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
2015년 2월 12일 ~ 2015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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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규는 2000년대 중반,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를 다루는 작업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1994년에 독일로 건너간 그는 현재까지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일상 오브제나 산업적 재료로 정치, 역사, 문화를 가로지르는 개념적인 작업을 펼쳐온 양혜규는 세계 주요 미술기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현대미술의 최전방에 선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양혜규: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는 국내에서 5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이다. 조지 오웰의 수필 「코끼리를 쏘다」와 로맹 가리의 소설 『하늘의 뿌리』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이 전시에서 코끼리를 은유적인 매개로 삼아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사유와 상상을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10여 년간의 대표작과 새로운 개념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장 초입에는 솔 르윗의 작품을 차용한 블라인드 신작과 입을 수 있는 방울 조각 <소리 나는 의류>가 설치된다. 그라운드 갤러리에는 문화의 보편성과 개별성을 다룬 짚풀 공예 신작 <중간 유형>이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를 다룬 <VIP학생회>, <서울 근성>, <신용양호자들> 등이 전시된다. 블랙박스에는 대규모 블라인드 작품 <성채>와 방울 조각 <소리 나는 인물>이 공감각적인 환경을 구성한다.
이번 개인전은 그간 국내에서 접할 기회가 드물었던 양혜규의 주요 작품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인 동시에 항상 새로운 작업 방향을 제시하며 왕성히 활동해온 작가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작가는 코끼리라는 소재를 조지 오웰과 로맹 가리의 문학 작품에서 가져왔다. 이 두 소설의 코끼리는 현실에서는 연약하지만, 상상 속에서는 강인하며, 때로는 이 둘을 넘나들면서 은연중에 인간과 관계를 맺는다. 아마도 우리는 전시장에서 코끼리의 형상을 만나기보다는 문명적 상상력과 역사적 현실성 사이를 오가는 형상과 재료들의 은유를 만나게 될 것이다. 두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코끼리는 자연 생태계를 의미하고, 이로부터 괴리된 인간 윤리를 호소하는 매개적 존재이다. 코끼리를 생각한다는 것은 자연을, 그리고 야생을 우리 주변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포괄적 사고 체계를 지향함이다. 대자연에 대한 존중은 인간 윤리의 회복 조건이다.

솔 르윗 뒤집기 - 23배로 확장된,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 2015 , 알루미늄 블라인드, 알루미늄 천장 구조물, 분체 도장, 강선, 350 x 1052.5 x 352.5 cm
기획전시장 입구 경사로 위에 설치된 <솔 르윗 뒤집기 – 23배로 확장된,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은 미국의 미니멀리즘 조각가 솔 르윗의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이란 작품을 23배 확장한 블라인드 설치 작품이다. 인물과 사건의 서사를 추상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던 기존의 블라인드 작업과 달리, 이번 신작은 솔 르윗 작품의 입방체 형태와 구성을 그대로 차용했다. 대신 원작의 위 아래를 뒤집고, 크기를 확장했으며, 선적인 구조를 블라인드의 면으로 대체했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일상적 사물이기도 한 블라인드는 형식적으로 기하학적 형태와 단일한 모듈이 반복되는 미니멀리즘의 특성을 지닌 소재이다. 따라서 솔 르윗의 구성 논리를 차용한 이 작품은 재료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린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잘 알려진 양혜규의 블라인드 작업의 큰 전환을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계열의 블라인드 작업을 예고한다.

중간 유형, 2015 , 인조 짚, 알루미늄 프로파일, 분체 도장 , 405 x 570 x 599 cm
짚풀 공예를 이용한 <중간 유형>은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양혜규의 신작으로, 짚풀이라는 토속적인 재료와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온 짚풀 공예가 갖는 인류학적 보편성과 민족적 개별성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담은 작품이다. ‘짚풀 공예’는 여러 문화권에서 공통으로 발견되지만 그 특징은 문화권마다 다르다. 작가는 작품의 제목 ‘중간 유형’이 암시하듯이 여러 문명 ‘사이’를 ‘매개’하는 보편적이면서도 상이한 현실을 넘어선 형태를 꿈꾼다. 실제로 농경문화에서 짚풀 조각은 실용적 목적 외에도 의례나 제례를 보조하는 주술적 용도로 사용된다.
이번 전시에서 <중간 유형>은 건축 모형과 같은 구조물과 인체를 연상시키는 수직적인 개별 조각 6점을 포함한다. 전시장 전체에 점점이 위치한 구조물은 각각 고대 마야의 피라미드, 인도네시아의 불교 유적 보로부두르, ‘피어나는 튤립’이라 불리는 러시아의 이슬람 사원 라라 툴판을 참조한다. 구조물들 사이에 놓인 인물상 같은 조각에는 민속적 상상력이 온전히 깃들어 있다. 금빛을 띠는 <중간 유형>의 재료는 천연 짚이 아닌 인조 짚이다. 이는 값싼 인공소재로 손쉽게 자연을 모방하고 대체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자연 재료를 대신하는 공업적 대체물에 담긴 자연의 기억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양혜규의 잘 알려진 광원 조각 시리즈 중 하나인 <서울 근성>은 1994년 이후 해외에서 머물던 작가가 2010년 서울에 3개월 가량 체류하는 동안 제작한 작업이다. 광원조각은 보통 다양한 일상적 사물들을 옷걸이용 행거에 전선, 전구 등과 함께 매달고 얹으면서 어떤 인물을 형상화한다. 휴대폰 장식이나 가재 도구, 화장 도구, 장식용 조화, 욕실과 주방용품 등 다양한 오브제들로 구성된 개별 조각들은 해학적으로 펼쳐진 우리들의 진솔한 모습이다. ‘사이비’ 의료 기구, 약통, 인삼 뿌리 등에서는 건강에 대한 서울 사람들의 염려를, 기이한 화장 도구에는 외모에 대한 집착을 읽을 수 있다. 제목 <서울 근성>처럼 작가는 자신이 포착한 도시, 서울과 서울 사람들의 모습을 구체적인 오브제로 생생하게 그리면서, 악착같이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근성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과 경의를 표현하고 있다.

삼세번 희부연이, 2015, 무명실, 염색, 강철 프레임, 분체 도장, 강선, 놋쇠 도금된 방울, 니켈 도금된 방울, 구리 도금된 방울 , 140 x 160 x 140 cm
짚풀을 엮어 역사와 문화, 민속, 전통, 공동체 등 복합적인 서사를 담아낸 거대한 작품 한 켠에는 손뜨개로 공들여 만든 <삼세번 희부연이>가 걸려있다. 감싸기, 엮기, 짜기 등의 수공예 기법을 이용한 유기적인 제작 방식은 양혜규의 작업에서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다. <삼세번 희부연이>의 형태는 이슬람 문화권의 기하학적 문양에서 출발했다. 염색된 무명실로 매듭을 지어 만든 이 작품은 평가 절하된 여성의 가사노동과 규방공예를 아우르는 양혜규의 ‘살림’이란 화두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수공’의 원초성과 전 문명에 걸친 보편성을 다룬 짚풀 공예 신작과도 상통한다.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자춤 - 신용양호자 # 240, 2015 보안 무늬 편지 봉투, 모눈종이, 색종이, 액자, 비닐 시트 , 21점, 920 x 775 cm
2010년부터 시작된 <신용양호자들>은 보안 무늬가 인쇄된 편지 봉투를 주재료로 한 콜라주 연작이다. 봉투의 한 면은 칼로 재단하고, 다른 한 면은 손으로 뜯어 한데 붙여 정교한 줄무늬를 구성했다. 초기 작업은 대체로 수평적인 구성에 물결무늬나 굴절 무늬로 변화를 주는 단순한 기하학적 구성이었으나 점차 복잡한 구성으로 발전했다.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자춤>은 전시장의 10미터 높이 벽에 맞추어 제작된 신작으로, 보안 봉투로 제작된 패널 21점이 강렬한 원색의 추상적 형상을 배경으로 설치되어 있다. 바위산에 새겨진 토템을 연상케 하는 이 거대한 형상은 마치 유출에 취약한 개인정보를 지켜주는 수호자처럼 보인다.

성채, 2011 , 알루미늄 블라인드, 알루미늄 천장 구조물, 분체 도장, 강선, 무빙 라이트, 향 분사기(모닥불, 산안개, 침향나무, 우림, 삼나무, 바다, 베인 풀, 탐부티나무 향), 가변 크기
<성채>는 양혜규의 전형적인 블라인드 설치작으로, 블라인드와 빛의 조합, 그리고 냄새와 그림자를 아우른다. 186개의 블라인드로 이루어진 <성채>는 정방형에 가까운 ‘성곽’과 수직으로 뻗은 ‘탑’으로 구성된다. 눈높이로 걸려있는 블라인드는 시야를 방해하면서 우리를 <성채> 안으로 유인한다.
미로와 같은 성채 내부에 위치한 스크린에는 양혜규의 비디오 에세이<쌍과 반쪽-이름없는 이웃들과의 사건들>이 영사된다. 영상은 작가가 잠시 거주했던 서울 아현동과 작품을 전시했던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주변을 번갈아 보여준다. 재개발로 곧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아현동 주민들과 비수기의 비엔날레 공원에서 밤을 나는 노숙자들은 작가와 마주치지는 않지만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이웃’이다. 작가의 카메라는 이 '유령 같은 이웃'의 노숙의 흔적, 일상의 터전을 훑으면서 만나지 못한 이웃들과의 일어나지 않은 사건들을 기록한다.
한편, <성채>의 바깥쪽에 설치되어 서서히 블라인드 표면을 비추는 6대의 무빙라이트는 물속을 유영하는 듯한 신비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동작 감지 센서가 장착된 향 분사기 6대는 관람객이 지나갈 때마다 모닥불, 산 안개, 바다 등의 인공적인 향을 뿜으면서 다른 시공간을 연상시킨다.

상자에 가둔 발레, 2013/2015
<상자에 가둔 발레>는 <소리 나는 인물> 6점과 <바람이 도는 궤도>로 구성된 작품군으로, 방울을 주재료로 한다. 검은 암막이 드리워진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블랙박스의 바닥에는 흰색 나선형 궤도가 테이프로 표시되어 있다. <소리 나는 인물>은 그 궤도 위에 점점이 놓인다.
금색 방울로 표면 전체가 덮인 <소리 나는 인물>은 화가이자 조각가로 바우하우스에서 무대예술을 지도했던 오스카 슐레머의 대표작 <삼부작 발레>에 등장하는 인물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슐레머는 인체를 기하학적 형태로 단순화하고, 딱딱하고 조각적인 의상을 입혀 제한적인 움직임으로 이루어진 안무를 창안했다. <소리 나는 인물> 역시 어색하고 제한적인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함께 서 있는 <바람이 도는 궤도 – 놋쇠 도금>은 8대의 선풍기가 3단으로 달려 있는 기계-조각이다. 선풍기 중 일부는 놋쇠 도금된 방울이 날개 자리에 달려있어, 돌아갈 때마다 청아한 소리를 낸다. 이는 바람을 만드는 선풍기이기도 하고, 소리를 만드는 악기이기도 하며 동시에 머리가 여럿 달린 기이한 기계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공통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회전운동은 방울을 시각적이며 청각적으로, 즉 공감각적으로 재현한다.
출처 - 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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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0:00 - 18:00
수요일 10:00 - 18:00
목요일 10:00 - 18:00
금요일 10:00 - 18:00
토요일 10:00 - 18:00
일요일 10:00 - 18:00
휴관: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관람료 일반 7,000원 청소년, 경로우대, 장애인 4,000원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