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막1
2017년 11월 22일 ~ 2017년 12월 3일
이 전시는 특정한 몇 개의 문장과 단어가 무작위로 뒤섞여 있는 사무엘 베케트의 산문 「없는」에서 출발한다. 그의 글은 완성을 향하지도 않으며, 그저 맴돌며 웅얼거린다. 마치 산 정상에서 소리를 내지르면, 어느 저편에서 되돌아와 느슨하게 웅성거리다가, 또 아주 잠시 뒤에 아무렇지 않게 흩어져버리는 돌림 노래와 닮았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게 주변을 맴돌더니 붙잡을 새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감각이다.
전시《없는》은 그런 풍경이 되고자 하며 동시에 그런 감각을 뒤쫓고자 한다. 전시가 쫓으려는 감각은 출처는 물론, 다가갈 수 있는 방법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전시는 논리적인 추론이나 명확한 단어로 정체를 규명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답을 찾지 않으며 우리를 둘러싼 무성한 웅성거림에 그저 뒤섞이려 한다.
참여 작가들의 작업은 웅성거리는 이미지/소리이면서, 각기 다른 지점에서 ‘없는’ 감각을 선보인다. 권세진은 그리고자 하는 이미지를 조각내어 종이에 옮긴다. 각각의 조각은 농담을 달리하며 개별적으로 그려지고 하나의 완전한 그림이 된다. 그러나 그리고자 하였던 본래의 이미지는 ‘완성’되지 않는다. 박제되었던 이야기는 지워지고, 웅성거리는 윤곽, 어디서 번져왔는지 모를 흔적만 남는다. 그래서 실제와 상상은 맞물리다가도 어긋난다.
김두형은 이번 전시에서 공간의 조건, 분위기, 주변 환경에 대한 이미지와 텍스트를 토대로 공간에서 발생할만한 상황을 상상하고 그에 맞는 소리를 공간 이곳저곳에 심어두었다. 전시장에는 작가가 상상한 소리가 불규칙하게 등장하며 실재하지 않은 상황을 연출한다. 작가가 연출한 상황은 공간에 실제로 발생할 사건에 앞서가기도 하고, 개입하기도 하고, 뒤처지기도 하면서 뒤섞인다.
전시장의 작품은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밖으로 새어나가기도 한다. 웅성거리며 몰려들다가도 어느 순간 잠잠해진다. 전시장 안과 밖에서 관객과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만나거나, 때로는 어떤 만남도 없이 스쳐버릴 수도 있다. 전시는 그 모든 순간에 마침표가 찍히지 않길 바란다. ‘없는’은 완성되지 않은 낱말이기에,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그래서 전시는 존재하는 풍경이면서도 상상을 더해야만 하는 사건이고자 한다. / 서다솜
기획: 서다솜
출처 : 플레이스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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