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바프로젝트
2025년 6월 2일 ~ 2025년 6월 28일
오늘날 자산 수익률, 교육 수준 지표, 팔로워 수와 좋아요 수 등 자연화된 계량 기호들로 포화된 동시대의 풍경 속에서, 예술의 비판적 잠재력은 새로운 기호를 추가하거나 그 논리를 긍정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기호들이 중립적이며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체제 자체를 방해하고 질문하는 데 있다. 이것은 특정 이념을 천명하는 전통적인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라, 세계와의 다원적이고 환원 불가능한 만남을 위한 공간을 여는 윤리적 제스처다. 이는 현실을 포착, 측정, 교환 가능한 것으로 환원하는 평면화에 맞서는 태도이기도 하다.
신동민의 작업은 “제시의 실패”를 전면화하는 미학이다. 그 실패를 애도하기 위함이 아니라, 표현 외부에 공존하는 타자성을 수용하기 위해서다. 신동민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유령”은 현재의 지식 체계와 기호 체계가 설명할 수 없는, 잉여적이고 동화 불가능한 나머지를 가리킨다. 여기서 유령은 상실된 대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보이는 것”의 한계 자체를 상기시키는 가장자리에서 진동한다.
대서사는 하나의 거대한 빛처럼 작동한다. 그 빛은 세상을 비추고 드러내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명징하게 결정하며, 그 아래에 놓인 것들을 하나의 체계 속으로 포섭해 버린다. 한편, 유령은 밤에만, 그 빛이 사라지고 물러난 자리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유령은 표상의 명징함이 아니라 미완성, 덧없음, 연기됨의 어둠 속에 속한다. 유령에 주목한다는 것은 낮의 기호 경제 속에 편입될 수 없는 것들—불투명하고, 소외되어 있기에 시의적절하지 않으며, 아직-아닌 것들—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 그것은 또한 “해소되지 않은 역사적 사건이나 망각의 잔재”들이 역으로 현재의 사방에 스며드는 방식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유령은 이름 모를 과거의 잔여물이 아니라, 아직 실현되지 못한 가능성, 지배적 역사에 의해 폐기되거나 막혀버린 대안적 궤적들이 응축된 흔적이다. 그것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의 징후로서, 결과물이 아닌 과정, 도착이 아닌 움직임, 그리고 닫힘이 아닌 “되기(becoming)”의 시간성을 드러낸다. 유령은 역사를 방해하는 외부적 개입도, 시간과 담론의 틀 밖을 떠도는 분절된 잔해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내재된 잔여물이다. 임마누엘 칸트가 말한 “표현 불가능한(부정적 현시)” 대상이 형이상학적 저편을 가리킨다면, 유령은 체계 안쪽의 균열로서 나타난다. 그것은 인간 인식 너머의 다른 차원이 아닌, 현재의 기호 체계 속에 질서를 이루지 못하고 남아 있는 흔적, 그 질서의 내재적 파열로서 존재한다. 유령은 이야기의 응집력, 범주의 위계, 맥락의 평활화를 거부하며, 끊임없는 현재에 머물기에 역설적으로 “더 순수한” 역사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신동민의 작업에서 파편화된 형상은 끊임없이 무언가가 되려는, 혹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이동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의 일부 혹은 전체를 암시하는 동시에 해체되는 형상은 전시 공간에 직접 스며들어 있다. 그 결과, 전시 공간은 그의 작품인 동시에 전시의 역사가 된다. 이는 전통적인 평면의 지지대인 캔버스와 종이를 해체하고, 작품의 사물성과 자율성을 유보하는 행위다. 다시 말해, 캔버스와 벽, 좌대와 바닥, 작품과 공간, 작가와 관객 사이를 구획해온 미술사적 규범 언어들을 재맥락화하는 것이다. 나아가 전시 공간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전유함으로써, 그는 예술의 제도적 기틀이 요구하는 시각적 위계와 감상의 규범 사이에 “다른 방식으로 예술을 상상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틈새에 개입함으로써 신동민은 기존 미술사적 규범의 자리매김—작품, 전시, 관객이 위치할 “자리”를 정의해온 배치—의 경계를 재조정하고, 그 사이를 유영하며 작품과 전시, 관객 사이에 예측된 위계를 해체한다. 결과적으로 그의 작업은 전시 공간과 관객을 하나의 흐름으로 접속시키는 대안적 경로로 기능하며, 미술사의 통상적 위치 나누기에 저항한다. 따라서, 신동민의 소묘는 작품이 어디에 위치할 수 있는가라는 장소적 문제를 작가의 몸과 시간으로 되묻는 실천이기도 하다. 작가의 손의 “미세한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진동”했던 작품의 목탄은 전시가 종료된 후 지워지겠지만, 그 입자는 존재의 흔적으로서 여전히 공간 속에 잔존할 것이다. 한때 명명되고 고정된 형태로 존재했던 그것은 이제 가시화의 범주를 벗어난 파편으로 남아, 동일한 존재의 다른 방식으로, 이 공간에 부여될 이름들과 관계들을 조용히 가로지르며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글 고진영 미스바프로젝트 디렉터
작가: 신동민 *미스바프로젝트 2025 전시공모 선정작가
전시 진행: 고진영, 정소영 미스바프로젝트 공동 디렉터
서문: 고진영
디자인: 홍소이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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