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문화
2018년 11월 15일 ~ 2018년 12월 9일
기획전 《스테이트-포인트state-point》는 한국사회의 집단적 주체인 민중, 민족과 같은 개념이 점차 사라진 1987년 이후, 1990년대부터 시작된 개인화 시대의 시간성을 살펴본다. 국가 이데올로기가 그 효력을 잃은 시대에 개인주체의 위상은 변화되었고, 각개전투와 개인의 문제로 환원되는 세대론의 프레임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집단이 상상하던 미래가 흩어지고 개별의 성취와 현재를 사는 개인만이 남게 된 것이다. 아울러 1990년대 발생한 일련의 징후적인 사건 또한 결코 오지 않을 미래를 지속적으로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한국사회의 잃어버린 시간을 삭제, 청산하려는 움직임과도 맞물리며 현재라는 시간에 당도하였다.
현재는 과거의 연속과 유산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과거는 현재에 재발굴되고, 현재적 순간들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전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무자비하게 삭제된 것, 잔존하는 잉여물의 형태로 남은 것, 기억이 온전한 경험으로 불가능한 채 남아있는 ‘현재’라는 시간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강신대, 김익현, 최윤 3인의 작가는 지금의 시간 속에서 과거라는 잠재된 시간을 포착함으로써 현재를 바라보고자 한다. 아울러 1990년대 이후 공회전하는 듯이 보이는 한국사회의 시간과 현재를 이야기하며, 미래의 형상을 다시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강신대, 김익현, 최윤 3인의 작가는 1990년대를 통과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사진, 평면, 설치 등 10여점이 전시되며, 전시 중반에는 신작에 대한 작업을 공유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예정되어 있다.
전시 서문
《스테이트-포인트 state-point》는 오늘날 시간을 체험하는 방식을 다룬다. 현재를 이루는 과거의 유산과 너무 근접해서 인지하지 못하는 현재, 체험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현재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근과거에 혁명과 유토피아적 이상을 상상했던 미래는 이제는 불가능해 보인다. 미래를 상상하던 집단적 주체는 사라졌고, 미래는 자본과 기술의 팽창된 상상력으로 대체되었다. 집단적인 주체가 기억하던 시간성은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시간대로 인식되는 것이었다. 반면, 동시대의 시간은 분절되고 파편화된 순간들로 이루어졌으며, 때로 이러한 분절로 인해 지금의 과거라는 시간대는 언제든지 취사 선택하여 꺼내 볼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했다.1) 또한 이러한 시간대 안에서 과거는 기술 매체에 의해 눈앞에 생생하게 재생되기도 하며, 시간 없는 시간성이 현재를 촘촘히 채우기도 한다. 오늘의 현재가 이러한 분절된 시간의 연속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이러한 질문을 해봄직하다. 집단적인 주체의 경험이 사라진 시대, 그리고 개인의 경험으로 체화되는 시간으로 분절된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은 어떻게 감지할 수 있을까? 순간적인 만족에 충실한 현재라는 시간성 속에서 현재 이후를 꿈꿀 수 있을까?
‘스테이트(state)’에는 국민국가, 민족국가를 의미하는 ‘네이션 스테이트(nation state)’와 개인의 ‘상태’라는 이중의 의미가 담긴다. 두 가지 의미의 스테이트가 드러내는 것은 거대사와 미시사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근접하여 서로를 지지하고 구성한다는 사실이다.2) 그러므로 개인이라는 주체가 겪는 경험은 그것이 비록 사적인 사건일지라도 한국사회의 서사를 비출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주체의 위상 전환이 일어난 때는 1987년 이후로 보인다. 1980년대에는 국가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는 민중, 민족과 같은 집단적 주체의 공동의 기억이 개인을 구성했던 시기였다. 1987년, 표면적인 민주화 이후 집단으로 호명된 주체는 거대서사의 종료와 함께 흩어진다. 1992년 문민 정권과 함께 ‘보통사람’, 문화적으로는 ‘세대’라고 불리는 주체가 등장하고, 거대서사는 파편화되어 개인의 문제로 환원된다. 이처럼 1990년대는 주체의 위상과 그 시점이 크게 변화된 때이다. 집단화된 주체의 사라짐은 미래를 상상하는 주체의 사라짐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오로지 개인이 경험하는 개별의 시간대로, 그러므로 개인의 투쟁이 되는 시대로 진입함을 드러냈다. 아울러 1990년대 발생한 일련의 징후적 사건은 한국사회의 잃어버린 시간을 삭제하고 청산하려는 움직임과도 맞물리며, 결코 오지 않을 미래를 지속적으로 지연시키며 현재까지 당도하였다. 전시는 이렇게 시공간이 변화된 1990년대를 시간 없는 시간성이 시작된 ‘특이점’으로 전제한다.
‘스테이트’와 함께 하이픈으로 연결된 ‘포인트(point)’는 개별 주체의 상태를 말하는 상태점이기도 하고, 그 주체가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하며, 시간성 위에 위치한 지금이라는 점이기도 하다. 현재는 과거의 연속과 유산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과거는 현재에 재발굴되고, 현재적 순간들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어디선가 목격한 사건이 도돌이표처럼 다시 반복되고, 공회전하는 시간 없는 시간성 속에서 과거는 어떻게 현재화될 수 있는가. 이에 ‘포인트’는 시간의 관성을 정지시키고, 현재라는 시간을 재조직하도록 중지를 요청하는 발화점이 될 수 있다. 《스테이트-포인트state-point》는 1990년대 이후의 이러한 시간성을 유영하며 너무 근접하게 현재와 연결되어 있어 인지할 수 없었던 현재, 혹은 폐허가 되어 묻어 두었던 과거, 물성화되어 상품처럼 기억되는 과거 등과 같은 시간을 지금의 시간 안에서 떼어내려 시도한다. 강신대, 김익현, 최윤은 현재 옆에 잔존하는 인식 불가능한 시간대를 지금의 시간성 안에 이어붙이며 현재라는 시점에 다시 기입하고자 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시선은 시간의 형상을 보는 방식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렇게 이어붙이고 중단시킨 현재 속에서 시간의 틈을 볼 수 있게 한다. 우리는 어쩌면 이러한 틈, 공백을 응시하고자 할 때 미래라는 형상을 불현듯 보게 될지 모른다. / 노해나
1) 이를테면, 응답하라 시리즈와 같이 과거를 추억하는 물건으로 90년대의 시간들을 불러내거나, 레트로를 차용하는 K-POP 뮤직비디오는 과거를 통해 앞서간 이미지를 취득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과거를 소비한다.
2)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는 ‘스테이트(state)’를 이야기할 때 ‘국가’와 개인의 미시적 상황을 나타내는 ‘상태’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 둘은 대립된 것이 아니라 서로를 구성하는 조건인 것이다.
작업 소개
강신대는 자본주의의 의해 온전히 드러날 수 없는 개인주체의 위기를 말한다. 상품과 이미지로써 기억되는 시대에 작가는 상품가치로 환원할 수 없는 사물을 쇼케이스라는 프레임을 통해 보여준다. 기억 자체를 전시함으로써 사용가치, 상품가치만으로 소비되는 상품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물이 환기하는 기억을 과연 드러낼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이에 대한 실패는 예견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에게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은 시도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강신대, <As You Know>, 2018, 사물, 쇼케이스, LED, 가변설치
Kang Sindae, <As You Know>, Objects, Showcases, LEDs, Dimension variable.
김익현은 1995년에 철거된 조선총독부 건물이 철거 되면서 과거로 갈 수 있는 문은 닫힌 듯 보인다고 말한다. 이 잔해의 사진을 한 화면에 반복한 사진이 상영되는 비디오는 과거와 현재, 서로를 투영한다. 작가는 NASA의 허블망원경의 시점을 장착하고, 이 망원경의 초점이 역상의 거울의 겹침으로 분명해졌다는 사실을 전제로 과거를 향한 매체적 시도를 경유한다. 이러한 사진은 평면을 입체적으로 보기위해 사용했던 장치인 스테레오스코프(Stereoscope, 입체경)와 현재의 기술매체인 3D입체영상 프로젝터를 포괄하는 인터페이스의 연대를 상기시킨다. 매체들의 시선과 연결을 교차시키는 방식은 폐허가 된 과거를 현재로 되돌리기 위함이다.

김익현, <Phase-retrieval>, 2018, 4k 싱글 채널 비디오 루프, 가변크기
GIM IKHYUN, <Phase-retrieval>, 2018, 4k single channel video in loop, dimensions variable.
최윤은 국산과 외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잠재한 이미지들을 포착하여 제시한다. 한국의 전형적인 인테리어와 외국의 인테리어를 비교한 짤방에서 출발하여 전형화된 감각이 불러일으키는 거부감과 두려움에 대해 다룬다. 외국에 대한 이미지는 깨끗하고 투명한 것으로 여겨지는 반면, 국산에 대한 이미지는 오염되고 뒤섞인 이미지라는 관념을 회화라는 평면으로 패턴화한다. 여전히 잔존하는 한국식 전형에 대한 통념뿐 아니라 이것에 스스로 느끼는 공포라는 집단적인 감각에 대해 질문한다.

최윤, <공포의>, 2018, 스틸 이미지, 혼합매체, 가변크기
Choi Yun, <Of Horror>, 2018, still image,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작가 소개
강신대(b. 1988)
강신대는 더 이상 혁명이 불가능한 시대에 대중매체, 대중문화, 상품 등으로 위장하여 혁명의 모습을 저울질한다. 오늘날 정치적인 것은 어떤 위상에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영상, 퍼포먼스, 설치로 제시한다. 《지난하고 지난하게, 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어딘가에서》(통의동 보안여관, 2018), 《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세실극장, 2018), 《격변! 미지로부터 코레아》(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2016), 《컬랩스》(합정지구, 2016), 《사월의 동행》(경기도미술관, 2016),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5》(아트선재센터, 2015) 등의 전시에 참여한 바있다.
김익현(b. 1985)
김익현은 국가주도의 근대화 속에서 역사화되지 않았던 사건, 사고를 조사, 연구하고 매개하여 잠식되었던 과거의 형상을 사진매체로써 제시한다. 개인전 《Looming Shade》(산수문화, 2017)을 열었으며, 《SeMA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 (서울시립미술관, 2016), 《A Snowflake》(국제갤러리, 2017) 등에 참여 했다. 이와 함께 《더 스크랩》, 《장면과 국면》(문화역서울284, 2018), 《서울루나포토 : Chat》(보안여관등, 2017) 등 사진에 관련된 전시와 이벤트를 공동 기획하기도 했다.
최윤(b. 1989)
최윤은 현대에도 여전히 발견되는 한국의 통속적이고 전형화된 이미지를 재생산하고 확장함으로써 한국사회에 남아있는 근대의 잔여와 인식체계를 설치, 영상 등으로 제시한다. 개인전 《하나코, 윤윤최, 최윤 개인전》(아트선재센터, 2017)을 연 바 있으며, 부산비엔날레 《비록 떨어져 있어도(Divided We Stand)》(구 한국은행, 2018), 광주비엔날레 위성 전시 《이제 오늘이 있을 것이다》(광주시민회관, 2018), 《A Snowflake》(국제갤러리, 2017), 《Shame on You》(두산갤러리 뉴욕, 2017) 등에 참여 한 바 있다.
기획자 소개
노해나(b. 1986)
회화과와 예술학과를 졸업하였고, 해외에서 열린 민중미술 전시를 주제로 다룬 석사논문으로 동시대에 민중미술의 정치적 가능성을 보고자했다. 케이크갤러리에서 기획전《분석적 목차》(2014), 조혜진 개인전《한시적 열대》(2014)를 기획했고, 다수의 전시 연계 출판물을 만들었다. 광주 ACC 아시아문화원에서는 사진, 건축, 도시 등을 주제로 수집과 전시를 하는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획: 노해나
코디네이팅: 이현인
후원: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출처: 산수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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