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주 류가헌
2016년 6월 14일 ~ 2016년 6월 19일
송미생. 80cm×40cm. Archival Pigment Print.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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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천이 주는 발묵과 파묵의 효과 때문에 공간은 깊어지며, 그림자와 그늘에서 발생하는 여린 파장에는 망설임이나 머뭇거림 같은 호흡이 실려 있다. 그 호흡은 비어있는 흰 공간에 여러 개의 아름다운 작은 계단을 만들어놓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계단은 깊이 들어가고 천천히 걸어 나와야 하는 나선형이다.”
사진가 송미생의 사진 <幻한 그늘>을 본, 조용미 시인의 감상 글이다. 송미생이 나무와 풀, 꽃, 나뭇가지, 잎사귀에 광목 같은 얇은 천을 덧대어 촬영한 <幻한 그늘> 시리즈는, 오히려 덮고 가림으로써 우리의 직접적인 시선으로는 잘 보이지 않거나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 어떤 것들을 드러내고 있다.
가령, 허공으로 가늘디가는 줄기를 뻗어 올린 넝쿨의 애씀, 그 줄기 끝에 피워낸 새빨간 꽃망울의 환희 같은 것들. 댓잎이나 버들잎들이 바람에 날리며 풀어내는 잎 하나하나의 사연 같은 것들.
이처럼 가림으로써 드러난 여러 가지 감각과 지각의 묘한 느낌은, 사물과의 사이에 우리가 단숨에 보아버릴 때는 존재하지 않던 어떤 공간과 시간을 부여한다(시인의 표현대로라면 사진 속 대상과 사진을 바라보는 관자의 시선에 ‘나선형’의 ‘아름다운 작은 계단’을 만든다). 그것은 아름답고 고즈넉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잔잔한 사유의 시간이기도 하다. 천 하나를 덧댐으로써 얻어진 결과다.
우리가 그저 ‘그늘’이라고 통칭해 사용하지만, 제 안에 담긴 사물이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그늘도 있고, 미농지 하나를 덧 얹혀 놓은 것 같은 엷은 그늘도 있다. 사진가 송미생이, 거기에 환영(幻影)같기도 하고, 흰 천을 덧대어 드러난 그림자라는 점에서 환영(紈影)이요, 대상의 감춰진 아름다움을 환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환영(晥影)이기도 한 그늘 하나를 세상에 내보였다. 이 전에 없던 환한 그늘은, 뒤늦게 만난 사진이 그저 좋아서 여러 해 동안 사진을 찍고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공부한 그녀가 찾아낸 그녀만의 화법이기도 하다.
이 사진들로 <동강국제사진제>에 2013년, 2015년 연속 초대됨으로써, 송미생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사진가로서 알리기 시작했다.
전시는 6월 14일부터 한 주간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린다. 전시1관에서는 풍경과 대면하는 듯 한 큰 전시작들이, 전시2관에서는 작은 전시작들이 선보여진다.

송미생. 18cm×36cm. Archival Pigment Print. 2015

송미생. 18cm×36cm. Archival Pigment Print. 2014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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