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아트스페이스
2014년 5월 23일 ~ 2014년 5월 31일
Installation View of Seo SooHan Solo Exhibition, Corner Art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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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우리의 삶을 반영한다. 동시에 미술은 미술 그 자체의 삶을 반영한다. 유년시절 동화책과 더불어 서가에 모딜리아니 화집이 꽂혀있던 환경이었다면. 위인전이나 왕조의 역사 보다 미술가와 그들의 미술로 명멸하는 미술사가 보다 친근했다면. 지인의 대다수가 작가거나 큐레이터 혹은 화상이라면. 무엇보다 미술을 떠난 인생을 상상하기 어렵다면, 이런 사람에게 미술은 재현이나 표현을 떠나서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서수한밴드에게 미술은 그런 의미다.
서수한 밴드에게 미술은 특정하기 힘든, 그 무언가 양수처럼 편안했거나 아니면 편안하다고 인지하기 이전의 명명하지 않은 상태였을 것이다. 국적과 성별은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양성애 혹은 동성애자를 원한다고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서수한밴드는 그렇게 생겨먹은 것이다. 물론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불분명하다.
서수한밴드가 그간 수행했던 작업은,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보다 구체화된 작품들은 모두 캔버스로 구성되어 있다. 수묵이 유럽인들에게 낯설 듯, 캔버스는 한국인에게 낯선 대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술 혹은 미술작품이라고 우리가 관습적으로 생각하는 전형이 ‘오일 온 캔버스’이니 ‘캔버스가 곧 미술이다’라고 우겨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우리는 흔히 캔버스를 평면이라고 생각하는 데, 사실 캔버스는 평면은 아니다. 종이라면 모를까, 캔버스는 두께를 지닌 분명한 입체이다. 그런데도 캔버스 위에 물감 혹은 기타 재료로 뭔가를 표현하면서 ‘평면’ 회화라고 아주 자연스레 규정하는 것이다. 서수한밴드의 ‘초기’ 작품은 바로 이 캔버스가 가지는 구체적인 물리적 특성(평면이라는 개념이 아닌 물성으로서)에 주목한다. 전시장 벽에 붙은 평면회화가 아닌 그 캔버스 자체가 부각되는 그 시점에 포커스를 맞춘다. 서수한밴드에게 있어서 캔버스란 안료가 얹혀진 지지대가 아니라, 캔버스천과 나무로 구성된 오브제다. 이런 단순한 사실 인식에서부터 현대미술의 정확한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또한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한 걸음의 전진이 가능해지는 지지대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서수한밴드가 캔버스에 계속 집중하는 것만은 아니다. 특정 형식과 형태가 서수한밴드를 의미하는 것, 다시 말해 “서수한밴드 = 입체로서의 캔버스”로 여겨지는 것을 경계한다. 입체로서의 캔버스는 서수한밴드 정체성의 일부일 뿐이다.
서수한밴드의 작품 캡션은 그 스스로를 지칭한다. 첫 의도는 작품에 대한 (타인의) 개입을 방지하려는 것이었는데, 현재는 뭐 꼭 그렇다기 보다는 그 자체가 흥미롭기 때문이다. 각주까지 픽션으로 만들었던 보르헤스처럼, 세계를 덮는 지도처럼, 서수한밴드의 작품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칭하기 원한다. 우스꽝스럽고 아이러니할 지라도.
또 보자.
서수한밴드

서수한밴드
약칭 ‘도널드 도미노’(전체 제목 생략)도 입체로서의 캔버스, 이 연장선에 있다. ‘손맛의 부재’는 서수한밴드가 추구하는 방향 중 하나다. 도널드 저드는 서수한밴드의 삶과 세상에 있어서 드물게 다가온 ‘자연’과 유사한 존재다. 그 숭고한 풍경을 보면서 서수한밴드는 도미노가 떠올랐다. 엄숙함을 일상으로 끌어당기는 것.
Acrylic on canvases, 45x33x190cm, 2014

서수한 밴드
약칭 '작가의 서가-서수한밴드'(전체 제목 생략)도 마찬가지다. 마치 전면회화(이제껏 전면 회화가 全面繪畵(all over painting)라기 보다 前面繪畵였다라고 하면)처럼 캔버스는 앞뒤, 옆면 모두 단색으로 채색되었는데 세 개의 옆면에만 하얀 띠가 그려짐으로써 '평면'인 캔버스는 '입체'인 책을 표현하게 된다. 오해가 있을 수 있겠다. 효과적인 책 그리기 혹은 표현으로. 이 작품이 주목하는 것은 작가를 반영하는 것 중 두드러진 게 서가라는 점이다. 또한 이 작품은 다른 작가들이 서수한 밴드라는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장치임을 상징한다.
Acrylic on canvases_books_wooden bookshelf,80x23x32cm,2014

서수한 밴드
사물로서 캔버스 쓰임새에 대한 첫 탐구가 약칭 '쓸모 있는 회화'(전체 제목 생략)다. 서수한밴드에게 있어서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는 참 매력적인 '대상'이다. 그의 <하나 그리고 세 개의 의자(One and Three Chairs)>는 이데아에 대한 플라토 견해의 현현이다. 그의 작품은 세 개의 덩어리로 구성되었다. 개념은 심플함을 원한다. 우선 여기까지다. 이데아의 2차와 3차가 결합된 형태. 그리고 조만간 이데아까지 하나로 뭉쳐진 그래서 더 이상 '회화'거나 '조각' 혹은 '미술'이 아닌 그러한 형태의 이미지들이 서수한밴드의 머리에 떠돌아다니고 있다.
Oil on Canvases,54x53x83cm,2012

서수한 밴드
무거운 작품은 질색이다. 서수한밴드는 오랫동안 무거운 작품을 보거나 혹은 설치하면서 몸서리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무겁거나 혹은 사이즈가 클 때 작품은 숭고한가? 이런 의문은 약칭'좌대 위의 좌대'(전체 제목 생략)를 상상하게 된 계기다. 25호M 사이즈의 캔버스는 통상 소품을 얹어놓는 좌대의 높이와 일치한다. 25호M정사이즈 캔버스 네 개와 55x55cm 변형 캔버스 한 개면 좌대의 형태를 가진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말장난스러운 작품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형태이므로 최대한의 확장성을 가진다. 이 장품은 서수한밴드 전시의 1.5버전, 다시 말해 두번째 전시로 이행하는 바로 전 단계 프로토타입에 해당한다.
Canvases_Wooden pedestal, 55x55x80cm, 2014
서수한 밴드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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