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22년 4월 27일 ~ 2022년 5월 3일
다시 만난 세계
김혜린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인간의 감각은 흔적을 남긴다. 잔상으로 남아 글자 그대로 감각될 수도 있고 피상적 세계의 대상물 이를 테면 캔버스와 같은 평면을 빌려 가시적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 감각이라는 것에는 본래의 형체가 없다. 그런 만큼 유동적이고 가변적이며 형상화에 따른 가시성의 획득을 위해서는 반드시 어떠한 대상이 매개되어야 하는데 이는 감각의 주체인 인간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불완전함은 불완전함을 낳는다. 즉 불완전한 인간이 낳은 감각은 모태의 속성을 닮아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완전한 것들은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완성을 욕망한다는 것은 완결성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므로 욕망은 결핍과 등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완벽을 위한 노력에는 결핍에 대한 인정이 포함된다. 그리고 이 인정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으로부터 비롯된다. 무엇으로도 형용되거나 단정될 수 없는 불완전성에 대해 각성하는 것이야말로 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존재하지만 보이지는 않는 감각이라는 것은 그것의 주체인 인간이 불완전성에 대해 자각할 때, 수면위로 정체를 드러내듯 구체화될 가능성을 타진하게 되는 셈이다.
감각이라는 것은 인간의 기저에 놓여서 잠재하는 만큼 원초적인 것들로 매개된다. 빈지영의 화면에서는 우선적으로 신체적 경험이 추상 언어로 형상화됨을 발견할 수 있다. 특정하게 학습됨으로써 간헐적이고 경직된 신체가 아닌,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인간의 신체는 어떠한 움직임도 수용할 수 있는 흡수력과 유연성의 은유로 작용한다. 이는 자유롭게 흔적을 남기며 화면을 지나가는 붓의 움직임에 투영된다. 붓이 이루는 궤적과 물감이 쌓이고 문질러진 방향 등은 현학적 회화 이론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에 의해 조절된 것이다.
그러나 이 계산에 의거하지 않은 움직임은 화면 구성을 미흡하게 한다기보다 작가의 의도를 심화한다. 일정하게 규정할 수 없는 감각이라는 것은 불완전하지만 그럼으로써 탄력과 유연함을 잃지 않는 측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체적 움직임에 따라 붓으로 흔적을 남김으로써 생성되고 확장되는 감각들은 불완전함으로부터의 탈피 즉 공허나 허상의 말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섬세하게 조응되고 조화되는 새로운 하나의 세계를 축조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몸의 경험을 시각화하는 붓의 궤적은 관람자로 하여금 새로운 감각의 세계에 대한 간접적인 체험을 가능하도록 만든다.
즉 감각을 있는 그대로 글자 그대로 재현한 것과 같은 화면은 마치 신체적 경험의 윤곽을 따라 형성된 추상 언어가 적혀 있는 것과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것 그대로 표의문자가 될 수도 있으며 감각의 불완전성이 고려됨으로써 표음문자가 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수용은 바로 관람자에게 달려 있다. 또한 화면 그 자체로도 심미성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감의 성질에 따라 생겨나는 얇거나 두껍게 칠해진 부분들과 물감의 방향대로 적나라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붓의 결들 그리고 우연적인 효과로 느껴질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은 재료와 재질이 자아내는 심미적 효과를 고무시킨다.
나아가 빈지영의 작품은 존재의 불완전함에 대해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을 기울여 표현하면서도 안정함을 선사한다. 감각의 흔적, 그 유동성과 불완전함이 화면에 기여하는 리듬감을 위해서 시작과 끝을 구분 짓거나 급격하고 격정적인 변화를 꾀하는 대신 연속성과 차분하고 우아한 색감의 사용을 선택했다. 이로서 몽상 혹은 심연 그 경계, 알 수 없지만 알 수 있음직한 미완성의 세계에서 관람자의 내적 세계를 돋우고 작가 자신의 내면세계와의 조응을 이끌어낸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인정을 딛고 서로를 인정하는 존재로서 다시 만난 세계를 추구하게 될 것이다.
참여작가: 빈지영
출처: 갤러리도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11:00 - 18:00
화요일 11:00 - 18:00
수요일 11:00 - 18:00
목요일 11:00 - 18:00
금요일 11:00 - 18:00
토요일 11:00 - 18:00
일요일 11:00 - 18:00
휴관: 없음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