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휴
2026년 6월 17일 ~ 2026년 7월 21일
아트스페이스 휴는 오는 2026년 6월 17일부터 7월 21일까지 기획전 〈실재의 경계에서〉 제3부: 〈일상과 자연의 경계에서〉를 개최한다. 본 전시는 202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대규모 프로젝트 〈실재의 경계에서〉의 세 번째 여정으로, 한국 현대미술사의 중추적 역할을 해온 중장년 작가들의 실험적 성취를 동시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지난 전시들이 이미지와 텍스트의 상호작용(제1부 전시 언어와 텍스트의 경계에서), 혹은 언어라는 고정 관념과 신체의 역동적 부딪힘(제2부 언어와 신체의 경계에서)에 집중했다면, 이번 제3부 전시는 규격화된 ‘일상’이라는 고정된 무대와 통제 불가능한 ‘자연’이라는 거대한 실재가 교차하며 발생하는 미학적 균열에 주목한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자연미술과 대지미술, 설치와 평면을 넘나들며 끊임없는 예술적 실천을 이어온 전원길, 김순임 두 작가는 장소특정적 관점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도시적 현실의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생태적 감각의 지평을 열어 보인다.
버려진 음식의 ‘생명성’을 일상의 드로잉으로 복원하다
김순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The Unknown Edible Beauty〉라는 주제로 자연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를 드로잉과 콜라주, 영상 작업으로 선보인다. 작가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자연 환경과 그곳에 쌓인 사람들의 이야기에 천착하며, 거기서 발견된 서사를 특유의 자연 오브제와 엮어내는 ‘직조자’의 역할을 자처해 왔다.
전시장을 찾는 관객들은 작가가 도시의 아파트에 살며 상가 작업실을 오가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한 자연의 긴밀한 기록들을 목격하게 된다. 대형마트의 밝은 조명과 전산시스템 속에서 매끈하게 포장되어 마치 공산품처럼 소비되는 음식들 속에서 현대인들이 망각해온 음식 고유의 ‘생명성’에 작가는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작가는 우리가 먹고 버린 흔적을 천천히 오래 들여다보고 만지며, 그 촉감과 시각적 형태에 시간과 마음을 더해 종이 위에 기록했다. 2017년 독일 와이너리에서 포도 껍질을 드로잉 북에 붙이며 시작된 이 즉흥적인 사색(Reading Grapes)은 타이페이, 미국 코네티컷, 울산, 부산을 거쳐 현재의 작업실에 이르기까지 정주지가 바뀔 때마다 먹고 버려지는 재료들의 미감으로 다양하게 변주되었다. 참외씨나 해바라기씨를 말려 형태를 만들고, 차를 우리고 남은 부산물로 그려낸 드로잉과 콜라주, 이들의 소멸 과정을 담은 영상 작업은 관람객에게 "우리는 생명을 먹는 생명이며, 이 일상 또한 자연의 거대한 순환"이라는 묵직한 미학적 메시지를 던진다.
지리산 돌의 색채 픽셀을 통해 시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비현실적 회화
전원길 작가는 색채를 사물과 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특별한 감각 현상이자 인간의 눈 사이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감각의 막(Membrane of sensation)’으로 정의하며 평면 및 설치 작업을 전개해 왔다. 특정한 사물의 색으로부터 출발하는 고유의 작법을 유지하면서도, 사물과 색을 분리하고 형상을 기하학적으로 변주하는 전위적인 실험을 선보인다.
이번에 관객들이 마주할 작품 〈생성공간(Space Emergence)〉 시리즈 5점은 하나의 화강암에서 발견한 5개의 색채에서 출발했다. 돌을 촬영한 후 포토샵에서 최대한 확대하여 이미지의 ‘픽셀’을 채집했고, 그 색을 그대로 화면에 옮겼다. 물감의 명도를 미세하게 조절하여 수직으로 쌓아 올린 색층들은 배경과 동일한 명도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단색의 뚜렷한 기하학적 형태들은 화면을 흑백으로 전환하면 배경 속으로 희미하게 사라져 버린다. 기계적인 그라데이션 기법으로 완결된 이 화면은 역설적으로 '사이버네틱(Cybernetic)한 비현실 공간'을 창조하며 절제된 조형적 울림을 준다.
함께 출품된 설치 작품 〈마음속의 돌-2026〉은 자연의 순리와 인간의 인위적 의지 사이의 긴장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전남 구례 섬진강 서시천에서 오랜 시간 물에 굴러 다듬어진 화강암 자연석 8개를 수집했다. 한 면은 완벽한 타원형이지만 반대편은 늘 찌그러져 있는 자연의 유한성 앞에서, 작가는 결국 집 주변의 각진 돌을 직접 깎아 자신이 열망하던 완벽한 원형의 돌 1개를 만들어냈다. 자연이 준 8개의 돌과 인간의 노동이 만든 1개의 돌이 나란히 놓인 풍경은 자연 속 생명의 근원과 인간의 존재를 깊이 탐구하게 만든다.
10월까지 이어지는 4부작의 대장정
아트스페이스 휴의 〈실재의 경계에서〉 프로젝트는 2026년 10월 13일까지 총 4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각 부는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매체와 개념들을 횡단하며 중장년 작가들의 저력을 입증하는 장이 되고 있다.
이번 제3부 전시는 단순히 자연 풍경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명사회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생명의 원형과 지각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일상과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성찰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7월 21일까지 파주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계속된다. 전원길, 김순임 작가가 정교하게 직조해 낸 자연과 인간의 실존적 결속을 제대로 경험할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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