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2019년 7월 12일 ~ 2019년 9월 29일
권정호, 해골 87-1(skeleton 87-1), 133.5×179.3cm, acrylic on canvas, 1987해골 87-1(skeleton 87-1), 133.5×179.3cm, acrylic on canvas,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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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뉴욕 1985
1984년 어느 날, 동시대미술을 제대로 공부하려고 머물던 뉴욕의 학교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길가에 버려진 작은 스피커 세 개를 우연히 발견하고, 대도시의 소음 공해에 시달리던 자신의 처지에 견주어 회화의 새로운 구조를 착안했던 그 순간의 기억, ‘뉴욕 1985’는 이 기억을 호출한다. 권정호는 증폭된 전기신호를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음향에너지로 변환하는 ‘스피커’와 우연히 마주하면서, 평소에 고민하던 ‘그림에서 정신과 육체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소리를 전달하는 ‘스피커’가 가시적인 외형의 매체로서 ‘육체’이며, 생각이나 감성을 음성기호로 구성한 ‘소리’가 비가시적인 내용으로서 ‘정신’에 대체될 수 있겠다는 착상着想이다. 말하자면, 스피커는 소리를 상징하는 그릇인 셈이다. 스피커를 재발견한 이 사건은 ‘개념과 의미’가 대중에게 잘 전달되는 미술을 원했던 작가에게 좋은 계기가 되었다. 작가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나는 곧장 그것을 개인 작업장으로 들고 왔다. 그리고 화판 한복판에 스피커를 붙이고,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가로질러 붓질을 이어갔다. 그 순간 나는 이 행위가 소리의 개념을 전달할 수 있는 어떤 작품의 형식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화판 위의 붓 자국은 바람을 연상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행위, 즉 소리를 연상할 수 있는 행위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인간은 이성과 감성이 공존하는 존재다. 작품도 음陰과 양陽으로 구성되기 마련이다. 나는 스피커와 행위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이것은 전달이라는 개념 자체를 작품으로 본 마샬 맥루한의 관점,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 내가 관심을 가졌던 동양의 이기이원론과도 무관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스피커와 행위의 개념적인 결합을 통해 소리를 작품으로 시각화한 나의 ‘소리’ 시리즈는 이렇게 탄생하였다. 이 같은 방식은 자연히 추상과 구상의 결합, 나아가 현대미술에서 형상으로의 복귀를 의미하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신표현주의’로 명명되기도 했다.”
이번 ‘뉴욕 1985’전에서는 1984년 당시의 스피커 작업 2점과 이후에 제작한 대표작 1점을 소개한다. 전시장 정면의 천장 높은 벽에 걸린 1985년 작 ‘소리 85’는 스피커를 오브제가 아닌 이미지로 차용한 대표작이다. 인간이 이룬 과학기술적 성취를 대변하는 ‘이성’과 ‘양’의 요소로서 스피커 이미지를 그려 넣고 그 주변에 종이를 붙여서 다시 찢고 거친 붓질을 가미해서 ‘음’의 요소로서 비가시적인 소리의 영역을 정서적 감성과 함께 전달하고 있다. 뒤돌아서 보이는 반대편 벽면에 설치한 입체작업 ‘소리’는 그 당시에 발견한 스피커와 철자, 악보, 나무박스 등으로 구성한 1984년 작을 올해 새로 제작한 것이다. 소리의 수치를 재려는 듯이 쇠로 만든 자를 붙인 이 작업은 자신을 억누르던 소음으로 고생스럽던 뉴욕 생활의 현실이 스며있다. 그 우측 아래 벽면에 걸린 ‘소리’는 1984년에 시작해서 1985년 완성한 회화 작업이다. 화면에 스피커와 깨진 유리조각을 붙이고 그 표면에 붓질을 한 이 작업은 인간을 억압하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려는 실험과 작가 자신이 찾던 뭔가를 발견한 충만함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 작업들은 비가시성과 시각형상, 내용과 형식, 비실체성과 실체성, 음과 양 등을 인지하게 하는 구조構造로서 작가가 뉴욕에서 접한 동시대미술의 언어와 현실세계에 대한 반응으로서 리얼리즘적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소리와 해골
전시실에는 ‘소리’ 작업에 이어, 세 개의 캔버스를 연결하여 그린 1985년 작 ‘해골 85’와 악다문 이를 드러내어 현실의 모순과 억압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1987년 작 ‘해골 87-1’, 그리고 석고로 본떠서 만든 해골을 마치 하얀 바닥 속에서 발굴해낸 듯이 설치하여 전시실 바닥 전체를 세계의 상상 덩어리처럼 작품화한 최근작 ‘해골’을 볼 수 있다. 권정호는 ‘해골’ 시리즈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평면 회화와 입체 혹은 설치미술 형식으로 소개하는 그의 해골骸骨skeleton은 ‘소리’를 상징하는 ‘스피커’처럼 세계에 반응하는 인간의 소리로서 얼과 마음, 감성을 담는 그릇이자 전달매체이며, 실존적 인간의 삶과 죽음, 사회적 사건과 모순, 억압에 대하여 반응하고 소통하려는 한국적인 리얼리티와 사유들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외형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두개골은 삶과 죽음, 시간을 나타내는 소통의 대상이자, 인간이 기피하는 충격적 대상이기도 했다. 나는 그런 충격을 통해 절대적인 파국을 초시간적인 방법으로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나아가 이를 명상에 이르도록 하여 파국이 아니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한국적인 리얼리티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우리의 삶을 치유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번 전시 ‘뉴욕 1985’는 뉴욕 한국문화원 개인전에서 발표하기도 했던 ‘소리’와 ‘해골’ 시리즈의 일부를 살펴보면서 추상미술, 미니멀리즘, 하이퍼 리얼리즘 등 서양미술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던 1970~80년대 초반 한국 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반성과 뉴욕행이라는 새로운 도전에서 자신의 미술을 성장시키려했던 미술가 권정호의 태도를 보여준다. 그의 미술행위는 ‘소리와 얼’처럼 시각예술로 드러내기 어려운 비가시적인 사유의 흐름들과 ‘스피커와 해골’ 등 상징적인 외형을 통합하여 구축하고 그 균형과 공존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는 장치이다. 또한 작가 자신이 바라본 인간 억압과 실존 세계의 구조로서 ‘음과 양’의 사유를 떠올리고 그 시각화에 의해 자신의 공감을 확장하는 미술의 구축에 관한 것이며, ‘정신과 육체’, ‘음과 양’, ‘생성과 소멸’, ‘생과 사’의 불확실한 경계를 인식하고 그 분리와 통합을 실험 조형의 행위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권정호의 미술은 형상으로 구체화된 ‘양’의 구조에 기대어 비가시적인 ‘음’의 구조를 구현하려는 색, 드로잉, 붓질 등 감성적 신체 행위의 응집력을 통하여 세계의 시대성 속에서 인간 실존을 드러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작가는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통합하는 일체를 통한 자연인간 그대로의 진실들을 우리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 봉산문화회관큐레이터 정종구
작가노트
“인간은 무엇이 되어...”
“인간은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인간 존재에 대한 기본적 성찰로, “억압, 그리고 행복한 죽음”과 삶에 대한 질문을 한국적 정서로 풀어 보임...
1970년대부터, 본인은 한국의 산업사회와 디지털시대(Digital &Smart)를 살아 왔다. 현대인은 누구나 사회적 환경 속에 존재하고 살아간다. 그 현대인은 문명의 발달로 미처 보완하지 못한 사회 제도적 미비로 모순, 갈등, 억압, 뿐만 아니라 죽음을 당하고 있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고 불안한 존재다. 나는 인간정서 즉, 억압, 갈등 근원적 죽음을 내포한 현대인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 현대인은 인간정서를 대신한 상징적 두개골을 제작함으로서, “반성적 거울이미지”와 조형적 표현으로 “자기를 되돌아보는” 그 철학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는 근대 우리문화에 잊어 버렸던 어떤 사물에 토템적 영을 되살리려는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80년대 이후 이러한 신념이 두개골을(닥나무로 캐스팅 하여 아우라를 추출하는 방식) 표현하고, 그 일환으로 명상과 반복을 통하여 매트릭스의 사실성을 구현하는 노동의 제작과정을 거쳤다.
예술 창작은 하나의 정신적 활동이며, 시간과 공간, 영원성에 관계한다. 이것은 또한 인간의 심성에 있는 환상과 신비의 한 산물이기도 한다. 그러나 예술가는 자신의 의미를 전달하려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1. 어떻게 인식자에게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까?2. 어떻게 하면 도교와 불교적인 미의 개념을 하나의 구조적 조직에 적용시킬 수 있을까?3. 어떻게 하면 인식자에게 작품에서 표현의 강한 느낌을 갖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지난 10여 년간 추상적 미니멀 스타일에 속하는 시간과 공간을 함축하는 점의 반복으로 작품을 만들어 왔다. 이 반복은 동양의 상형문자에서 보여지는 모든 형의 기본이며 이러한 반복의 확대를 통하여 형이 창조되어진 것들이었다.
그에 반해 새로운 아이디어는 페인팅이 어떤 대상을 그려야만 했다. 우리나라의 종교적 상황을 표현하는 십자가상을 만들 때 대상에 환원했다.
나는 개인적인 작품을 만들지만 형식주의자는 아니다. 정신 속에 형식을 만들고 형식 속에 정신을 잃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지배하는 사고요, 나의 신앙이고 나의 확신이다.
나는 사회에 대하여 나의 이야기를 읊조린다. 이는 세속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변화되어 가는 주변과 대상들 가운데 묘사되어지는 마음속의 환상적 세계에 존재한다. 이것은 대상에 대한 나의 주관적 해석이며 감상자에게 마치 상징을 넘어서 의미론적 구조에 어떤 문제를 재기하는 게임과 같이, 생활과 정신에 다양성과 풍부함을 준다. / 권정호
워크숍
제목: 권정호의 삶과 예술
일정: 9월 28일 토요일 오후 3시
장소: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
대상: 누구나
참가문의: 053)661-3526
내용: 권정호 작가의 작업세계에 대한 관객과의 대화
출처: 봉산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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