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공간눈
2015년 5월 22일 ~ 2015년 6월 4일
복어갈비뼈, oil, spray, graphite, enamel on canvas, 162.2x13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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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가보았지만 거기에 아무것도 없었고 그래서 그냥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릴없이 왔다갔다만 하다돌아오기를 몇 번이나 그랬다. 이번에도 혹시나 한번 가봤더니 역시 아무것도 없었고, 나도 참 머리를 굴려야지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헛탕치고 시간만 허비하는 것 같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 진동이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어 보니 재웅씨에게서 온 문자였다.
[앞으로 세발자국 가시오]
나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내 생각에 이건 하나의 불운이다. 불운이 어떤 것인지는 누구나 안다. 불운이라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또 내가 볼 때 이건 하나의 불운이다.
숨을 깊이 한번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리고 당당히 앞으로 세발자국을 갔다. 그러자 몇초 후 다시 진동이 울렸다.
[뒤로 세발자국 가시오]
나는 매우 짧은 한순간 그 여름 저녁의 냄새와 빛을 떠올렸다. 내가 좋아하던 한 도시, 그리고 가끔씩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던 어떤 시각의 새로이 찾은 소리들, 마치 자신의 피로한 마음속으로부터 찾아내듯이 하나씩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이미 고즈넉하게 가라앉은 대기 속에서 들려오는 과일장수의 확성기 소리, 작은 공원 사이로 참새들의 마지막 지저귐 소리, 예수전도사들의 부르짖음, 번화가 사거리 길에서 울리는 버스의 마찰음, 그리고 전철로 위로 밤이 기울기 전에 하늘에서 반향되는 어렴풋한 소리, 모든 것이 나에게는 맹이 더듬어 찾아가는 행로와도 같은 것이 되어 주었다.
허리를 꼿꼿히 세우고 어깨를 펴고, 뒤로 돌아 다시 당당한 발걸음으로 한발, 두발, 세발자국 디디는 그 순간 밑바닥에 얇은 판자는 부서지고 그 밑에 설치된 배수관 속으로 곤두박질쳤고 관따라 굴러내려가 그 밑 물웅덩이로 퐁당 빠졌다.
2015년 5월 23일(토) 오후4시



출처 - 대안공간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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