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6년 9월 20일 ~ 2016년 10월 2일
성대석, Era of loss, 40x60cm, 2016
자신만의 기호로 다시 쓴 만경강, 그리고 춘포 이야기
석 장의 사진이 있다. 들판을 질주하는 노루, 폐허가 된 집, 공사를 알리는 빨간 깃발. 따로따로 떨어진 단어 같은 사진들은 순서대로 배열됨으로써 하나의 문장으로 읽힌다. 시인의 일이 언어를 낯설게 하여 의미를 다시 탐색하고 정립할 여지를 남기는 것이라면, 사진가의 일은 대상을 낯설게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 사진가 성대석은 ‘만경강’을 자신만의 ‘기호’로 다시 썼다.
만경강은 완주 밤티마을에서 시작하여 전북평야를 가로질러 황해로 흐르는 강이다. 전주, 익산, 김제 등을 지나 총길이 80km에 이르는 물길은 주변 강변마을의 삶과 풍경을 안고 흘러간다.
성대석의 외가는 만경강가의 강변마을인 춘포. 어머니의 고향인 그곳에서 작가는 만경강을 바라기하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가 기억하는 만경강은 ‘만경(萬頃)’이라는 이름처럼 넓은 들판과 잔잔한 수면을 자랑하던 곳이다. 봄이면 청 보리밭이 일렁이고 종달새가 찌르르 노래했다.
2012년, 어린 시절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그는 ‘사진가 성대석’으로 만경강가에 섰다. 과거의 기억들을 복원하기 위해, 만경강의 발원지 밤티마을에서 서해와 만나는 심포항까지를 사진에 담으며 물길 따라 흘렀다. 간척사업으로 여기 저기 파헤쳐 지고 새로운 땅과 건물이 생겨나면서 옛 만경강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변화하며 사라지고 만들어진 흔적들만이 만경강에 널려있을 뿐이었다.
기억 속의 만경강은 실재하지 않았지만, 그 부재 속에서도 작가는 오래 그리워만 하던 것들과 조우할 수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했던 유년시절의 추억이, 버려진 비닐과 죽은 고목, 철근을 드러낸 다리 기둥들에 투사되어 오롯이 되살아난 것이다. 겉보기에는 그저 흔한 자연 요소, 쓰임이나 용도를 다한 사물들이었지만 거기에는 분명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의 단서들이 있었다. 들판에 놓인 버려진 플라스틱을 촬영하고 ‘Dream apartment(꿈의 아파트)’라고 부르기도 하고, 날아가는 새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붙잡아 ‘Era of loss(잃어버린 시대)’라는 제목을 지었다. 만경강을 스트레이트로 찍었지만, 다큐멘터리나 풍경 사진이기보다는 오히려 파인아트에 가까운 <춘포, 그리고 만경강> 시리즈가 그렇게 태어났다.
성대석은 앞으로도 꾸준히 자연 요소나 사물들에 투사된 자신만의 기호로 만경강을 끊임없이 다시 써내려갈 생각이다. <춘포, 그리고 만경강>은 전시와 책으로 갤러리 류가헌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9월 20일부터 10월 2일까지 계속된다.

성대석, Mangyeongriver, 30x45cm, 2016

성대석, How to live 1,000 years, 40x40cm, 2016

성대석, Dream apartment, 40x60cm, 2016

성대석, Mangyeongriver, 70X105cm, 2015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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