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1
2026년 5월 14일 ~ 2026년 7월 4일
P21은 오는 5월 14일부터 7월 4일까지 작가 17인이 참여하는 Balance in Motion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양 미술사에서 발전해 온 모빌이라는 조각 형식을 동시대 국내 작가들의 조형 언어로 새롭게 해석하며, 균형과 움직임에 대한 현대적 감각을 제시하기 위해 아트 어드바이저 채민진과의 협업으로 기획되었다.
모빌은 서로 다른 무게와 물성을 지닌 요소들이 공기와 중력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형성되는 조각이다. 이때 균형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고 조정되는 과정 속에서 잠정적으로 성립된다. 전시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균형 역시 하나의 고정된 목표가 아닌 지속적인 조율의 상태임을 시사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구조, 관계, 시스템의 층위에서 ‘움직이는 균형’을 다각도로 풀어낸다. 오종은 최소한의 재료를 사용하여 공간의 미세한 조건에 반응하는 미니멀한 조각을 선보이며, 관람자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입체와 평면의 관계, 빛과 그림자의 시각적 변주를 통해 시적인 공간 경험을 환기한다. 구현모는 중첩된 축과 회전하는 구조를 통해 하나의 형태로 수렴되지 않는 상태를 펼쳐 보이며, ‘달’을 관찰의 위치와 순간에 따라 달라지는 복수의 이미지로 다룬다. 양정욱은 일상의 장면을 이미지로 재구성한 뒤 이를 모터, 실, 나무, 플라스틱 페트병 등으로 작동하는 아날로그 조각으로 전환해 기계적 움직임 속에서도 원초적인 감각과 기억을 환기시키는 서사를 구축하며, 윤정민은 단조와 용접의 물리적 행위를 통해 얼굴과 몸을 쇠의 변형 과정으로 치환하며 개인의 경험을 강한 물질성으로 응축한다.
이러한 구조적 탐구는 중심을 잡는 행위 자체로 확장된다. 2016년 발표했던 를 리메이크한 로와정은, 무게중심을 잡던 오브제가 사라진 상태에서 남은 구조만으로 위태롭게 균형을 유지하려는 모빌을 통해 동시대 다수의 존재들이 마주한 균형의 조건을 비유적으로 드러낸다. 이은우는 몸과 사물의 관계를 조건으로 삼아 미세한 불균형과 반복 속에서 균형이 생성되는 구조를 가시화하며, 김민애는 우연에 기댄 비정형적 형태의 아크릴판을 매달아 개인이 놓인 좌표와 무게중심의 지속적인 흔들림을 부각한다. 오묘초는 여행 중 수집한 마른 식물과 열매, 줄기 같은 자연의 파편들을 금속으로 전환해 재구성하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온 요소들이 균형과 무게 중심의 조정을 거쳐 공중에서 하나의 리듬으로 결합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한편 일부 작업은 조각의 물질성과 이미지, 그리고 인식의 방식 자체를 확장한다. 권오상은 칼더의 조각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뉴스트럭쳐(New Structure)’ 시리즈를 이번 전시에서도 이어 나간다. 나무판에 이미지로 구현된 가벼운 구조물은 물성과 중량에 대한 인식을 전복시키며 ‘가벼운 조각’이라는 개념을 보다 직관적으로 환기한다. 안태원은 반복적으로 마주하며 관계를 맺어온 존재들을 작업의 대상으로 삼아 디지털 이미지의 생성 과정을 통해 친밀한 대상들이 변형되고 어긋나는 순간을 물질로 구현한다. 이동훈은 세상을 떠난 반려묘의 기억에서 출발한 초기 작업을 바탕으로, 나무 조각 위에서 균형을 이루는 작은 동물들이 미세한 바람에 반응하며 감각의 잔상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을 구성한다. 문이삭은 일월오봉도의 구조를 참조한 공중의 ‘정원’을 통해 수석과 디지털 자연물, 흙으로 빚은 세라믹 등 서로 다른 층위의 자연이 공중에서 부유하며 관람객의 움직임과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관계적 풍경으로 그려낸다.
이 흐름은 신체와 감각, 그리고 주체의 조건으로 이어진다. 듀킴은 종교적 상징성과 퀴어 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신체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관계와 권력, 감각의 구조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구성되는 장으로 다루며 억압과 해방 사이의 긴장을 포착하며, 윤지영은 개인적 감정과 삶의 조건 사이의 거리를 재조정하며 사회적 규범이 내면에서 감정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가시화한다. 최하늘은 손과 가느다란 선이 이루는 위태로운 균형에 주목하며, 서로를 지탱하면서도 언제든 이완될 수 있는 관계 속에서 ‘쥐지도 놓지도 못한’ 임계의 상태, 곧 망설임과 긴장 자체를 드러낸다. 이동현은 내장, 상처, 주름 등 미세하고 취약한 신체 부위에 주목해 몸의 내부와 외부가 도시적 인프라처럼 연결된다는 상상을 통해 감각과 기억의 확장된 구조를 나타낸다.
임민욱은 불완전한 기억과 그 변형의 과정을 따라 개인의 경험을 사회적·역사적 맥락으로 확장한다. 그의 작업에서 지팡이는 상실과 생존의 흔적이자, 기억을 떠받치고 이동시키는 매개로 등장한다. 이번 작업에서는 흙과 유리, 갑오징어뼈, 연꽃, 깃털 등 이질적인 재료를 엮어 서로 다른 시간성과 물질성이 뒤엉킨 구조를 형성하며, 고정된 의미나 기념비적 상징으로 수렴되지 않는 유동적인 상태를 드러낸다.
Balance in Motion은 완벽히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흔들림을 수용하며 유연하게 중심을 찾아가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조명한다. 서로 다른 재료와 구조, 속도와 리듬이 공존하는 이 전시는 삶의 불완전함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균형과 조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미학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참여작가: 구현모, 권오상, 김민애, 듀킴, 로와정, 문이삭, 안태원, 양정욱, 오묘초, 오종, 윤정민, 윤지영, 이동현, 이동훈, 이은우, 임민욱, 최하늘
출처: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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