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9년 5월 14일 ~ 2019년 5월 19일
손기헌_다시보기#32 Pigment based Inkjet on Matte paper 30x20c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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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은, 반복적인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소소한 일상의 기쁨’이라는 말이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잃어본 사람은 누리던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사진가 손기헌은 1997년, 그해에 늘 지속되리라 여겼던 일상을 잃었다. IMF로 부친이 운영하던 회사가 도산하면서 빚쟁이들이 집으로 들이닥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손기헌은 갑자기 닥친 갈등과 불안을 겪으면서, 어린 나이임에도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웃고 즐거워하던 작은 행복들’이 멀어지는 것을 실감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불행의 시간은 몇 년이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손기헌은 사춘기를 보내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탈출구를 찾기 위해, 늘 지나치는 대상이나 풍경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애썼다. 그 훈련은 시간이 지나자 그의 삶의 방식이 되었다.
브레송의 시선은, 그 시선이 보는 장면에 주어진다. 아니, 그 장면에 열중한다고 하는 것이 좋겠다. 그 시선은 장면 속으로 한껏 빠져들어 감으로써 결국 사진 속으로 도주했다가, 또 이렇게 저절로 만들어져서 저절로 인물과 배경의 표면으로 떠오른 그 이미지로부터 우리들 쪽으로 되돌아 올 수 있게 된다. 그 시선 속에서, 그 시선으로써, 그 시선에 의해 송두리째 노출되고 외화 된 그 인물과 배경의 표면으로 떠오른 이미지는 카메라의 필름과 우리 자신의 눈에 감광하여 새겨진다.1)
전공하던 영화연출 영상 과제의 사진 콘티 작업을 하면서 DSLR 카메라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그것이 본격적인 사진작업의 계기가 되었다. 그는 세계적인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비비안마이어’, ‘마틴파’ 등의 작품으로부터 ‘시선’의 중요성을 배웠고, 사진작업을 이어나가는 데 힘을 받았다고 말한다.
수년 간 촬영한 사진들을 <다시보기>라는 제목으로 엮은 그의 전시작에는 눈을 잡아끄는 강렬한 배경도, 낯설고 기이한 장치도 없지만 지루하지 않다. 그만의 시선으로 포착한 장면들에는 재치와 따뜻함이 담겨있다. 오랫동안 불안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자 노력한 덕분일 것이다. 그의 사진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사용된 ‘소확행’이라는 단어와 어울린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그는 사진으로 실현했다.
많은 부분을 외부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손기헌의 사진은 ‘나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운다. 손기헌 사진전 <다시보기>는 5월 14일부터 일주일간 류가헌에서 열린다.
1) 『내면의 침묵(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찍은 시대의 초상)』,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김화영 역, 열화당, 2006.
출처: 사진위주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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