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어떤 갤러리
2026년 11월 3일 ~ 2026년 11월 15일
청주 송절동 백로 서식지는 아파트 단지와 산업시설, 공사 현장 사이에 남겨진 야생의 작은 틈이다. 신호등 하나와 작은 공터를 지나면 곧바로 마주하게 되는 서식지에는 잘려나간 뿌리와 질퍽한 흙, 떨어진 새끼 백로의 사체, 빽빽하게 들어선 둥지들이 뒤엉켜 있다. 백로들은 서로의 몸을 밀어내듯 겹쳐 앉고, 그 위로는 높게 솟은 아파트 단지가 그림자를 드리운다. 도시와 서식지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백로들 곁으로 거대한 가림막이 세워지고, 덤프트럭과 중장비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간다. 거칠었던 땅은 점차 매끈한 아스팔트 도로로 덮여가지만, 백로들은 매년 같은 계절에 다시 돌아와 남아 있는 공간 위에 둥지를 짓는다. 완전히 정제되지 않는 몸짓과 삐죽하게 뻗어난 깃털들처럼, 도시의 표면 밖으로 존재의 흔적이 끊임없이 튀어나온다.
나는 이러한 ‘까슬한 감각’에 주목한다. 매끄럽게 정제된 도시 표면 위로 비집고 나오는 것들, 쳐내고 밀어내도 사라지지 않고 반복적으로 되돌아오는 감각과 흔적들 말이다. 거친 울음과 날갯짓, 번식기에 솟아나는 깃털, 파란 알 껍질과 안쪽에 비치는 붉은 핏줄, 땅 위로 하얗게 번져가는 분변의 흔적은 도시 안에 남겨진 비인간 존재의 강한 몸짓처럼 공간 곳곳에 스며든다. 이러한 흔적은 사람들에게는 악취와 불편함의 표식이지만, 동시에 지워지지 않는 존재의 징표이자 살아 있음의 증거이기도 하다. 단단하게 구축된 도시의 표면 위에 의도치 않은 균열을 일으키듯, 비인간 존재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역과 시간을 남긴다.
나는 현장에서 마주한 장면과 감각, 수집한 흔적과 이야기를 회화와 공간설치, 인터뷰 기록물로 재구성했다. 백로가 남긴 흔적은 끈적하고 두터운 물감의 물질성과 불균질한 터치, 움직임으로 변환되어 회화의 표면 위에 자리한다. 회화는 서로 다른 높이와 간격으로 전시장 안을 부유하며 공간의 흐름을 만든다. 그 사이에는 서식지 옆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기록지가 놓인다. 매년 같은 계절이면 돌아오는 백로와 한 장소에서 오래 머물며 살아온 사람들, 서로 다른 존재들이 남겨온 흔적과 경험이 회화와 기록지 사이를 오간다. 매끄럽게 정리되지 않는 감각과 에너지, 그리고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남긴 ‘까슬한 울음’이 귓가를 웽웽거린다. (양은영)
참여 작가: 양은영
주최·주관: 양은영
후원: 충청북도, 충북문화재단
*본 전시는 충청북도, 충북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2026 청년예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중앙로 193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3:00 - 18:00
수요일 13:00 - 18:00
목요일 13:00 - 18:00
금요일 13:00 - 18:00
토요일 13:00 - 18:00
일요일 13:00 - 18:00
휴관: 월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