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랩반
2021년 10월 10일 ~ 2021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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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행위 이해하기
아주 오래전, 누군가로부터 예술이 시작되었다. 그는 손가락 하나로 모래흙 땅 위를 쿡 눌렀고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또 오랜 시간이 흐르고 다른 누군가는 나뭇가지 막대기로 흙모래 땅 위를 주욱 그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손에 묻은 동물의 피를 스윽 문질렀다. 걸쭉하게 변한 흙 반죽 덩어리를 조몰락거렸다. 돌멩이 두 개를 쌓았다. 보이는 것을 흉내 내어 그렸고 조각하고 만들었다. 빛을 그렸다.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렸고 조각하고 만들었다. 느껴지는 무엇을 그렸다. 보이는 것 너머의 것을 그렸다. 누군가 이미 만들어진 것에 이름만을 적어 전시장에 놓았다. 색만을 채웠고, 그림을 위한 그림을 그렸다. 색을 던졌다. 사진을 찍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전시했다. 작품을 상품처럼 찍어냈다. 거리로 나갔다. 화면으로 보여주었다. 소리로 들려주었다. 사생활을 보여주었다. 세상을 보여주었다. 아무것도 없음을 전시했다. 화면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또 누군가 예술을 시작하였다.
‘시작’을 ‘이어가는’ 것. 인류가 만들어 온 예술의 파노라마 안에는 많은 ‘시작’이 그리고 그것을 이어받아 나아가는 또 다른 ‘시작’이 있었다. 2018년-2019년-2020년 그리고 네 번째를 맞이한 손지훈 프로젝트 ‘예술행위 이어가기’는 또 다른 시작을 유발하며 이어간다. 프로젝트 진행 기간에는 신청을 통해 누구나 예술 행위자로 참여할 수 있는데 참여자의 예술행위 결과물(프로젝트 현장에서 가볍게 만들거나 가지고 오거나 들려주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형태의 것)은 전시장 안에 진열된다. 또한 모든 참여자의 이름(혹은 닉네임)은 프로젝트 진행 기간에 전시장 벽면이나 웹상에 지속해서 업데이트되고 종료 후에도 남게 되는데 그들은 ‘참여 예술가’로 기록된다. 결과적으로 예술가와 비예술가를 막론하고 누구나 참여 가능했던 ‘예술행위 이어가기’ 프로젝트 참여자는 ‘예술가’가 되고 참여자의 예술행위 결과물은 ‘작품’이 되며 그것을 진열한 것은 ‘전시’로 치환된다. 사실상 전시의 주요 구성 전체를 열어 놓은 것이다. 이러한 ‘누구에게나-무엇이든 개방’하는 전시 구조를 통해 전시장에 수집된 참여자의 결과물은 직업 예술가의 창작물에 비해 ‘작품’이라 칭하기엔 빈약해 보일 수 있는데, 이것은 ‘모든 창작은 예술이 될 수 있는가?’ 혹은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는가?’와 같은 정답 없는 질문을 떠오르게 한다. 이 질문에 대한 손지훈의 대답은 참여자의 결과물을 작품으로 전면에 전시하는 것으로 표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직업 예술가의 완성도 높은, 세련된 수준의 작품을 통해 예술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전시와는 다르게 누구나 무엇이든 ‘시작하는 것’을 통해 예술을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다.
전시를 기획하고 실행한 주체로서 ‘손지훈 개인전’이라 해도 무방함에도 ‘손지훈 프로젝트’라 명명한 것은 이 전시가 손지훈 개인의 미학적 기량만을 뽐내는 전시 형태가 아님을 내포하고 있다. ‘누구나-무엇이든’ 전시에 참여할 수 있게 한 프로젝트 구조는 사실상 수백 명의 작가가 참여한, 그들의 수백 가지 창작품이 출품된 단체전으로도 볼 수 있다. 손지훈 자신의 작품이 있어야 할 전시 공간을 모두 비우고 참여 예술가에 주어진 기회와 작품으로 채워 놓은 것이다. ‘손지훈 개인전’이 작가가 만들어낸 거대한 캐슬(Castle)로의 초대라면 ‘손지훈 프로젝트_예술행위 이어가기’는 캐슬을 둘러싼 성벽과 다리와 가시덤불을 해체하고 웅덩이와 언덕을 고르게 만들어, 넓고 평평한 잔디 광장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그 광장에는 누구나 오갈 수 있고 무엇이든 놓일 수 있다.
손지훈은 이러한 ‘해체와 개방’의 방법을 통해 광장에 모인 많은 시작을 바라보며 예술을 시도하고 참여하고 찾고 바라보는 모든 이들에게 긴장된 어깨 근육을 느슨하게 풀고 팔짱을 풀어 축 늘어뜨리고 어딘 가에 기대거나 걸터앉거나 누워 보기를 제안한다. 언제부턴가 ‘예술’, ‘예술가’, ‘전시’, ‘현대 미술’이라는 단어가 갖게 된 쇠공처럼 무겁고 단단하고 빈틈없이 매끈해진 한 부분을 무한히 평평하고 얇게 늘어뜨리고 흐느적거리게 만들기 위해 두드린다. 이러한 행위는 예술 엘리트주의에 반대하며 투쟁적 태도를 취하는 것도 아니며,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고 모든 것이 예술이다!’라는 감상적 태도 또한 아니다. 그저 우리 모두에게는 동일한 출발선이 주어져 있고, 그곳에서부터 각자가 스스로 얼마나 멀리 가는가 높이 가는가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가는가에 따르는 거리 측정과 방향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것은 예술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예술이 ‘되어버리는’ 허무주의로 빠질 우려에 대해서 손지훈은 예술‘행위’라는 주도면밀한 프로젝트명으로 불식시킨다. 출발선에서부터 어디로, 얼마만큼 걸어가거나, 뛰어가거나, 혹은 머무르기를 선택하는 것은 곧 ‘행위’ 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행위’라는 유일한 조건만이 예술과 비예술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가락 하나로 모래흙 땅 위를 쿡 누르고 돌멩이 두 개를 쌓는 것에서부터 예술사조 안에서의 다양한 개념과 기술이 결합한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예술은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이어져 왔다. 인류가 만들어온 예술의 파노라마를 더 확장된 장면으로 이어가려면 많은 ‘시작 행위’가 있어야만 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출발선이 주어져 있다. 그곳에서 조금은 사뿐하게 걸어 보기를, 유연한 신체로 어디로든 스며들기를, 편안한 자세와 열린 두 팔로 누구든 손을 잡고 안아 주기를, 또 그 시작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 주기를 손지훈은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참여 예술가 1,000명을 1차 목표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출발선에 놓인 많은 ‘시작’이 함께 만들어 나아가는 진행형 예술 프로젝트로 그 목표에 비해 아직은 시작단계라는 점이 오히려 앞으로 이어갈 예술행위를 기대하게 만든다. 또한 ‘손지훈 프로젝트_예술행위 이어가기’는 출발선에서부터 정진하고 나아가 자신의 독창적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발전시킨 한 직업 예술가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도 발견해야 하는 점이다.
_김성근(레인보우큐브)
기획/진행: 손지훈
편집디자인: 남윤아
공간디자인/목공: 가오,조재홍
도큐멘팅: 오영준
글: 김성근
참여신청서: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KYn1g0UJvLR55QFqsFlSM0yHZs-w2z9RHGDD4yRD7KNMHlw/view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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