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지은
2023년 5월 23일 ~ 2023년 6월 5일
inner bloom: 내밀한 곳에서 피어나는 사랑느낌 그 자체
김가은
너의 깊숙한 곳에서 너울거리는 꿈을
그 어둠에서 모두 풀어 주라.
꿈은 분수와 같아서 더 밝게
수반의 품으로 다시 떨어진다.
노래같이 음정을 잡으며.
그렇다. 어린아이같이 되는 것이다.
모든 불안은 바로 시작이지만
대지는 끝이 없다.
무서움은 몸짓이고
동경은 대지의 마음이다라이너 마리아 릴케, <너의 깊숙한 곳에서 너울거리는 꿈을>, 송영택 옮김
변경수는 2007년부터 인체 형상을 통해 인간 존재와 불안을 주제로 작업해 왔다. 여기서 말하는 불안은 어떤 원인으로부터 기인하는 특정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불안이기 보다는 인간 내면 안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불안이다. 이러한 불안에 대한 주제는 그의 초기 작업 안에 응축되어 있었던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기인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변경수의 작업에서는 인간의 형상 조각이 선택되어 왔다. 어떤 느낌 그 자체가 사람의 형상을 통해서 떠오른다고 말하는 작가의 설명은, 그 동안 지속적으로 인간의 원형(原型)에 천착해온 그의 작업 세계를 구체화시킨다.
이번 전시 《inner bloom》은 기존의 이러한 불안에 천착한 작가의 작업 세계를 계승하면서도 그것의 표현에 있어서 보다 감각적이고 세밀한 방식을 통해서 주제에 새롭게 접근한다. 2022년 《inner mass》전을 통해 작가가 스컬피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불안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소조형식을 통해 빚어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자신이 포착한 사랑의 느낌을 크리스탈 레진을 이용한 부조 형식의 작품들을 통해 형상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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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수의 조형 언어들은 앞서 인용한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1926)의 시구들을 떠올리게 한다. 불안과 고독은 릴케 시의 근원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는 하이데거를 비롯한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주면서 근원적 존재에 대해서 사유한 시인이었다. 변경수의 작업 역시 불안을 통해 근원적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릴케의 시와 주제적으로 맞닿아 있다. 변경수의 작업이 실존보다는 본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릴케의 태도와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테지만 특히 릴케의 초기 작업에서 나타나는 섬세하고 서정적인 시구들은 변경수가 추구하는 조형 언어의 목소리들과 분명하게 공명하는 부분이 있다.
장미가 만개한 가정의 달 5월의 따사로운 시간들이 느릿하게 흘러가는 동안 고즈넉한 풍납동의 작은 갤러리 공간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사랑을 다룬다. 자신의 가족을 작품에 투영하여 사랑을 형상화함으로써 작가의 내밀한 곳에서 피어나는 사랑느낌 그 자체를 전시에서 조금이나마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참여작가: 변경수
주최/주관: 공간지은, 김가은미술사무소
글: 김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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