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아트스페이스
2016년 9월 6일 ~ 2016년 9월 19일
brunch trouble, mixed media on canvas, 150x130c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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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하기’에 대한 질문 혹은 질문의 기록으로서의 회화
안상훈 작가는 봄으로써 외부 세계를 인식하고 그리기라는 행위를 통해 표출하게 되는 과정이 자신의 회화에 있어서 근원적인 요소임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함으로써 시작된 작업들을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게 된다. 그의 작업은 20세기 전반의 미술의 역사를 주도했던 추상 혹은 비대상(nonfigurative)미술로 불렸던 어떤 장르의 작업들을 연상하게 하지만 그의 작업 태도는 사뭇 다른 지평 위에서 작업해 온 것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는 어떤 본질적 형태를 추구하거나 그것을 향해 축약하는 작업을 해 온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어떤 내적 에너지를 평면 위에 쏟아내는 작업을 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안상훈 작가는 회화라는 작업을 일종의 인식의 표지(sign)로 상정하고 회화라는 작업에 있어서 과정과 결정이라는 두 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을 기록하고 그 흔적을 남겨놓은 수준에서 작업을 임하고 있음을 그의 작업 방식에서 발견하게 된다. 즉 작가는 회화라는 행위의 관찰자이자 행위자로서 특정한 무엇을 그리는 작업이 아니라 ‘회화하기’를 다시 ‘회화’로 끌어들임으로써 재매개적 수준에서의 메타적 시각을 드러내는 작업물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말이다. 그의 작업은 구체적 사물을 대상으로 하여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기에 물론 비대상적 회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대상과 비대상의 경계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하기’의 과정(process)이나 작가로서의 선택(choice)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를 묻는 일종의 바둑에서의 복기(復棋)와 유사한 이미지 생성 혹은 생산의 의미를 갖는 작업이기에 이를 추상 혹은 비대상 미술로 한정된 카테고리를 적용해 버리는 것은 그의 작업에 대한 해석 범위나 기준을 이전 시대의 시각으로 역전시키는 오류를 범하게 만든다.
작가는 회화를 사물이라는 대상과 작가 사이에서가 아니라 회화 작업의 결과물 혹은 작업하는 행위와 그것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게 되는 작가의 상황 사이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모티프로부터의 작가 개인의 감성이나 직관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감각과 주관적 표현을 하는 선택마저도 ‘회화하기’에서 회화의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가운데 개입하는 요소이자 대상으로 다시 읽어내야 할 대상으로 환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안상훈 작가는 그 결과물을 바라보는 관객과 유사하게 주관에 함몰되지 않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둔 위치에서 회화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함으로써 작가는 자신의 ‘회화하기’에 있어서 행위와 결과물 혹은 과정(process)과 선택(choice) 사이에서 중성적으로 그리고 단속적으로 회화에 개입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다. 안상훈 작가는 완성된 회화 작품으로서 어떤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작업 목적이라기 보다는 -분명 캔바스나 종이 위에 그려지고 있는 그림은 자신의 회화 작품이기도 하지만- 이 회화 작업에 개입하거나 유보하기를 지속하는 가운데 결국은 그 과정들을 관찰하고 여기에 반응하는 상황을 기록해 내는 행위가 그의 작업 궁극적 목적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보면 안상훈 작가의 ‘회화하기’에 대한 독특한 작업은 생명작용과 닮아 있는 듯 하다. 생명은 자연 속에서 시간의 관성을 따라 진행되는 현상이자 과정이지만 무엇인가를 선택하여 먹고 마시고 움직이는 행위들이 개입되면서 미리 예상할 수 없었던 결과물들이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회화는 작업을 해 가면서 처음 구상했던 지점들과 만나기도 하지만 지나치거나 변형되어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작가는 아마도 농장에서의 농부처럼 씨앗과 같은 생물을 물을 주고 싹 틔우게 할지라도 자라나는 과정에 의도치 않게 변형되기도 하는 과정을 작업하는 가운데 경험하게 되면서 이에 개입하는 농부처럼 상호작용하게 되는 작가로서의 위치를 점검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작가는 이와 같이 ‘회화’를 통해 ‘회화하기’의 의미를 묻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러한 질문 과정에서 동시에 해답을 발견해 나가고 있다. 그때 관객은 이와 같은 방향에서 ‘발견하기’에 동참하는 위치에서 그의 작품을 대하게 된다. 작가는 작품의 제목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보관하면서 사진을 찍을 때 자동으로 생성되는 이미지 번호를 구글에서 검색하여 그와 연관된 혹은 전혀 상관없는 단어나 문장을 가져와서 그 작품 명제로 만든다고 한다. 작가는 이처럼 자신의 작업을 객체화시키고 우연의 과정과 필연의 선택이라는 씨줄과 날줄이 만나는 그물망 속에서 자신의 작업을 발견해 나가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안상훈 작가가 작업에서 이와 같은 일관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작가에게 있어서 예술이라는 것, 회화라는 것은 이처럼 씨줄과 날줄의 마주치면서 그물망의 어느 지점에선가 생성되며 생산되게 되는, 미리 규정할 수 없는 그러한 대상이자 의미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안상훈 작가에게 있어서 회화는 이러한 작가의 ‘회화’ 혹은 ‘회화하기’에 대한 문제의식 그 자체가 되고 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climate change, mixed media on paper, 44x32cm, 2016

casual, mixed media on paper, 44x32cm, 2016

the atlantis crown, mixed media on paper, 44x32cm, 2016
출처 - 사이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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