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군산대학교 미술관
2024년 8월 5일 ~ 2024년 8월 21일
《생존 가방을 싸는 철새들》은 전북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시각예술 작가 그룹인 씨앗(C.ART)의 회원 21명이 예술가의 생존 전략을 주제로 선보이는 전시이다. 전북 지역의 작가들을 장소의 범주에 넣어 나열하자면, 그중 하나는 전북의 출신으로 지역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체득한 후 전국 단위로 활동 영역을 확장한 사례가 있다. 또 눈여겨볼 만한 다른 하나는 마찬가지로 전북의 출신이지만 저마다의 서사를 가지고 살아가다가 다시금 전북에 정착해 지역 미술을 탐구하는 경우이다. 씨앗의 대다수가 이 후자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지역 작가는 지역을 벗어나 전국구 작가가 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보편적인 시선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인 것이다. 본 전시는 한국 사회 내에서 ‘지역 작가’로 살아남기 위한 씨앗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따라서 생존이라는 상위 개념을 두고, 그들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구체적 행동이 오늘날 현대미술의 영역에서 어떤 의미로 풀이될 수 있을까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시대의 예술가들에게 닥친 살아남기라는 주제는 그다지 유쾌하게 털어낼 만한 고민이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유수의 공간에서 전시를 하거나 미술시장에서 이름을 알리는 문제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제도권으로의 진출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등단의 기회가 절실하다. 더군다나 비수도권이라는 환경적 요인은 지역 작가들에게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비해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승자 독식의 세계라고 일컫는 것이 과언이 아닐 이 시대의 미술계에서, 전북 지역의 작가들 역시도 예술과 경제, 정치, 기술, 환경 등 폭넓은 분야에서 생존과 관련된 매번의 새로운 불안을 마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앗은 이주를 선택하지 않음으로의 대안적 가치를 도출하였다. 점차 확장되어가는 수도권 중심의 미술시장의 논리와 담론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모색한 것이다. 대신에 씨앗은 경쟁보다는 연대라는 생존 가방을 챙기기로 했다. 그들은 그룹 활동을 통해 구성원 간 예술적 교류와 실천을 도모하며 지역 주체성을 함께 사유한다. 본 전시는 씨앗의 작업이 지역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관계 맺어왔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21명의 참여 작가들은 씨앗 내에서 ‘이동’, ‘교류’, ‘관계’, ‘디지털’, ‘정착’을 상징하는 5개의 팀에 속하여 회화, 조각, 설치 등 각기 다른 시선과 예술 형식으로 표현한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는 작가들이 축적해 온 생존에 대한 고민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한편, 전북이라는 장소적 공통 분모를 공유하며 공동의 이슈를 함께 살핀다.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지역 작가의 작업은 지역 사회의 현상에 기반하기 마련이다. 전북이라는 특정한 지역의 작가 그룹으로 결성된 씨앗 역시도 불가피하게 지역주의의 맥락에서 취급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군집된 씨앗의 행보는 전북 미술, 그리고 동시대의 미술 중 한 갈래를 읽어내는 방식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생존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이번 전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기저를 이루는 상황에서 펼쳐진다. 씨앗은 여전히 생존을 고민하지만, 연대라는 메커니즘 방식을 통해 전북 미술이 작동하는 실질적인 과정을 확인하게 한다. 《생존 가방을 싸는 철새들》을 통해 오늘날 전북 미술의 지형도를 다각적으로 서술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 오유미(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원)
C.ART (씨앗)
@c.art_group_
전북지역 청년작가 그룹 C.ART(씨앗)은, 전라북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각예술 청년작가 31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지역과 장르의 작가들이 모여 예술의 내, 외적 확장성에 대한 고민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문간 단체를 만들어 그 영역 안에서만 활동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창립 전시회로 시작되었던 C.ART는 2012년 전북대, 군산대, 원광대 등 다양한 지역 대학 출신들이 모여, 지역미술계의 불안정하고도 갑갑한 현실에 저항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출발하였다. 10여년이 지나며 대학의 구별을 헐어내고‘ 전북 지역 이라는 키워드로 뭉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지역작가들이 함께하고 있다.
오랜 기간 지속된 단체인만큼 개인전을 다수 진행한 청년작가들부터, 막 대학을 졸업한 신진작가들까지, 다양한 작가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10여년 가까이 결속을 다져온 전북기반 작가들의 결속력을 바탕으로, 이후 전북을 거점으로 타 지역의 작가들까지 함께 교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이끌어낼 계획에 있다.
연 1회의 정기전과, n회의 기획 프로그램을 목적으로 월 1회 정기 회의, 추가 기획 회의 등을 통해 주기적인 만남을 지속하며, 다수의 전시, 강연, 비평 문화의 시도, 그룹 내 이론 예술 스터디모임 [ T-Ext ]를 운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해 서로의 전시 소식을 공유하는 등, 팀 내에서도 활발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 작가: 고지은, 김성수, 김연경, 김원정, 김은민, 문채원, 박성은, 송수연, 오혜은, 이동형, 이민우, 이소정, 이수아, 이올, 이우상, 정유진, 차건우, 차창욱, 최정혁, 최하영, 한준
문의 : 국립군산대학교 미술관, 0507-1364-4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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