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7년 4월 18일 ~ 2017년 4월 30일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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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소환하기 위한 사진
글 / 사진가 이상엽
한 사회의 변혁기에는 많은 기자와 작가들이 펜과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기록을 한다. 100년 전 러시아에서는 『세계를 뒤흔든 열흘』의 존 리드가 그랬고, 스페인에서는 『카탈로니아 찬가』의 조지 오웰이 그랬다. 물론 카메라를 든 로버트 카파도 있었다. 많은 사진들이 신문이나 잡지 같은 매체를 통해 발표되었고, 곧 한 권의 사진집으로 묶여 밀도 높은 이야기를 세상에 전했다. 그런데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니 그런 일이 흔치 않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도 흥미롭다. 사실 이번 탄핵 국면에서 시민 사회는 나뉘었고, 이를 기록하는 사진가들의 자세 역시 보편적인 중립자의 자세만을 고수했다고 보기 힘들다. 당연히 사진가들도 의견이 있는 시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최근 『세계, 인간 그리고 다큐멘터리』라는 책을 펴낸 사진가 스튜어트 프랭클린의 견해를 인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다큐멘터리 사진이 역사적으로 취해 온 태도는, 권력에 저항하는 자들에게 편을 든 것이다.” 자본과 권력으로 사회를 지배하는 자들에게 대항하는 이들은 별다른 힘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진가들이 오늘 이 땅에서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는 명확해진다.
물론 사진가들의 선의를 모두 믿을 것도 못된다. 그들은 “미학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고통을 중화시킨다”고 수잔 손택은 지적했다. 그런 사진들은 시간이 지나 순수하게 중화되어 대중의 미술관 벽에 걸린다. 고통의 언어는 증발하고 형식의 미학만 남은 예술품이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그 과정이 수십 년 걸렸다는데 요즘은 몇 년 걸리지도 않는다. 우리가 막 지나온 역사적 현장의 잔상이 아직 가시기 전, 날것에 가까운 상태로 이 사진들을 대중에게 서둘러 전달할 책무가 있다고 느낀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사진들은 탄핵과 파면, 박근혜의 구속이라는 격변 이후 우리 사회를 어떻게 재구성해갈지에 관한 화두를 놓치지 않도록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기초 자료에 가깝다. 분명 시급한 과제들이지만 그렇다고 속보 위주의 강한 자극성을 가진 사진으로 뉴스와 경쟁할 이유는 없다. 이 책은 오히려 뉴스가 그렇게 생산하고 소비한 이미지, 그 이미지들을 통해 각인된 현상의 깊은 이면을 보게 하는 사진들에 더 비중을 두었다. 우리는 책의 독자들이 잊고 있는 또는 잊어가고 있는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 노력했다.
책은 1부 ‘광장의 기억’과 2부 ‘기억의 광장’으로 나누어, 오늘과 어제를 이야기한다. 1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의 단초가 드러나 탄핵이 있기까지 시민이 보인 광장의 행동을 기록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오늘의 역사다. 이 역사는 단순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2부는 그 복잡하고 구조적인 배경, 다시 말해 그 광장에 우리가 불러내야 했던, 앞으로도 불러내야 할 문제의 기억들을 담고 있다. 세월호, 밀양 송전탑, 사드 배치, 삼성반도체를 비롯한 노동 현장의 억울한 죽음들, 모든 노동자의 비정규직화와 노동 소외, 위안부 합의, 국정 역사 교과서, 노인 빈곤 등 다 열거할 수조차 없는, 여전히 미결인 채로 망각 속으로 밀려들어가고 있는 문제들이다. 1부에서 2부로 책의 시간은 역진한다. 그 역진하는 시간의 끝에 우리는 우리 손으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는 순간과 기어이 마주치고 만다.
이 책은 열 명의 사진가와 한 명의 역사학자가 참여해 만들었다. 여럿의 공동 작업이라 일치된 형식의 틀 안에 가두려는 기도는 아예 하지 않았다. 사진의 주제에만 집착해 내용을 편성하는 방식도 지양했다. 내용과 형식이 미리 조율되어 조화를 이루면 더욱 좋았겠지만 시간의 제약과 여럿이 참여하는 작업의 성격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주제와 함께 가급적 작가의 형식도 존중될 수 있는 구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사진이라는 시각 언어를 형성하는 데 형식, 즉 스타일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책소개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다큐멘터리 사진가 10인이 기록한 탄핵 그리고 기억의 광장
사진 김봉규, 김흥구, 신웅재, 윤성희, 이상엽, 정운, 정택용, 채승우, 최형락, 홍진훤
글 후지이 다케시
165*220 (B5 변형) 반양장. 384페이지, 25000원 루페 발행. ISBN 978-89-546-4519-5
이 사진집 안에서는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1부 '광장의 기억'은 광장의 촛불이 이끌어낸 대통령 탄핵이라는 오늘의 역사, 그 광장을 기억하기 위한 사진들이다. 2부 '기억의 광장'은 우리가 그 광장에 불러내야 했던 세월호에서 노인 빈곤까지 여전히 아픈 우리 사회의 문제들, 광장에서 기억할 사진들이다. 그렇게 역진하는 시간 속에 우리가 잊었거나 잊어가고 있는 환부들이 드러난다. 탄핵의 원인은 단지 최순실 국정농단이 아니었다. 아직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이 책은 모두 이 땅 사람들의 얼굴과 모습과 행동에 빚진 기록 사진집이다. 이 책은 ‘그날’ 당신과 내가 어디에 있었느냐고 묻고 있지만, 우리 모두는 어디에 있었든 이 역사의 동참자들이며 미래의 방향을 결정할 사람들이다. 어디에 있었느냐는 물음은 그래서 이렇게 바꾸어도 좋을 것이다. 이제 당신은 어떤 민주주의를 선택할 것인가?
작가소개
김봉규
27년차 사진기자. 시사주간지 『시사저널』 사진부 기자로 일하다 한겨레신문으로 옮겨 현재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최근 5년 전부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대량학살과 관련한 흔적을 기록하고 있다. 숨 가쁜 디지털 사진보다 긴 호흡을 할 수 있는, 대형 필름 카메라로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사진기자협회 및 한국기자협회에서 20회 특종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다큐멘터리 사진집 『분단한국』이 있다.
김흥구
안젠버거 에이전시Anzenberger Agency, Austria 소속 작가이자 프리랜서 사진가. 경북 영양 출신으로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를 졸업했다. 제8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 ‘GEO’ 올림푸스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좀녜’ 시리즈로 개인전과 사진집을 출간했으며,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한 ‘트멍’ 작업으로 떠난 이와 남은 이 사이의 빈 공간을 담담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신웅재
대학교에서 언어학과 기호학을 공부하고 뉴욕 국제사진센터School of the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에서 다큐멘터리와 포토저널리즘 과정을 이수한 후 사진에 헌신하고 있다. 자아를 성찰하며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더 나아가 사회 이슈들을 목격하고 증언하기 위해 카메라를 잡았다. 사진이 인간의 사유와 행동의 시작점 혹은 변화의 촉매제가 되기를 바라면서.
윤성희
기자로 일하다 사진을 찍게 됐다. 노동,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다. 자본이나 권위 같은 보이지 않는 힘들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속에서 쉬이 사라지곤 하는 순간들을 포착하고자 한다. 2013년 온빛사진상 후지필름상 수상.
이상엽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르타주 작가. 한국사회 안에 자본과 권력으로 비롯된 ‘지리적/심리적 변경’을 기록해 왔다. 사진 웹진 「이미지프레스」를 창간했고, 『여행하는 나무』 등 사진전문 무크지를 발행했다. 개인 저서로 『실크로드 기행』 『레닌이 있는 풍경』 『변경 지도』 『최후의 언어』 등의 책을 냈다. 2015년 일우사진상을 수상했다.
정운
용역이 침탈하던 노동조합 농성장에서 우연히 카메라를 들었던 경험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던 공부를 그만두고 직업까지 될 줄은 그때나 지금이나 몰랐다. 짧은 기자생활을 끝낸 뒤 스스로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잘 몰랐다. 고민 끝에 페미니스트, 사진가로 정했다.
정택용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생태를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에 관심이 많은 사진가. 대추리나 제주 강정, 밀양, 용산과 더불어 숱한 노동현장에서 이 나라엔 대접 받는 1등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을 품고 사진을 찍는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와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담은 사진집 『외박』을 냈다. ‘밀양구술사프로젝트팀’이 쓴 『밀양을 살다』 속 밀양 주민 16명의 사진을 찍었고 밀양 투쟁 10년 기념 사진집 『밀양, 10년의 빛』을 엮었다.
채승우
1995년부터 19년간 신문사 사진기자로 일했다. 한국의 정체성을 묻는 사진 작업을 계속해왔다. 2003년 이후, 개인 사진전 <깃발소리>, 『경제연감』 『신반차도』 『농업박물관』을 통해 작업을 발표했다. 현재, 육아와 사진공부를 병행중이다.
최형락
사진가로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중이다. 2009년부터는 기자로 일하며 세상 곳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프레시안」 기자. 개인전 <두 마을 이야기>(류가헌 갤러리, 2015)를 열었고, 사진집 『사진, 강을 기억하다』(공저, 휴머니스트, 2011) 등을 펴냈다.
홍진훤
인간이 의도치 않게 만들어버린 빗나간 풍경들을 응시하고 카메라로 수집하는 일을 주로 한다. 몇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여러 번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창신동에서 <지금여기>라는 공간을 운영했고 이런저런 전시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후지이 다케시
2000년에 한국에 와서 계속 살고 있다. 일본 교토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오사카(大阪)대 일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성균관대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성균관대 사학과 BK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한겨레』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역사비평사, 2012) 등이 있다.
오프닝 및 사진집출판기념회 : 4월 18일 오후 6시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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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1:00 - 18:00
수요일 11:00 - 18:00
목요일 11:00 - 18:00
금요일 11:00 - 18:00
토요일 11:00 - 18:00
일요일 11:00 - 18:00
휴관: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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