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별관
2023년 7월 8일 ~ 2023년 7월 21일
생태와 접면한 어떤 신체들에 대해서
김민관(기획)
‘아트-에코지오그라피: 시간을 구부리는 손’은 예술(art)로써 생태(eco)와 지리(geo)를 기입(-graphy)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여기서 생태는 단순히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 자연환경(외쿠메네)뿐만 아니라 인간이 자연과 교류하면서 존재함을 인식하는 생태학적 전환 이후의 자연이며, 인류로 말미암은 거시적인 자연의 변화가 아닌 그곳의 흔적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예민하게 감각하는 인간의 새로운 인식이 자연과 맺는 시공간을 의미한다. 동시에 그 기입의 장소로서 생태에 대한 탐구와 인식을 의미한다.
추상적인 명명을 뒤로 하고, 전시가 구성되는 장소는 미로 안의 방들과 노출 콘크리트 벽면, 군데군데의 뜯긴 벽지를 내재하며, 지나간 시간 안의 도시의 질감을 가진 물리적 특질로써 작업을 지배한다. 앞선 “예술”은 이 같은 장소 안에 이전의 생태적 (기억에의) 장소를 기입한다. 두 장소는 맞물리기보다 이접하며 서로를 재규정한다. 생태와 접면한 예술은 그 생태를 다르게 바라보며 이를 추출하고 표현한다.
여기서 생태란 사실 이질적인 환경, 그로부터 생기하는 몸의 시간적 프로세스를 재인지하는 과정의 이미지에 다름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세계 마이너스 생태’의 차원을 기억하자. 생태가 균열이라면, 몸은 앞선 시간을 기억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생태를 작가가 상정하는 작업의 장소, 아마도 전시 공간으로 수렴되는 장소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예술가의 신체가 주요해지며 제목을 연장, 대체한다. 그렇다면 전시에 참여하는 다섯 명의 작가는 어떤 신체를 작업으로 드러내는가.
안상훈 작가는 이번 생태와 홍천 일반을 포함한 세계의 오버랩된 이미지, 뒤죽박죽된 시간의 광경 아래 균열적이고 분산되는 신체의 이격으로써 회화를 지지해 낸다. 기존 그의 회화는 모호하고도 구체적인 감각의 텍스트, 그리고 선연한 색과 명확한 질감이 구성하는 추상의 이미지로 이뤄지는데, 그것은 늘 그것을 딛고 있는 신체의 좌표를 유예하고 추궁한다. 그러한 좌표는 곧 이곳과 저곳 사이에 있다. 그것은 장소 특정적이기도 작업 특정적이기도 하다―따라서 그러한 특징을 다시 말하면, 홍천 특정적이기도 안상훈 특정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대 회화의 가장 정확하고도 솔직한 대응이 아닐까.
조경재 작가는 형태적 구조의 생산 이후 사진으로써 이를 회화적 평면으로 인계해 내는 자신의 작업 방식에서 돌출해서, 예의 자연을 추상적 집합과 구조로 재인지해 낸다. 기존의 평면보다 조금 덜 복잡한 그것은 마치 불을 발생시킬 것 같은 장작처럼, 또한 대강의 산의 형태를 구조적으로 구성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무엇보다 그 그 구조물과 배경 사이의 틈을 가속화하는 것으로써 피규어와 그라운드의 관계 차원을 전면화하고 자연을 연장해낸다.
홍천의 생태를 일견 직서적으로 포착해 내는 것으로 보이는 김화경 작가의 사진들은, 실은 사물에 집중하는 시각과 함께 이에 감응하고 놀라는 신체의 단면을 상상하게 하는데, 안상훈의 회화가 분명한 어떤 알 수 없는 ‘그’ 좌표의 위치를 텍스트와 이미지로써 각각 작업으로 드러낸다면, 그리고 그 좌표가 이번에는 다소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차원에서 그렇다면, 기존 도시 안에서 좌표를 찍는 김화경의 이번 작업은 그 좌표를 다소 유예한 채(인물보다 환경이 압도적이다.) 이미지의 다양성과 심미적 도취를 통해 ‘보이지 않는 신체’의 단면을 관객으로 연장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는 감상적이지만은 않은데, 분명, 홍천의 보이지 않는 질서를 구성하고 예견한다.
정순호 작가의 작업 중에는 하나의 완성된 형태의 질료를 간헐적이고 꾸준하게 해체하고 재구조화하는 식의 메소드를 활용한 작업들이 주요하게 자리한다. 이는 질료 자체가 기억과 충동이 자리하는 장소가 된다는 점에서 독특한데, 여기에는 외부의 기계적 도움 대신에 아날로그적인 작가의 노동만이 부가된다. 이번의 캐비닛 작업 역시 캐비닛을 해체, 변형하고 다른 형태로 재구축하는 식의 작업으로, 캐비닛‘들’을 평평하게 때리고 접어 딱지처럼 압축해 배치한다. 작가의 손은 반복되는 시간의 질서 안에 속한 질료를 실제 구부린다.
박유라 작가는 안무가와 무용수로서 작업을 지속해 왔는데, 리허설의 주요한 매체가 곧 무용의 연습이 아닌 글이었고, 이러한 지점에서 전시 장소를 발생하지 않는 무대로 상정하며, 그 발생할 것들을 옮기는 매체로서 글을 활용한다. 텍스트는 몸을 실제 작동시키는 효과 안에 있고, 비로소 몸을 추상적인 것으로 변환한다. 곧 직서적인 텍스트는 개념적 차원을 유예한다. 이는 몸을 장소로 바꾸면서 장소와의 교류를 새롭게 꾀하게 한다. 여기서 생태는 가장 직접적인 몸으로 돌아오면서 근원적 조건에서 뒤따르는 언어를 기다린다. 또는 기다리는 언어로서 온다.
‘아트-에코지오그라피’는 홍천의 생태를 탐사하고 표현하는 어떤 시도로서 자리한다. ‘시간을 구부리는 손’을 물론 그리거나 만들거나 접고 구부리거나 쓰거나 찍는 여러 손의 은유일 수도 있지만, 시간과 함께 구부러지는 신체의 연장, 생태의 형상과 같이 구부러지는 반응하는 신체의 대체물일 수도 있다. 아직 생태는 덜 말해졌고 덜 기억되고 덜 표현되어졌다는 점에서 이러한 신체는 다양하게 상상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어떤 생태와 접면할 시간이다.
참여작가: 김화경, 박유라, 안상훈, 정순호, 조경재
기획: 김민관
주최/주관: 분홍공장
후원: 강원특별자치도, 강원문화재단
출처: 분홍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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