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5년 11월 10일 ~ 2015년 11월 22일
"쓰레기는 우리 시대의 가장 괴로운 문제인 동시에 가장 철저하게 지켜지는 비밀, 모든 생산의 어둡고 수치스러운 비밀이다."
- <쓰레기가 되는 삶들> 지그문트 바우만
사진가 성동훈의 <밀락원 密落園>은 이 비밀, 어둡고 수치스러운 비밀에 관한 사진적 보고서이다. 쓰레기라는 괴로움이 없는 누군가의 ‘낙원(樂園)’을 위해서 비밀스럽게 폐기된 땅이 존재하고, 그곳에는 또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제목이 ‘밀락원 密落園’.
실제로 필리핀 세부 섬의 쓰레기 폐기장은 ‘이나야완(INAYAWAN)’ 즉 ‘추방당한 자들의 땅’이라고 불린다. 타의적으로든 자의적으로든 이 시대와 자본주의 사회의 패러다임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산다. 언제부터 쌓였는지 모를 수 백 수 만 톤의 쓰레기들이 끝없이 펼쳐진 그야말로 거대한 ‘쓰레기 산’에, 실체가 있음에도 존재의 기록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쓰레기에 의존하여 하루하루 생존해가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멀지 않은 ‘방타르게방(Bantargebang)’도 쓰레기 산의 다른 이름이다. 하루 6,200톤씩 생산되는 쓰레기들이 ‘가능한 도심에서 멀게,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이곳으로 옮겨져 아파트 10층 높이를 이루고 있다. 약 500개의 판잣집에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산에서 밤낮으로 쓰레기를 해체하며 살아가지만, 역시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사진가 성동훈이 필리핀 세부섬의 쓰레기 산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은 2010년이었고, 그때 느낀 감정은 ‘불편함’이었다. 그것은 마치 필리핀에서 처음 ‘코피노(필리핀에 남겨진 한국인 2세)’를 마주쳤을 때 들었던 느낌과도 같은 것이었다. 결국 그 불편함 혹은 문제의식이 코피노를 사진으로 찍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듯이*, 이 ‘추방당한 자들의 땅’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뷰파인더라는 하나의 눈을 더 가진 사진가 성동훈의 눈이 보았으므로.
바우만은 다시 말한다. “우리는 쓰레기를 보지 않음으로써 보이지 않게,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생각할 수 없도록 만든다.”라고. 그렇다면 성동훈의 <밀락원>은 사진이라는 방식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현실을 직시해서 ‘보게’, 그럼으로써 ‘생각하게’ 만든다.
* 성동훈의 첫 전시작 <강제된 이름 코피노>는 다큐멘터리사진가들이 사진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서 그 수상의 의미가 두드러지는 <온빛사진상>의 제3회 수상작이었다.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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