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291
2021년 4월 13일 ~ 2021년 5월 2일
사진의 확장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공간291에서는 매년 신인작가 공모전을 통해 시작하는 작가들을 응원하고 있다. 2020년 공간291 신인작가공모에서 <신정식, 조영주> 작가를 선정하였고, 오는 4월 13일(화)부터 신정식작가의 <함께한 계절 – Season in the Colors>전을 개최한다. 작가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아버지를 돌보며, 익숙해 있던 아버지가 전혀 알지 못했던 낯선 사람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렌즈속에 꾹꾹 눌러 넣었다.
작가노트
2018년 아버지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 받았다. 인생의 거의 모든 일들이 그렇듯,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갑작스레 찾아왔다. 아버지는 일을 그만 두시고 하루 종일 방에만 틀어박혀 푹 꺼진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셨다. 나는 그 병의 위중함 같은 것은 어설프게나마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먼 나라의 동화속에 가끔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상상 속 어떤 느낌 정도였다. 두려웠다. 어떻게든 아버지의 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함께 집 밖으로 나가 운동을 하려 했지만 그럴때마다 아버지는 삶에 의욕이 없어진 사람처럼 귀찮아하셨다. 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할 수 없어 조급해진 나는 카메라를 들었고,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아버지를 집 밖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사진 찍으러 나가자는 나의 말에는 즐거운 듯 응하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들의 사진 여행이 시작되었다. ‘함께한 계절’은 ‘신현성’이라는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나의 여러 가지 노력과 시도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려버린 아버지는 내가 조금 가지고 있는 과거의 기억만으로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애초에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주의 모든 별에 가보는 것 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이지만, 솔직히 우린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이 함께 보냈던 짙은 시간을 오롯이 한 사람만 기억한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침울한 일이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의 흩어진 시간 – 나의 기억을 함께 나눠 가지기를 바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외로움과 고독으로 고통받는 아버지를 위해 당사자의 의견은 배제된 채로 일방적으로 당신이 보여지고 정의될 불편함은 감수하기로 했다. 한 사람이라도 아버지를 알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외로움을 덜어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기억을 잃어 가시지만 누군가는 ‘신현성’이라는 사람을 기억하게 되길 바라며.
참여작가: 신정식
출처: 공간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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