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SA
2021년 11월 23일 ~ 2021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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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은 기차가 들려주는 풍경을 듣고 후기를 작성한 후 떠났다. 전시장에는 반복되는 장소들과 마찰음,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악음처럼 떠다니고 있다.
서민우 작가 노트 중
EarTrain _ 소리의 ‘조형 가능성’에 대한 실험
글. 문현정
a. 탑승하며
시각 정보에 의존하지 않아도 좋다. 눈을 감고, 들리는 ‘공간’을 감각하기만 해도 좋다. 《EarTrain Reverse》(2021)는 청각 정보만으로 공간감과 서사를 부여해 주는 가상의 열차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열차에 탑승한 순간부터 그것이 우리를 목적지에 내려줄 때까지, 오로지 청각에 의존하여 소리의 서사를 따라가야만 한다. 열차는 자신이 외부 환경에서 듣는 소리를 승객들에게 들려주며 소리의 변주를 지속해나간다. 이 여행담을 쓰는 나는 세 명의 여행객과 함께 “EarTrain”에 탑승해있다. 나는 열차가 들려주는 소리가 이끄는 곳으로, 때로는 세 명의 여행객과 마주하며 소리-공간과 그 조형을 탐색하는 여행을 이어나가게 될 것이다.
나는 전시장 한가운데의 〈열차 50-00, 50-08, 08-00〉(2021)에 탑승했다. 이 열차는 전 객실을 관통하는 음향 환경 - 공간음 - 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 내가 듣고 느끼는 “청각 경관”을 변환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열차의 철길은 바다 밑까지 이어지며, 지상부터 지하까지 그 지리적 위상을 다르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육지에서 출발한 열차는 덜컹거리는 바퀴 소리를 내며 출발한다. 곧 물속으로 이어지는 터널로 들어간다. 캄캄한 터널 속에서 나는 꿉꿉한 기분을 느끼며 이 어둠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드디어 바다로 들어온 열차는 헤엄치듯 달리며 속도를 높였다. 다시 지상으로 올라온 열차는 축축한 몸을 이끌고 본래의 궤도로 돌아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열차의 한 켠에는 세 명의 여행객 〈여행객 E&C〉(2021), 〈여행객 A&C〉(2021), 〈여행객 H〉(2021)가 자리 잡고 있다. 여행객들은 음식이나 음료를 먹고,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으며 각자의 여행을 이어나간다. 〈여행객 E&C〉는 바스락거리며 계란 껍질을 까는 중이다. 〈여행객 A&C〉는 사과를 크게 한 입 베어 물며 그 맛을 음미하고 있다. “칙-” 소리와 함께 콜라 캔이 열린다. 여행객이 내는 소리의 ‘질감(Texture)’은 ASMR의 ‘팅글(tingle)’을 연상시키며 그 물성만으로 내 기억 속의 이미지들을 상기시킨다. 〈여행객H〉는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다. 자신과 주변의 환경을 분리하고 싶은 것일까. 헤드셋에서 나오는 음악이 공간음과 뒤섞였을 텐데, 무슨 소리가 나고 있을까?
여행이 끝나갈 무렵이다. 반대편에 〈여행객〉들이 남긴 〈여행담 E&C〉(2021), 〈여행담 A&C〉(2021), 〈여행담 H〉(2021)을 발견했다. 이 여행담들은 〈여행객 E&C〉, 〈여행객 A&C〉, 〈여행객 H〉가 “EarTrain”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제작한, ‘소리-조각’ 형태의 소리 후기들이다. 조각은 〈여행객〉의 소리에서 강조되었던 질감과 음역대를 부각시키기에 적합한 조형으로 제작된 것처럼 보인다. 모두 다르게 드러나는 조각의 조형적 특질은 〈여행객〉의 소리를 재조형하여 노이즈 음악처럼 재배치하고 있었다.
b. 내리며
《ErTrain Reverse》(2021)는 소리의 ‘조형 가능성’을 실험하며 새로운 감각으로 인도하는 열차와도 같다.
〈열차 50-00, 50-08, 08-00〉(2021)은 청각 경관을 구성하는 소리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실험하고 있다. 이를테면 열차가 머물고 있는 지리적 위상과 높낮이에 따라 세 가지 음역대를 지닌 소리들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 열차의 구조적 형태는 특정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의 질감과 속성을 강조하며 ‘공간음’을 조성한다. 이 공간음은 여행을 이어나감에 있어 공간적 ‘조형’을 상상하게 하고 감각을 증폭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여행객〉 시리즈는 ASMR과 같이 소리의 ‘질감’을 부각하는 것이 어떻게 특정 감각이나 경험의 흔적을 발견하도록 이끄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여행객은 소리를 파생시키는 사건을 일으키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타격음에서 시작되는 ‘팅글’부터 특정 환경에서의 소리 간섭까지를 포괄하는 〈여행객〉 시리즈는, 소리의 구체성부터 음악적 가능성까지를 포괄하며 그것이 어떻게 서로를 구성하고 있는지를 가시화하고 있다.
〈여행담〉 시리즈는 특정 소리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조형’과 ‘재료적 특질’과 마찰이 일어나게 될 경우 어떤 형상의 소리가 생겨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일종의 ‘소리-조형’과도 같다. “EarTrain”에서 등장하는 모든 소리의 조화와 교란이 드러나는 〈여행담〉 시리즈는, 소리만을 재료로 하여 합성한 결과물이 음악의 화음과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며 소리의 ‘조형 가능성'을 역동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라이브 퍼포먼스 안내
11.23~11.30, 오후 17:30 ~ 18:30
전시 기간 내내 라이브를 진행합니다. 매 라이브는 전시장의 소리와 전 라이브를 녹음한 소리로 구성됩니다.
작가: 서민우
서문: 문현정
사운드 리뷰: 김은지, 조승호, 주윤탁
포스터 디자인: 방주윤
리플렛 디자인: 강다영
도움: 남민오, 서예원, 예스레코드(김정훈), 황웅태
제작 도움: 강다영
설치 도움: 나윤성
후원: 경기문화재단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3:00 - 19:00
수요일 13:00 - 19:00
목요일 13:00 - 19:00
금요일 13:00 - 19:00
토요일 13:00 - 19:00
일요일 13:00 - 19:00
휴관: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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