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 대구
2017년 9월 7일 ~ 2017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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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에서 기획전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를 개최한다. 김소리와 이윤성, 옥승철 등 세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신화와 우상 심리현상을 하위문화의 감성으로 표현한 작품 20여 점을 전시한다. 제9의 예술로 자리 잡은 만화 장르를 적극 수용한 이들 작가들의 시각 언어는 오늘날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모호한 경계 위에서 시각문화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김소리는 어린 시절 어린이들의 슈퍼 히어로 중 하나였던 일본의 로봇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인 ‘건담’을 신화적인 존재로 재탄생시키는 조형 작업을 피겨와 회화로 선보인다. 한편 만화적 기법을 이용하여 인물의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표현하는 옥승철은 부정적인 표정을 부각시켜 현대의 사회현상을 재치 있게 해석한다. 마지막으로 이윤성은 그리스 신화나 성경의 이야기 속 인물을 미소녀로 둔갑시켜 일본 만화 형식으로 재구성하여 혼성된 시각적 유형을 만들어 낸다.
이렇듯 세 명의 참여 작가들은 고대 그리스의 신화적 인물에서부터 현대의 영웅적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욕망과 심리에 대한 실험을 모색한다. 불멸의 존재를 상정하여 인간의 유한성을 초월하고자 한 인류의 오랜 도전 속에 감추어진 원형적 욕망의 스펙트럼을 이번 전시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흥미롭게 보여준다.
작가소개
김소리
김소리는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건담’을 주제로 피겨(figure)와 회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건담은 ‘기동전사 건담’라는 이름으로 1979년 일본 TV 아사히에 최초로 방송된 애니메이션이다.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수많은 연작 시리즈와 외전들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건담에 대한 높은 평가는 모빌 슈트(mobil suit)로 불리는 로봇의 디자인에 있었다. 이 디자인은 극단적인 디테일을 보여주는 플라스틱 모형 제품으로 등장하게 되었는데, 건담 프라모델을 뜻하는 일명 ‘건프라’라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바로 작가 김소리는 일반적인 모델러가 아닌, 예술품을 창조하는 작가로서 건담에 접근하고 싶었다. 틀이 정해진 고정된 부속품들을 얼마나 더 완벽하게 재현하는가는 그에게 문제가 아니었고, 그보다는 ‘의미를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에 집중했다. 그의 작업은 어린 시절에 만들었던 오브제를 단순하게 소유하는 차원이 아닌, 시공간을 역행하여 이끌어낸 지난 기억과 감성을 공유하고 ‘작품’으로서의 승화된 가장 트렌드한 문화를 제공하는데 있다. 바로 이번 전시에서 김소리는 피겨와 회화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어린 시절 소년들의 히어로였던 건담을 신화적인 존재로 재탄생시킨다.

김소리, Hybrid Gundam RX-78-2_mixed media_35x35x31cm_2011
김소리, 승리의 여신 (Victoire de Samothrace Remaster ver.)_mixed media_50x50x45cm(높이)_2017
옥승철
옥승철은 만화적 기법을 이용한 표현 기법을 통해 사회 현상에 대한 재치 있는 해석을 가한다. 그가 그려낸 화면들은 하나같이 클로즈업된 인물의 얼굴들로 가득 차 있는데, 이들의 표정은 익살스럽거나 충격에 휩싸여있거나 공포에 떨고 있는 등 부정적인 모습을 띤다. “폭탄이 터지고 난 후 그 자리에 피어 오르는 연기는 실재했으나 곧 사라질 허상이다"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클로즈업된 인물들의 과장된 표정 이면을 말하고자 한다.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세대교체는 물론 문화적 교류와 충돌이 숨 가쁘게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시대적 환경에서 성장해온 작가는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화 간 충돌을 눈여겨봐왔다. 바로 그와 같은 충격을 반영하는 듯한 캐릭터들의 인상적인 표정은 긴장과 폭력이 팽배한 오늘의 상황에 대한 풍자와 더불어 인간성을 상실한 현대인의 일면을 서슴없이 보여준다. 그의 그림은 일본 만화 특유의 정형화된 표현에 지배적인 영향을 받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일본만화의 영향 아래 형성된 한국 만화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작가의 이와 같은 표현법의 맥락 자체 또한 우리나라의 문화적 충돌과 혼성 상태를 반증하는 시대적 증거물이 된다.

옥승철, Taste of green tea_acrylic on canvas_120x120cm_2017

옥승철, Helmet_acrylic on canvas_120x120cm_2017
이윤성
이윤성은 그리스 신화나 성경의 이야기를 일본 만화의 형식으로 재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을 일본 만화에 등장하는 미소녀로 둔갑시켜 새로운 유형의 신화를 만들어 낸다. 출품작 중 하나인 <다나에>에서 작가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미소녀의 모습을 삼면화의 형식으로 그려냈다. 손자로부터 살해를 당한다는 신탁의 비극적 운명을 막으려는 아버지에 의해 감금된 다나에가 황금비로 변신한 제우스를 만나는 장면은 서구 회화사에서 널리 알려진 도상의 전형 중 하나이다. 대개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진 다나에와 달리 이윤성이 그리는 그녀는 쏟아져 내리는 황금비를 배경으로 기쁨과 슬픔, 분노, 두려움, 혐오, 놀람과 같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모두 보여준다. 이를 위해 작가는 주로 만화책이나 디지털 게임과 같은 대중문화의 시각매체에서 사용하는 프레임 분할법을 회화에 적용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신작인 <헬리오스>는 작품의 뜻 그대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양신을 그리고 있다. 원래 신화 원전에서 헬리오스는 눈부신 광채의 황금 머리칼을 지닌 아름다운 젊은이로 묘사되는데, 네 마리의 날개 달린 천마들이 이끄는 불 수레를 타고 매일 새벽 동쪽 인도 땅에서 서쪽 오케아노스로 내려가는 여행을 한다. 그러나 이윤성의 헬리오스는 희희낙락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미녀로 대체되는데, 그의 작품에서 주요 인물의 성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되는 일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여기서 나아가 기계적으로 도안화된 별무리로 빛의 반짝임을 처리하는 일본 만화 특유의 표현법을 동원하는 등 이윤성은 신화 속 인물들을 현대 청년들의 하위문화로 소환하여 새로운 구성을 시도한다.

이윤성, Danae blue_oil on canvas_261x194cm_2015

이윤성, Helios_oil on canvas_73x117cm_2017
출처 : 스페이스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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