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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5일 ~ 2018년 7월 22일
[큐레이터 노트] 흙, 흑: 먹으로 눈물을 닦다
세상에는 두 가지 사람이 있다. 누구나 이상향을 꿈꾸는 듯하다. 대부분은 꿈만 꾸고, 소수지만 그 꿈을 바탕으로 자신의 현실을 가꾸는, 그렇게 침실 밖에서도 꿈을 꾸는 사람들.
예술가는 둘 중 누구일까. 애매하다. 후자일 수도 있고, 전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전자라 생각하는 경우에도, 그 창작에 충분한 힘과 진정성이 있다면, 비자발적인 후자일 수도 있다. 세상의 전자들은 작품들의 감상을 통해 과거의 자기 역사와 단절된, 후자로써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기도 하고, 원래 후자였던 감상자는 위안과 영감을 얻으며 쓰던 역사를 계속하여 쓰는데 유용한 영양을 얻게 된다.
수블랙은 후자인 듯하다, 자발적이든 아니든. 작품은 실천적인 몽상가의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는 흙이고, 병든 씨앗의 아픔을 치유하여 꽃이 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게 목탄과 먹을 풀어서 만든 검은 흙은 몬드리안의 팔레트가 되고, 회색 비구름 사이의 무지개가 되고, 무지개 다리 맞은 편의 넋을 기리는 우리 편의 노래가 된다.
그렇다, 그런 해몽의 능력까지 지닌 노래가 된다. 한 사람의 꿈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악몽일 수 있음을 가르치는 듯한 가사가 들린다. 인류가 그동안 꿈꿔온 이상향들을 다시 생각해보자. 적지 않은 수가 같은 하늘 아래의 다른 침실을 사용하는 존재에게는 지옥이었다, 지옥이다. 나치들이 꿈꾼 이상향은 수백만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다. 여성혐오자의 이상향은, 인간중심주의자의 이상향은.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다시 펼쳐본다. 강남역의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칼에 찔린 어느 여성의 마지막 비명소리를 다시 들어본다. 수시로 산란촉진제 주사를 맞으며 삶의 대부분을 A4용지 한 장 넓이의 우리 속에 갇혀 살다가 폐경기가 되자 자기 어머니,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목이 잘린 닭의 울음에 경청해본다. 현실, 이상향, 그리고 그 둘을 살고 꿈꾸는 작가의 작품들을 보니, 내 무형무색의 귀마개가 벗겨진다.
기획: 안재우
포스터 디자인: 안마노
출처: 17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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