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사이드갤러리
2015년 9월 15일 ~ 2015년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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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병종은 <생명화가>로 알려져 있다. 생명을 주제로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거칠며 때로는 화사한 기법적 변주를 시도해왔다. 그의 <생명>은 도시와 문명의 공간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소리처럼 들려온다. 끊임없이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떠나온 대자연과 생명의 아름다운 가치를 이 메마른 시대 속에서 다시 들어 올리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생명의 노래>전에 그는 <바보예수> 연작을 발표했는데 이 경우 역시 현상적이고 육신적인 아름다움 너머의 영원한 생명을 바라보려 했다는 점에서는 후기 <생명의 노래>와 그 주제의식이 일관되고 있다고 보여 진다. 그런데 그가 부르는 <생명>찬가는 사적 비전과 공적 논리를 함께 지니고 있다고 보여 진다. 80년대 후반 그는 열악한 환경의 작업실에서 한밤중 연탄가스에 중독되는 큰 사고를 당한다. 그리하여 생사를 넘나드는 수술에 이어 오랜 입원 생활을 하게 된다. 그렇게 그 해의 추운 겨울을 병실에서 보내고 이듬 해 이른 봄 퇴원하여 아파트의 뒷산을 오르다 동토를 밀고 올라온 작은 꽃 한 송이를 보고 설명할 수 없는 감동에 가슴이 떨려왔다고 한다. 이처럼 생명의 위기를 맛본 자 만이 생명의 소중함과 가치를 진실로 알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의 생명의 노래는 낭만적 서정성을 뛰어넘는 체험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생명>을 표현할 때 동양적 자연관에 입각하되 동·서의 기법을 즐겨 혼용하여 퓨전 회화를 만들어낸다. 전통 동양화의 번짐 기법이 나오는가 하여 스미는 대신 두터운 질감이 느껴지는 입체적 화면이 보이기도 한다.
처음 이 두터운 질감의 화면은 우리산하의 붉은 황토를 연상시키는 느낌의 올오버 페인팅 기법으로 이루어졌는데 종이라고도 캔버스라고도 할 수 없는 이 독특한 질감의 화면 위를 거친 먹선이 울림을 남기며 지나가는 연작을 발표하게 되고, 그 중 몇 점은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있기도 한다. 작가는 이 시절 새하얗게 표백된 중국 종이나 미감과 차별화하여 우리의 토감같기도 하고 누르스름한 장판 같기도 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근래에는 전통산수화와 화조화를 한 화면에 결합시킨 것과 같은 시도를 해오고 있다. <생명> 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표현과 기법으로 확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2. 윤희태는 뉴욕을 중심으로 하여 활동해온 청년작가이다. 뉴욕의 촉망 받는 젊은 작가의 한 사람으로 비평가적 관심을 받으며 비중 있는 미술상을 받기도 하였다. 윤희태의 작품은 자신의 렌즈를 통해 문명의 흐름을 보려 한다는 점에서 김병종의 전원적이고 자연 예찬적인 <생명>과는 좋은 비교가 된다. 그는 우리 모두의 삶이 담기는 오늘의 문명과 오늘의 시대적 표정들을 모두 또 하나의 <자연>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이곳>아닌 <저곳>에 대한 갈망보다는 자신의 삶이 담기는 문명을 그 자체로 인지하며 혹은 관조하려 한다. <무한의 다리>나 <무한의 격자>와 같은 역작에서는 마치 영화관에 앉아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이 시대 문명의 온갖 풍경을 <또 다른 자연>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조립해 내고 있는 <격자 공간>이다. 하나의 공간 속에 다른 공간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의 그림이 때때로 자전적이며 자화상적 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다른 하나의 격자 공간 속에서 외부공간을 바라보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의 시선은 침착하다. 메스를 든 외과의사처럼 차가운 면 도 있지만 대체로 자신이 속한 문명의 흐름에 순응하거나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의식이 읽혀진다.
특히 근작으로 올수록 서정성이 두드러져 보이고 마치 유화로 그린 동양화 같은 느낌이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오래 전 선배화가인 김환기가 같은 뉴욕에 작업을 하면서 창 밖으로 비친 빌딩의 야경을 무수한 점으로 찍어내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고 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김환기의 점에서 동양화와 같은 번짐 효과가 나오고 때로는 수묵화와 같은 느낌의 담백한 맛이 느껴지는 것처럼 윤희태의 화면에서도 굳이 한국적 정서의 발로라고 표현하지 않아도 좋은 자연스럽고 자생적인 동양의 미의식이 묻어나고 있다. 예컨대 그는 현대회화의 여러 경향과 사조들을 자신의 격자공간 속에서 바라보며 녹여내고 있는 것이다. 어떤 특정한 회화사조에 몸을 기대기 보다는 마치 즐겁게 그림 일기를 쓰는 소년처럼 무아 지경에서 작업을 한 듯 보인다. 작가가 작품 속에 녹아있고 작업이 작가 속으로 스며드는 일체감을 그의 작업들은 느끼게 한다. 그 다채로운 발상들과 거침없는 표현, 그리고 철학적이고 명상적이며 시적인 화면의 변주 등을 보면서 우리는 이 젊은 작가의 중량감 있는 앞날을 예견하게 된다.
3. <생명>과 <문명>. 이 시대의 가장 절실한 화두인 이 주제들이 한 화면에서 만나게 된다. 각각 출발해온 지점은 달라도 한 공간에서 부딪치고 혹은 대화하면서 서로의 호흡을 견주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가 아닐 수 없다. 미술평론가 윤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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