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크갤러리
2021년 2월 26일 ~ 2021년 3월 19일
산책자들
유근택
그림이 내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혹은, 내가 그림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화두는 어쩌면 예전에도 그랬지만 시간이 갈수록 난제가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그간의 굳건했던 장르간의 장벽들은 이미 무의미해진 시대에 요즘처럼 시각 매체의 가속화된 속도와 범람하는 플랫폼은 그림의 역할과 존재방식에 대해 자문해야 하는 시간에 직면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서 있을 것인가? 라는 그리기의 본질과 소통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시대에 이 전시는 저마다의 지금 현재의 이러한 다양한 경향들을 반영하고 있다.
전통적인 사생의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그만의 ‘전경회화’로서 이미 독자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박능생은 여행을 통하여 얻은 새로운 감각적인 체험들을 표현하기위해 기존의 모필의 방식을 고수하기 보다는 자신에 맞는 모필을 개발하고 과감한 색채 감각을 가미하여 다양한 새로운 풍경을 시도하고 있다. ·박형진은 전통 모필의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대상을 예리하게 개념화시키는 그녀만의 방식은 화면에 모필의 조형 방식인 운필의 카테고리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성격과 태도를 오히려 드러냄으로써 흔히 빠지기 쉬운 필법의 함정을 피해 가고 있다. 그의 화면에 가끔 개념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모눈종이의 형태는 장흥에서 거주하고 있는 동안 일 년이란, 시간이 지나가는 창문의 색채를 점묘 적인 터치로 기록한 그의 연작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근택은 우리네 삶과 세계에서 그동안 가려져 있을 수도 있는 회화적인 가능성들을 발견하고 이를 증폭시켜 언어와 해석의 폭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본다는 것’에 대한 자각과 그를 둘러싼 회화적인 해석의 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조민아는 자신이 체험하고 있는 청년 세대에 있어서의 판단을 유보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나 우리사회가 처한 민감한 상황을 포함한 사회구조적인 아이러니에 대한 회화적인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회화는 서사구조적인 밀도 있는 구성력과 알레고리적 어법으로 그/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조건들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조원득은 인간의 조건에 대한 질문들을 그녀만의 탄탄한 형상성을 바탕으로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마치 잔인한 영화의 한 장면을 마주하는 것 같은 그녀의 회화는 인간의 상처에 대한 깊은 내면으로부터 끌어올려지는 서사적인 힘을 이끌어 내면서 풍경과 인간의 사이를 유영하고 있다. 일찍이 비닐산수로 겹의 설치풍경을 발표했던 ·진현미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배출되고 사라지는 영수증으로 새로운 풍경으로서의 겹-진경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일상에서 경험한 짧은 사건들을 반영하고 있는 영수증으로 쌓여진 ‘육중한 산’의 이미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 사소한 사건들이 겹 겹이 쌓여 있는 결과물들이 끊임없이 소비되고 있는 영수증을 통하여 또 다른 개념적 풍경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초기부터 한지에 연필로 무수한 동그라미를 채워 넣어 거의 수행적 명상에 가까운 작업을 발표했던 ·채효진은 자신의 가족과 주변의 풍경으로 형상에 대한 확장을 시도 하면서도 그의 내면에 대한 관심은 더욱 심화되면서 마치 형상 너머의 내적 풍경을 반영하려는 시도를 최근작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본다는 것은 그 자체가 노력을 요하는 창조적인 작업이다.... 매일 매일의 기성적인 이미지들의 홍수 속에선 이미지들은 지성에 있어서의 편견과 같이 우리의 시각을 왜곡시킨다....이러한 모든 것으로부터 초연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일종의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했던 마티스의 지적은 지금의 시대에도 유효하다고 본다.
참여작가: 박능생, 박형진, 유근택, 조민아, 조원득, 진현미, 채효진
출처: 누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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