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의동 보안여관
2020년 6월 12일 ~ 2020년 7월 5일
식물계 Plantae
; The World of Plants
보안1942(통의동 보안여관)의 2020년 상반기 기획전시 《식물계》는 식물이 우리의 일상에서 어떠한 존재로 위치하는지 확인하며 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방법에 대해 살펴본다. 식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부분들이 일상에서 작동되고 있다. 식물로부터 발생된 산소를 통해 우리는 호흡하고 섭취하는 영양분의 대부분을 제공받으며 석탄, 석유 등 식물이 퇴적되어 얻어진 화석연료는 인간의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개발로 인해 동식물의 환경에는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동물과 달리 즉각적인 이동과 소통이 불가능한 식물은 수동적이지만 견고하며 세밀한 생존 방법을 찾게 되었고, 제한된 환경에서 인간 및 동물과 상호작용하며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때 식물의 움직임은 더 나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 뿌리내린 장소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행동을 말한다. 한자리에서 성장하며 생존하는 동안 수집한 정보들을 통해 외부의 변화들을 흡수하고 최적의 환경으로 인식하게끔 적응하며 인간과 공존해가고 있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을 일컫는 명칭들은 주로 소(모)품화하고 인간이 원하는 환경에 맞춰 그들이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이 식물을 제어하고 통제하려는 지속적인 태도는 인류의 생존에서 더 나아가 유희하는 소재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식물은 인간과 함께 공생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존 전략을 짜며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우리와 공존하고 있는 식물의 환경과 모습을 이번 전시 《식물계Plantae》 즉 식물의 세계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 《식물계》의 세 명의 참여작가 미켈레 롯다, 이소요, 전혜주가 설치, 판화,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간이 지배한 환경 속에서 식물이 어떤 변화를 겪고 적응하였는지 보여준다.
먼저 전시의 초입에서 제주도 동백나무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소요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소요는 3개월간 제주도의 자본화가 남기고 간 혼종된 환경들을 지닌 장소들에 방문하고 동백나무들을 관찰하여 표본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커다란 잎이 찍힌 판화가 관람객과 조우하는데 싱가포르의 최대 식물원인 보타닉 가든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미켈레 롯다의 작품이다. 표면이 자세히 보이는 커다란 잎을 종이에 그대로 찍은 작품에서 식물의 시간과 장소을 유추해볼 수 있으며 생명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신관 지하전시장에서는 진열되어있는 슬라이드 표본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전혜주가 도심 속에서 채집하고 수집한 물질들이다. 이 슬라이드에는 화분花粉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와 미세플라스틱, 화학물질 등이 담겨있을 수도 있다. 전혜주는 작은 입자를 자연과 도시 그리고 인간이 혼종 되어 있는 현시대를 확인할 수 있는 단서로서 보여준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인간이 조성해놓은 환경에서 살고있는 식물의 모습들을 자세히 보여주며, 어떠한 방법으로 현생태계 속에서 생존하고 있는지에 대해 작품들을 통해 말하고 있다.
《식물계》 전시가 진행되는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반면에 전 세계 곳곳에서 자연의 변화에 대한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이번 사태를 통해 인간이 식물을 포함한 다른 생명들에게 얼마나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었는지 그리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구의 많은 영역을 우리가 차지하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 계기되었다. 인간은 인간만이 도덕적이고 이성적이며 사고하는 생명체라 판단하여 다른 생명들을 포식하는 위치에 서있다. 그리고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통해 다른 생명들을 바라본다. 알도 레오폴드 Aldo Leopold의 환경수필집인 『모래 군의 열두달』의 <토지윤리>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오랜 트로이 전쟁에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자기가 집을 비운 사이
비행을 저지른 하녀들을 무더기로 목을 매달아 처형했다.”
레오폴드는 오디세우스가 하녀들에게 한 행위는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동일하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다. 오디세우스가 하녀들을 인격체로서 존중을 하지 않고 본인의 재산으로 인식하였는데 지금 우리도 식물을 포함한 대지의 모든 생명을 재산으로 생각하며 이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레오포드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제시하였는데, 자연의 어느 누구의 재산이나 소유물이 될 수 없으며 대지 위의 모든 생명에게 윤리가 확장되어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식물을 동등한 생명체로 인지하고 더 나아가 공생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확장된 전일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인간의 오래된 과거로부터 식물은 여러 변화를 적응하며 현재까지 함께 존재하기에 미래를 계획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식물을 대하는 태도부터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식물을 위해 할 수 있는 사소한 행동들이 실천되어야 하지만 그 실행은 식물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인식과 존중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참여작가 및 작품소개
미켈레 롯다 Michele Rodda
미켈레 롯다는 이탈리아 출신 식물학자이자 현재 싱가포르의 최대 식물원인 보타닉 가든에서 근무하며 활동 중이다. 작가는 동남아시아와 인근 지역에 있는 협죽도와 아과(박주가리아과, 페리플로카아과, 세카모네아과)의 분류학과 진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식물 일러스트레이션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있어 판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일본의 식물학자 이토 케이스케에게 영감을 받아 네이처 프린팅과 스케치 작업을 시작하였으며 작가는 이를 통해 예술과 과학의 융합으로 느낀다.
미켈레는 네이처 프린팅Nature Printing 기법을 주로 이용하여 작업하는데 이는 보통 잎이나 꽃과 같은 자연물들을 직접 압착하여 찍어내는 방법이다. 네이처 프린팅 기법은 식물을 기록하는 방법 중 하나로 적은 도구만으로도 작업이 가능하며 식물의 매우 세밀한 세부 모습도 포착할 수 있게끔 해준다. 작가는 싱가포르와 열대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각각 지니고 있는 특수성을 잘 보여질 수 있도록 제작하였다. 식물들이 자라나는 환경에 따른 공통된 특징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잉크가 종이에 스며드는 시간과 더불어 식물이 지나온 세월까지 느껴지게 제작한다.
이소요 Soyo Lee
이소요는 생물을 시각적 정보나 조형으로 환원하는 문화적 관습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생명과학과 자연사 그리고 예술이 맺는 방법론과 가치관을 주로 탐구한다. 1인 출판사 “생물과 문화”를 운영하며 생물을 다루는 예술작품들을 책의 형식으로 펴낸다. 미국 렌슬리어공과대학 예술학과에서 미술과 과학사 학제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시립미술관, 호주국립미술관, 백남준 아트센터, 미국 필라델리아 의사학회 산하 뮈터 의학 박물관 등에서 전시를 하였다.
이번 《식물계Plantae》 전시에서 이소요는 제주도 동백나무를 다룬다. 작가는 생명을 다하거나 상처를 입은 식물의 이미지가 인간의 사회 속 재난 서사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사례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 때 화가 강요배의 작품에 등장하는 제주도 동백나무를 마주하게 되며 <제주도 동백나무와 보낸 이틀 — 그림 속 식물의 생태적 주관성을 상상하며>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자본주의로부터 교란된 환경에서 자생하는 식물과 지역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현장을 찾아 나선 기행문이다. 작가는 2020년 2월부터 5월사이 제주도 마을의 조경수, 100여 년 전 조림된 방풍림, 전쟁과 산업화로 훼손된 숲과 산에 천이되어가는 자생지 등 각각 다른 환경을 지닌 장소에 방문하여 동백나무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고 이를 표본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동백꽃이 대중에게 흔히 붉은 꽃, 추모의 뜻을 지닌 꽃, 자원으로 쓰이는 기름이 아닌 새롭고 다채로운 모습들을 포착하여 소개한다.
전혜주 Hye Joo Jun
전혜주는 도시의 공간에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과 흔적들의 사회, 역사, 생태적 의미를 탐색하며 그것들이 갖고 있는 동시대적 의미를 찾아가고 재발견하는 과정들에 관심이 있다. 각 지역과 장소들을 연구하며 수집한 역사적 흔적이나 작가가 흥미롭게 생각한 대상들을 설치작품과 오브제들로 재구성하거나 공공장소에 개입해보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자연물이나 데이터, 사운드, 건축물 부재 등 여러 형태의 소재들을 청각, 촉각, 시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경험될 수 있는 미디어 설치 작품으로 구현하고 있다.
전혜주는 도심 속에 존재하는 미세한 입자들을 찾아 수집하고 기록한 과정들을 이번 《식물계Plantae》 전시에서 보여준다. 우리가 숨 쉬고 있는 공기 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물질들이 혼재 되어있다.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그리고 이에 달라붙어 날라 다니는 화학물질뿐만 아니라 지금 전 세계를 패닉에 빠지게 한 판데믹현상의 원인인 바이러스 등이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모든 대상과 장소에서 접촉을 예견 할 수 없는 익명의 물질들로 가득하다. 화분학(花粉學) 전문가들은 남겨진 화분의 흔적을 연구해 고고학, 법의학 등의 분야에서 오래된 문명의 역사나 과거 사건의 중요한 단서와 알리바이를 찾는데 활용하고 있다. 화분은 우리의 일상을 행적으로써 기록하고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가 인지하고 있던 생태적, 경제적, 사회적 시스템의 전 지구적 연속성은 지도에 그려진 각종 경계선들은 미시적 차원에서 존재하고 연결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전혜주는 전시장에 진열되어있는 슬라이드 표본 위의 미세한 입자들이 바로 도시, 인간, 자연의 서로 다른 창조물들이 뒤엉켜 생동하는 현대문명을 대변하는 단서들이라 생각하며 미시적 세계관에 대한 생각들을 증명하고자 진행하였다. 작가가 생활하는 일상의 모든 영역과 자신의 몸을 수색하며 발견한 화분의 확인 과정을 기록한 결과물들이 관객에게도 이번 재난과 지구를 바라보는 관점을 미시적 세상으로 옮겨보는 기회로 작동되길 바란다.
참여작가: 미켈레 롯다, 이소요, 전혜주
주최: 통의동 보안여관
디렉터: 최성우
기획: 박승연
그래픽 디자인: 파이카
공간디자인 및 설치: 홍민희
촬영: 유용진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찬: 히노키랩
협력: 심다
출처: 통의동 보안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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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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