난 강물의 모래알처럼 흩어져 버렸다.
맥락을 가질 수 있었던 어쩌면 유일한 한 가지는 생계를 위한 노동의 과정이었다. 그것은 꽤나 리드미컬하면서도 규칙적인 흐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리듬은 나의 통제와 전혀 상관없이 나를 지배하였다. 나의 감정 상태는 물론이고 원하는 때와 장소를 초월하여 나의 어깨와 무릎, 손목과 손가락 관절을 움직이게 하였다. 그 리듬의 시작과 끝을 지배하는 건 나의 몸이 아니다. 관절이 느끼는 압력과 온도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도 노동의 맥락이 마무리 된 후의 일이었다.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야 나의 뼈와 관절과 근육이 온전히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곤 했다.
나의 뇌는 칼에 베인 손가락의 상처 사이로 피와 함께 섞여 나오거나 뜨거운 오븐에 덴 손목위로 물집과 함께 부풀어 올라 작가로 사유하고 있었던 스스로를 깨닫게 해 주었다.

백승현, 산수를 그리는 법, 2채널 비디오, 장면1
백승현, 산수를 그리는 법, 2채널 비디오, 장면2
백승현, Throwing Forward1, 영상설치
백승현, Throwing Forward2_1, 1채널 비디오
참여작가: 백승현
출처: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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