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2016년 4월 8일 ~ 2016년 4월 17일
1 / 4

‹시간의 빗장이 어긋나다›는 역사적 전환기에 일어난 중요한 두 전시를 재연하고, 미래에 벌어질 하나의 행사를 시간을 당겨 펼쳐 보이는 기획이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활동했던 아랍 철학자 이븐 아라비는 ‘시간은 유동적인 공간이며 공간은 얼어붙은 시간’이라는 관념을 주창했다. 이 전시는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과거와 미래의 시간, 서로 다른 대륙의 세 도시를 넘나들며 이미 일어난 예술 행사와 앞으로 벌어질 행사를 오간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장소와 현재의 상황에서 비롯하는 제약을 살핀다.
‹시간의 빗장이 어긋나다›는 1974년 바그다드에서 열린 제1회 ‹아랍 예술 비엔날레›와 1989년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방가르드› 전시를 소환한다. 이와 더불어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2022년에 개최될 행사를 미리 그려본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펼쳐졌거나 앞으로 벌어질 세 가지 미술 행사를 전시 공간에 놓인 동시대 예술 작업들의 배경으로 제시한다.
첫 번째 배경은 바그다드에서 열린 ‹아랍 예술 비엔날레›다. 비엔날레를 개최하기 위한 협약은 아랍권에서 활동하는 조형 예술가 연합이 1973년 시리아 다마스커스에 모여 마련했다. 1973년은 이후 세계 석유 위기로 이어진 아랍-이스라엘 전쟁으로 짧게나마 아랍 민족주의가 되살아났던 시기이다. 이러한 조건들은 예술가, 작가, 사상가들이 힘을 모아 아랍권을 아우르는 비엔날레를 시작하게 했다. 아랍 국가들의 수도를 두루 거쳐 열릴 계획이었던 이 비엔날레는 1976년 모로코의 라바트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랍 민족주의 사상은 무너졌고, 아랍 예술 비엔날레라는 기획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 배경은 1989년 베이징의 국립 중국미술관에서 예술가, 큐레이터, 비평가들이 열었던 ‹중국/아방가르드› 전시다. 중국 동시대 미술의 역사에서 큰 영향을 남겼다고 여겨지는 이 전시는 천안문 사건이 벌어지기 몇 달 전에 열렸고, 같은 해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도 했다. 당국에서는 몇몇 도발적인 퍼포먼스 작품을 문제 삼아 개막 후 세 시간 만에 전시를 중단시켰다. 특히 샤오루 작가가 설치 작품 ‹대화›에서 총을 두 차례 쏜 것이 문제가 됐다. 이 작품은 작가가 경찰에 자수하며 완성되었고, 조사 결과 퍼포먼스에 쓰인 총은 공산당 고위 간부의 이름으로 등록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사흘 간 전시가 이어지던 중 전시장에 세 개의 폭탄을 설치했다는 익명의 협박 편지로 강제 중단되었다.
세 번째 배경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열릴 미래의 행사인 ‘적도 컨퍼런스’이다. 이 행사는 북반구의 선진국이 아닌 지구 남반구의 예술가들에게 초점을 맞추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들이 모여 개최한 1955년 반둥 회의의 반향을 담아낸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는 국가가 붕괴하거나 식민지 시절 세워진 국경이 새롭게 변하는 등의 거대한 변화들이 일어나고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간의 빗장이 어긋나다›는 시공간을 오가며 정치와 예술의 복잡한 관계를 살피고, 이것이 큰 역사적균열이 일어나기 전과 후에 어떤 위치에 놓이는 지를 검토한다. 이 전시는 전제적 국가 구조 앞에 놓인 예술가들의 제스쳐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국경을 넘어 식민-제국주의 권력에 맞서는 연대를 모색하며, 국가의 경계 너머를 바라본다.
기획
타렉 아부 엘 페투

천안문 사태, 1989

아랍의 봄, 2011
바스마 알샤리프, 마르와 아사니오스, 히샴 베노후드, 차오 페이, 하산 칸, 마하 마문, 알렉산드라 발리쉐브스카, 바심 막디, 라두안 므리지가, 조 나미, 박찬경, 왈리드 라드, 칼릴 라바, 서민정, 콘라드 스몰렌스키, 송 타 , 왕 닝더
출처-국립아시아문화전당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