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 한남
2024년 8월 20일 ~ 2024년 9월 8일
가나아트는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물질의 본성과 시간의 순환을 탐구해온 심문섭 화백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그는 물성을 강조한 반(反)조각을 선보이며 1970년대의 한국 조각의 조류를 형성했을 뿐 아니라, 정서와 신체성이 공존하는 추상화를 통해 사물과 정신의 관계성까지 실험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 왔다. 본 전시는 60년 가까지 이어져온 그의 작업을 총망라하는 자리로, 작가가 작업 초기부터 꾸준히 작업한 테라코타 조각부터 근래에 제작된 신작 회화까지, 오랜 시간 이어져온 심문섭 화백의 매체에 대한 탐구의 깊이를 살펴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다.
1970년대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로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물 그대로를 제시하거나 사물의 관계성만을 드러내는 물성 중심의 반미술경향이 주를 이루었다. 동시대의 심문섭 또한 물성 자체에 천착한 반(反)조각적 작업을 선보임으로써 한국 화단에 큰 반향을 울렸는데, 작가는 나무, 돌, 흙, 철 등과 같은 매체들을 물질로서 원형 그대로 내보였으며 좌대가 아닌 바닥에 작업을 설치함으로써 조각에서의 장소(site) 개념을 해체시켰다. 이를 통해 작가는 매체에 집중하고 물성의 변화를 나타냄으로써 순환과 환원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고자 했다. 나아가 작가는 시간적 요소의 개입을 나타내기 위해 작업에 신체성을 드러냈는데, 예컨대 캔버스 천이나 테라코타 등의 매체를 긁어내거나 두드리는 행위를 통해 물질의 변화를 작업에 기록했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회화 작업으로도 이어진다. 조각처럼 그의 회화 작업에는 상(像), 즉 이미지가 제거되고 선과 색만으로 이루어진 추상의 형상만 남아있다. 이는 그가 물, 나무, 공기 등의 물질과 그 비시각적인 에너지의 순환을 붓질을 통해 보여주고, 비형상의 함축적인 추상을 통해 시간성을 구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의 반복적인 붓질은 끊임없이 밀려오고 나가는 파도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작가는 그의 붓질이 마음속 바다와 닮았다고 말한다. 고향 땅 통영에서 거대한 자연의 흐름을 이해하고 자연물의 환원과 순환, 그리고 그 안의 질서와 에너지를 탐험하고자 한 심문섭에게 바다란 고향 바다의 재현이 아닌, 그의 몸이 기억하는 바다다. 이에 본 전시는 심문섭이 평생동안 구현하고자 한 시간의 풍경과 윤회와 같은 파도의 순환을 느낄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출처: 가나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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