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에이 서교
2020년 1월 11일 ~ 2020년 1월 23일
초타원형(Superellipse)은 한국 도시 속 잉여 공간과 전시 공간을 주제로 하는 초타원형 갤러리(Superellipse Gallery) 프로젝트를 선보입니다. 그 두 번째 전시는 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신신의 개인전 《참 참 참 CHAM CHAM CHAM》입니다.
오늘날 그래픽 디자이너의 전시를 보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닙니다. 당대의 그래픽 디자이너는 전시 공간을 보좌하는 역할에서 전시를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역할로 그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포스터나 책이 벽이나 책상 위에 놓이는 뻔한 전시 형식만을 반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그래픽 디자이너의 전시는 현대 예술가의 전시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전통적 예술품을 만드는 조각가, 판화가, 회화가 개념을 따르지 않는, 모호한 생산물을 만드는 현대 예술가의 영역과 그래픽 디자이너의 영역이 겹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컨대 가상의 브랜딩, 굿즈, 사회-정치적 맥락을 위한 데이터 시각화, 이미지 구성, 독립 출판, 패션쇼 등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일상과 같은 과업은 현대 예술가의 전시 형식과 매우 유사합니다.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전시 공간의 사용은 자주 있는 기회가 아니기에, 그들은 보통의 예술가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폭발적인 생산성을 발휘합니다.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여 다채로운 사물과 이미지로 공간을 가득 채우지만, 그들에게서 지치거나 긴장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활기찬 에너지마저 느껴지는데, 이는 그들이―목적만 명확하다면―깔끔한 마감, 높은 완성도, 일관된 규칙으로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신신은 전시장인 스탠다드에이 서교점을 채우기 위한 다양한 작품을 다량으로 생산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단지 A0 크기의 포스터 작업 6점만을 선보이는데, 그나마도 기존의 인쇄물을 재구성한 것이니 이를 과연 새로운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벽면에 걸린 포스터, 가구 위에 놓인 인쇄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래픽 디자인 전시의 전형성을 굳이 숨기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알루미늄 프레임 속 작품들은 분명한 규칙을 경계로 표현합니다. 6점의 포스터는 규칙에 따라 자유롭게 합성되었지만, 그것이 신해옥과 신동혁 중 누구의 선택이고 의도인지는 파악할 수 없습니다. 1990년대에 성행했던 게임 ‘참참참’에서 연유한 익살스러운 전시 제목처럼 모든 것은 유희에 불과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참참참’은 논리와 감각, 우연과 필연이 뒤섞인 당대 상황 앞에 선 모든 이들에게 놓인 공통의 문제를 상기시킵니다. 플레이어는 그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더라도, 설령 이전 선택과 모순될 지라도 특정한 방향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풍부한 가능성을 이유로 적당히 타협하는 절충주의를 더 이상 옹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흡사 포스터의 역사가 디자인 프로세스보다도 제 바탕인 기둥(post)의 존재가 잊힐 정도의 순수한 조형, 색채, 명료함이 충만한 결과물만을 보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본 전시는 ‘참참참’의 마지막 ‘참’을 외침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순간의 선택에 대한 찬미입니다. 지난 10년간 다양한 의뢰에 화답한 신신의 포스터들은 6번의 게임 결과로 편집되었습니다. 그것은 코린트(corinth) 양식의 탄생 설화 이후, 건축 이론이 자의적 선택이라는 원죄를 잊기 위해 진행해 온 용맹스러운 노력과도 같은 순수한 결정(selections)인 것입니다.
작가 및 기획자 정보
신신
신신(그래픽 디자이너 신해옥, 신동혁)은 2008년부터 예술, 문화 분야에서 큐레이터, 편집자, 예술가 및 미술 기관과 협력하며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오작동 라이브러리》(2014), 《제록스 프로젝트》(2015), 《백남준 ∞ 플럭서스》(2016), 《SeMA 전시 아카이브 1988–2016》(2016), 《다툼소리아 / 현재의 가장자리》(2018), 《DMZ》(2019) 등의 전시 및 도록을 디자인했으며, 『큐레토리얼 사이와 변주』(2018),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믿음, 신념, 사랑, 배신, 증오, 공포, 유령』(2019) 등의 단행본을 디자인했다.
초타원형 갤러리(Superellipse Gallery) 프로젝트
건축가 정현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편집자로 구성된 설계 및 출판 사무소 초타원형(Superellipse)은 도시 속 임의의 공간에 전시를 시도하는 초타원형 갤러리 프로젝트를 2019년 말부터 실시한다. 첫 기획은 스탠다드에이 서교점에서 개최하는 화가,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가, 설치 미술가의 연속 개인전이다.
참여작가: 신신(신해옥, 신동혁)
전시기획: 초타원형 갤러리(Superellipse Gallery)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uperellipse_net
출처: 초타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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