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
2017년 9월 1일 ~ 2017년 9월 30일
전시 제목 «여덟 작업, 작가 소장»에서 언급하는 여덟 작업은 구동희, 김시원, 김영글, 남화연, 박보나, 이수성, 최슬기 일곱 작가의 구작(舊作)으로, 2007년에서 2016년 사이에 만들어진 작업들이다. 그러나 온전히 구작은 아니다. 이 작업들은 전시의 상황과 결부했기 때문에, 이 작업들을 처음 선보인 ‘전시라는 시공간’이 지나가버린 지금은 전시에서 구현된 물리적 대상이 파괴된 상태다. 다시 전시를 열어 이 작업들을 불러올 때, 작업이 요소로 활용하고 있는 ‘전시의 조건’이 바뀌기 때문에 작업은 다른 방식으로 되살아난다. 작업은 그것이 아무리 ‘개념적’으로 보일지라도 ‘육체’를 빌려 나타날 수밖에 없다. 기록으로 제시되는 이전의 작업과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작업, 이 두 몸 사이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법론과 그 방법론을 이끌어내는 조건들, 작업이 존재하는 기반, 그리고 작가의 판단과 결정이 드러난다.
이번 전시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두 권의 책이 있다. 하나는 작업을 만들어낸 원리를 담거나, 작업이 되는 텍스트 혹은 이미지를 담은 책(책1)이다. 그대로 따르면 제법 유사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시문을 실은 작가가 있고, 다양한 해석과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지시문을 쓴 작가도 있다. 동일한 텍스트를 공간에 설치함으로써 다른 작품을 만드는 작가도 있고, 작업의 출발점이 되는 텍스트를 암호화한 작가도 있다. 다른 한 책은 지금 이 글이 실려있는, 여덟 작업의 과거 기록과 참여작가들의 인터뷰가 실린 책(책2)이다. 한 책은 여덟 작업과 일대일로 상응하고 다른 한 책은 부차적이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주고받은 문답이다. 받은 메일에 표시되는 이름과 답장을 받은 시간을 함께 기록했고, 편집 과정에서는 각 작가의 컴퓨터-글투를 가능하면 살리려고 노력했다. 작가들은 비슷한 요청과 질문을 받았지만,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놨다. 작가들의 대답은 작가들의 사고방식을 드러내고, 이 사고방식은 작업에 뚜렷하게 적용된다. 과거 작업의 기록, 같은 작업이지만 같지 않은 작업, 이에 대한 작가의 글은 전시라는 조건, 그리고 그것이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동시에 작업을 둘러싼 또 하나의 네트워크를 만든다. 이는 미술 외의 다른 범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존재 방식이고, 전시는 이런 다중의 네트워크를 맺게 만드는 시공간으로 작동한다.
이 전시를 기획한 가장 큰 동기는 무엇보다 이 전시가 만들어내는 이 풍경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업이 발생시키는 생각의 파동들이 와이파이 전파처럼 공간을 가득 채우는 풍경. 작업들은 서로 겹치고, 대비되고, 주변의 환경과 연관되는 방식으로 배치되어, 몇 장의 사진으로 매개할 수 없는, 관람객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세심히 볼수록 연결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찾아낼 수 있는 방식으로 설치된다. 장방형의 화이트큐브가 아니라 집의 구조를 그대로 지니고 있는 시청각 공간은 관람 동선의 복잡한 설계가 불가피하다는 점과 전시공간을 활용하는 작업에 변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작업들이 차지하는 물리적 공간과 대비해 긴 관람시간이 필요한 전시일 것이다. 각각의 작업들은 다른 방식으로 읽어야 하고, 관객은 자신의 방식으로 작업들을 엮을 수 있다.
이 전시의 아이디어는 2012년경부터 어렴풋이 갖고 있었다. 이 전시는 2012년에 ‘공간 꿀’에서 열린 기획전시 «돌과 땅»과 짝을 이루는 전시라고도 볼 수 있다. «돌과 땅»이 동시대의 미술이 맞닿는 경계에 주목했다면, 이 전시는 미술의 시간적 축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왜 이 전시는 2017년에 열리게 됐는가? 전시가 열린 공간과도 관련이 있을 테고, 무엇보다 여러 우연이 작용해서일 것이나, 이유를 시대와 연관지어 생각하고 싶어진다. 뒤따르는 질문들에 대해 (다시, 또 다르게) 생각해볼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동시대 미술은 더 이상 호명할 수 없는 대상인가? 어쨌든 미술은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것은 어떤 형태로 삶을 지속하나? 지난 몇 년간, 당신이 본 작업을 엮어 전시를 만든다면 어떤 작업을 고르겠나? 골랐는가? 왜 골랐는가? 그 작업은 진부하지는 않은가? 고른 작업들은 서로 유사성을 띠는가? 그것은 무엇인가? 그 작업은 좋은 작업인가? 우리가 그것을 봐야 할 이유가 있는가?
글 윤지원
오프닝 리셉션
2017. 9. 1(금) 오후 5시
기획 : 윤지원
주최 : 시청각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출처 : 시청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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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2:00 - 18:00
수요일 12:00 - 18:00
목요일 12:00 - 18:00
금요일 12:00 - 18:00
토요일 12:00 - 18:00
일요일 12:00 - 18:00
휴관: 월요일, 추석 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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