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관
2022년 10월 14일 ~ 2022년 11월 2일
코 떼어 주머니에 넣기 전에,
안수인 작가의 그림을 꽤나 오랫동안 보고 있노라면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멍- 해질때가 있다. 고상한 느낌의 심취와는 다르며 분석적인 비평의 영역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고 어떤 부분에서 무엇을 느끼고 있으며 그림을 따라 어디로 향하는걸까 같은 생각이 멍해진 상태에서 스물스물 올라오고는 한다.
그림은 어떻게 보는것인지 어디서부터 봐야 하는것인지 와 같은 질문들을 누군가에게 받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 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안수인 작가의 작업을 통해 그림이 보여지고 느껴지는 순서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정답은 없지 않나?!”와 같은 조금은 무책임 하면서도 자유롭게 열린 감상이 아닌 색감, 형태, 묘사력, 완성도, 질감, 내용 등 구조적인 분석도 아닌 문득 먼저 떠오른 건 그림을 이루고 있는‘냄새’ 였다. 당연히 실제로 그림에서 나는 물감이나 나무 캔버스에서 나는 냄새를 말하는게 아니다. 어감상 ‘향기’ 라고 써야 하는가 싶지만, 냄새에 가깝다는 것이 확고하다. 다만 소위 냄새를 일컫는 안좋은 냄새가 아닌, 그렇다고 섬유유연제나 탈 취제 내지는 진한 향수 같은 과한 향으로 뒤덮고 있는 냄새가 아닌, 그림 속에서 그림이 말하는 냄새가 떠올랐다. 그림이 말하는 냄새, 어딘지 모르게 까끌까끌하고 말랑말랑하며 부들부들한 표면들, 조금은 불편하고 겁이나지만 동시에 손을 대어 만져보고 내 몸뚱아리를 그림 속 어딘가에 파 묻히고 싶게 하는 촉각적인 부분들, 구불거리며 삐져나오고 흐트러지는 표현들까지 안수인의 그림은 묘하게 자기만의 고유한 냄새의 낌새를 보여주고 있었다.
숨어있는 듯 숨어있지 않으며 보여지는 부분 보다 보여지지 않은 부분의 궁금증을, 킁-킁 거리며 그림의 냄새를 따라 찾아간다. 사람 냄새/돌 냄새/따스한 냄새/살 냄새/비 냄새 등 일상에서 명료한 향(설명가능한)의 존재를 갖지 않을 때 역시‘냄새’를 붙여 단어를 사용하고 표현하고는 한다. 이는 서로에게 통용 되기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계절감을 온전히 느끼기에 우리는 꽤나 지체없이 시간을 보내고, 예민하게 알아채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지나치기에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겨우 10월이 막 시작되었을 무렵 이제 가을인가보다 라고 안일하게 느낄 때 쯤 갑자기 추워진 몇일의 날씨 덕에 순간 ‘겨울냄새’를 느낀 적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겨울 냄새가 괜히 설렌다고 말하니 본인도 겨울냄새를 좋아한다며 동조했다. 같은 마음에 내심 기뻤고 묘하게 귀여웠다. 그가 귀엽다기 보다 겨울냄새의 표현을 서로가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음이 그러했다. 그림의 냄새를 따라가길 바란다. 어떤 촉감으로 어떤 모양으로 어디로 숨는지 어디로 튀어오르는지 함께 찾기를 바란다. 힌트는 다양하다. 색이 될 수 있고 제목이 될 수 있다. 대상이 될 수 있고 표현력이 될 수 있다. 알아볼 수 있고 알아보지 않아도 될 수 있다. 코를 주머니에 넣기 전에 그림의 냄새를 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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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작가, [별관]기획자)
참여작가: 안수인
기획: 안부
디자인: 김박현정
도움: 신익균
사진: 이의록
출처: 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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