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미술관
2015년 9월 4일 ~ 2015년 11월 15일
단색화 - 구도의 행

1975년 일본 동경화랑에서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 흰색>전이 개최되었다. 전시에 초대되었던 작가는 ‘권영우’, ‘박서보’, ‘서승원’, ‘이동엽’, ‘허황’이었는데, 당시 이들의 작품제작경향을 보면, 권영우는 캔버스에 젖은 한지를 붙여 마르기 전에 손가락으로 짓눌러 찢는 행위를 반복하는 작품을 제작했고, 박서보는 캔버스에 흰 물감을 칠하고 마르기 전에 연필로 일정한 속도로 반복해서 그리는 ‘묘법’시리즈를 발표하던 시기였다. 서승원은 흰 한지를 겹쳐서 제작한 작품을 ’71년 ‘AG’그룹전시회에 출품했었고, ’72년 ‘앙데팡당’전에서 1등을 한 이동엽은 흰 바탕에 유리컵을 그린 작품을 출품하여 수상했다. 같은 전시에 허황은 흰색 베개이미지를 그려 출품했다. 이런 일련의 작가들 작품을 모아 동경에서 열렸던 전시가 바로 위의 전시였고, 현재까지 꾸준하게 한국미술사와 미술비평계에서 많은 논문이 발표되고 여러 토론과 세미나가 이어져오면서 관심을 끌어왔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 콜렉터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높은 가격으로 낙찰되어 한국경매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한국 현대미술작품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일반인들조차 많은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소위 단색화를 대표한다고 알려진 작가의 작품들은 말 그대로 인기최고이다. 이런 상황 혹은 현상을 조망해보고자 부산시립미술관은 단색화의 2세대라고도 평가받는 김태호를 초대하여, ‘김태호 공간구조를 조작하다’ 전시를 연다. 이와 함께 단색화를 조망할 수 있는 부산시립미술관 소장품 기획전 ‘단색화-구도의 행’ 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부산시립미술관 소장품 중에서 단색화와 관계된 작가와 작품만으로 구성했다. 물론 단색화 전모를 알려줄 많은 작가와 작품이 누락되었지만, 단색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에는 충분한 전시가 될 것이다. 단색화는 사실 우리 한국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사조이면서도 한편으로 여전히 평가가 진행되는 과정에 있는 사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지 ‘모노크롬’(Monochrome)이라는 용어뿐만 아니라 ‘모노파’, '모노톤 아트'(Monotone Art), 최근에는 한 가지 색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뜻으로 '단색화'(Dansaekhwa)라는 말도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모노크롬으로 부를 수 있는 작품들은 1950~60년대에 이미 서구에서 많이 제작되던 방식이었고, 모더니즘 미술의 극단적인 자율성 강령으로 장르의 본성을 쫓아 환원하여 제작과정에서 작가개입을 최소화하는 미니멀 아트(Minimal Art)를 대표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양의 자연관 혹은 ‘무계획의 계획’이라는 한국미를 쫓았던 이들의 작품은 모노크롬이라는 철저한 계획과 논리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자신의 의도에 혹은 철학과 예술의지에 의해 제작되었던 미니멀아트와 모노크롬 작품들과 달리 백색이라는 인위적 조작이 전혀 없는 또는 그런 상태로 회귀하고자 한 작가의 반복된 구도행위로 물성이 드러나게 하는 단색화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전시의 제목이 <단색화-구도의 행>이 된 것이고, 작품에서 그것을 찾는 것은 감상자의 몫이 될 것이다.
출처 - 부산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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