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미술관
2020년 5월 8일 ~ 2020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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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서술의 규범은 누가 정의해 왔으며, 아직 그 역사의 일부가 되지 못한 이들은 누구인가? 동아시아 근대화 역사의 견고한 지층들 내부에 비판적 젠더 의식이 개입될 때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는가?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귀국전,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는 남화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 3인의 작가들을 통해 이를 질문한다. 한국과 동아시아 근대화 역사와 현재를 다양한 각도에서 젠더 복합적 시각으로 선보이는 전시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커미셔너를 맡고, 김현진 예술감독(KADIST 아시아 지역 수석 큐레이터)이 전시를 총괄하며 남화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 등 세 작가가 대표 작가로 참여했다. 베니스의 국가관들은 일반적으로 자국의 작가를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경우가 다수인데, 2019년 한국관에서는 강화된 전시 내러티브와 기획력을 기반으로 깊이있는 리서치와 퍼포먼스 요소를 지닌 삼인의 작가들의 작업 역량이 두드러지는 방식을 택하였고 이러한 방식이 전시가 개막할 당시 전문가군과 일반 관객 모두에게 높은 호응을 얻은바 있다.
전시의 제목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자이니치를 통한 동아시아의 디아스포라와 20세기 전반부 격동의 역사 속에 놓인 하위 주체 여성들의 역동적 묘사가 돋보이는 소설『파친코』(이민진 작, 2017)의 첫 문장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전시에서는 각 작품의 맥락과 더불어 남성의 역사를 말하는 '역사(History)'로부터의 억압이나 시련, 그럼에도 상관없이 세상과 분투하는 당당함과 다양한 주체들의 자기 확신을 함축한다.
이 전시는 기존의 역사를 다양하고 새로운 시점으로 읽고 생산하는 오늘날의 중요한 시각예술의 동력으로 바로 젠더 다양성을 강조한다. 또한 지식생산 시각예술의 실천 속에서의 서구 중심의 근대성을 비판적으로 질문하는 만큼 우리가 동아시아 내에서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재고할 '규범(canon)' 의 영역이 이성애자 남성 서사가 아닌지 질문한다.
세 작가들의 리서치에 기반한 작품들을 통해 한국과 동아시아의 근대화의 역사와 현재의 오랜 지층을 역동적으로 파고 든다. 아르코미술관 제1전시장에서는 작가 남화연은 식민, 냉전 속 국가주의와 갈등하고 탈주하는 근대여성 예술가 최승희의 춤과 파격적이고 남다른 삶의 궤적을 사유하는 신작 <반도의 무희>(2019)를, 정은영은 생존하는 가장 탁월한 여성국극남역배우 이등우와 그 계보를 잇는 다음 세대 퍼포머들의 퀴어공연 미학과 정치성을 보여주는 감각적인 다채널 비디오 설치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2019)을, 제2전시실에서는 제인 진 카이젠은 바리설화를 근대화 과정의 여성 디아스포라의 원형으로 적극 해석하면서 분리와 경계의 문제를 사유하는 신작 <이별의 공동체>(2019)를 선보인다.
2019년 11월 말에 베니스 전시가 종료된 후, 본 전시는 서울 아르코 미술관에서 3월 5일 오픈을 준비하다가 코로나사태를 맞아 잠정적으로 전시를 연기해 왔다. 4월 24일 재개하는 이 전시는 베니스 현지의 한국관이 물리적으로 협소하여 제한된 공간내에서 소리 간섭을 낮추면서 촉각적이고 섬세한 시청각적 구현을 보여주고자 했고, 다양한 요소가 공존하는 유선형 커튼 라인과 구조물 설치를 통해 동선을 안내하면서도 모든 공간이 서로 연결되고 이어지는, 혹은 방향을 잃어도 다시 찾아나가는 상호 열린 동선을 지향한바 있다.
귀국전이 열리는 아르코미술관의 한층 여유롭게 펼쳐진 공간에서는 강화된 압도적이고 감각적인 비디오 설치를 만날 수 있다. 제1전시장에는 남화연 작가와 정은영 작가의 작업이 서로 이웃하게 되는데, 남화연 작가의 경우 우선 베니스에서의 목조, 철조로 놓여졌던 유선형 구조물을 과감히 빼고 5개의 멀티 리얼 스크린 프로젝션 방식으로 전환하였고, 5개의 화면은 최승희의 1941년 이후에 그 리서치를 집중하면서 흥미로운 시각적 조우와 변주가 수려하게 펼쳐지는 새로운 설치를 구현하였다. 이와 이웃하고 있는 정은영의 공간은 벨벳 커튼과 화려하게 반짝이는 술이 레이어드 된 큰 곡선형 공간 안에 펼쳐진 삼면의 화면을 통해 퍼포밍하는 신체와 감각, 그리고 퀴어미학이 더욱 생생하게 경험된다. 이등우 선생의 퍼포먼스 비디오들이 곡선형 방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퀴어 퍼포먼스 맥락의 상상적 계보를 안내한다. 이번 전시에서 정은영 작업은 3개의 모니터 설치는 유선 헤드폰으로, 커튼으로 둘러친 공간 속 3면 비디오 설치는 무선 헤드폰을 쓰고 관람하게 되어 있는데, 이 공간에서 관람객은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강력한 전자음악 비트와 소리에 몸을 맡겨 리듬을 맞추거나 춤출 수 있다. 이렇듯 1층 공간은 “몸, 춤, 굿, 움직임, 안무, 리듬 등의 다양한 퍼포먼스적 요소들이 교차하는 역동성, 빛과 반짝임이 매혹적으로 부딪히고 살아 숨쉬는 영상작품들"을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제2전시장은 제인 진 카이젠의 2채널 비디오를 위해 마치 영화관처럼 준비되었다. 2층 전체 공간을 하나의 큰 블랙박스 공간으로 전환하여 관객이 제인 진 카이젠 작가가 바리 설화를 재접근하여 펼치는 동아시아 여성의 디아스포라와 사회적 죽음 등을 말하는 섬세한 영상언어와 바리굿 퍼포먼스 등을 1시간 20여분 간 몰입감을 가지고 관람할 수 있도록 마련하였다.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은 지난 한 세기 동안의 동아시아 근대화 역사를 비판적 젠더 의식에 기반해 다시 읽으면서, 감춰지고 잊히고 버림받거나 비난의 대상이었던 이들을 새로운 서사의 역동적 주체로 조명하는 진지하고도 매혹적인 시각 서사의 장이 될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현진 예술감독은 “작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는 움직이는 신체, 소리, 리듬, 매혹적인 영상 언어들이 엮인 전시를 제시하고자 했으며 이를 아르코미술관 공간을 적극 활용하여 스케일과 감각경험을 더욱 확대한 역동적 전시를 제시하고자 했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시각예술의 언어와 상상력을 통해 근대화의 역사를 다시 읽고 쓰고 상상하는 영역이 확장되어 왔는데, 이것을 더욱 혁신적으로 견인할 주요한 동력은 바로 젠더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끊임없이 세상에 새로운 균열을 추구하는 동시대 시각예술 활동은 지난 한 세기의 역사들을 규정해온 서구 중심, 남성 중심 등의 범주를 더욱 반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비판적 젠더 의식을 통해 한층 역동적이고도 풍요로운 시각서사를 제공할 수 있다” 고 한국관 귀국전 전시기획의 배경을 설명하였다.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은 4월 24일부터 6월 7일(예정)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수 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전시의 제목은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으로, 사용에 저자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남화연 Hwayeon Nam
작품소개
“첫째, 승무같이 종래에 있는 전통의 것을 보고 배우고 해서 발표하는 것, 둘째는 내가 상상해서 전설 같은 데서 힌트를 얻어 가지고 창작해서 하는 것, 예를 들면 조선 생활에서 테마를 만들어서 한량이나 초립동이, 천하대장군, 같은 데서 말이죠. 그런 데서 힌트를 얻어서 춤으로 만들어 내는 것 하고요. 셋째는 전 동양적인 것, 이를테면 보살이라던가 광범위의 동양적인 것, 아세아적인 것을 무용화하자는-이렇게 세 가지 플랜이 세워져 있어요.”
최승희와 여류명사회담, 춘추 3월호, 1941년
남화연은 <궤도 연구>, <임진가와>, <이태리의 정원> 등의 전작들에서 아카이브를 경유해 대상으로부터 우회하고 이탈하여 그 본질적 다면성을 드러내는 운동의 방식을 탐구해 왔다. 신작 <반도의 무희>는 무용가 최승희(1911-1969)의 1941년부터 월북 이후까지의 시간과 그 궤적으로 남은 그의 예술에 주목한다. 최승희는 유럽, 북미, 남미 공연을 마친 후 조선 무용을 넘어서 동양 무용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일본은 최승희가 귀국한 이듬해 12월 태평양 전쟁을 시작한다. 이후 최승희는 중국으로 일본군 위문 공연을 다님과 동시에 노오, 부가쿠 등에서 영향을 받은 작업을 발표하고, 주로 중국에 머무르며 경극의 현대화와 동양 무용의 수립을 역설한다. 조선의 최승희이며 반도의 사이 쇼키(최승희의 일본식 발음)이자 세계적 무희로 불렸던 그는 베이징에서 조선의 해방, 일본의 패망을 맞는다. 그리고 1946년, 그는 월북한다.
1941년 이후로 그가 남긴 동양 무용/발레(훗날 북한의 무용극으로 발전했을)를 만들기 위한 초석과도 같았던 작업들은 그의 어떤 선택의 결과였을 것이다. 그러나 <반도의 무희>는 선택의 조건들을 밝혀내고 인물로서의 최승희를 재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기를 관통하는 그의 예술 작업들과 연구 활동에 주목하고, 그 과정을 외부의 힘, 예술가로서의 열망, 개인의 생존 의지, 급박한 내일과 이상이 향하는 먼 미래라는 두 개의 시간이 충돌하며 분열한 복수의 신체들로, 또는 꿈꾸거나 탈주했으나 결코 도착할(land) 수 없었던 추상적이고 모순적인 공간의 윤곽선으로 응시한다. 과연 최승희는 역사적 인물이 아닌 예술적 사건으로, 기술된 과거가 아닌 현재에 던져진 존재론적 질문으로 굴절되어, 다시 움직일(mobilize) 수 있는가.
작가소개
남화연은 1979년생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미국 코넬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전문사를 졸업했다. 남화연은 남겨진 아카이브를 통해 대상을 추적하며 사물, 공간, 시간, 사회 시스템 구조의 현상들을 안무적인 움직임으로 포착하고, 인간의 욕망과 관련된 문화적 재생산의 구조들을 드러낸다. 퍼포먼스와 비디오를 중심으로 현재라는 시간개념에 질문을 던지고 이를 섬세하게 포착하는 언어적 퍼포머티비티는 남화연의 작업을 추동하는 전제이다. 제국주의적 수집의 스토리, 식민주의적 합병과 동식물, 천문학 등 자연과학에 이르는 영역을 넘나들며, 현상에 내재한 움직임을 경유하여 과거와 현재를 가로지른다. 개인전 “임진가와”(시청각, 서울, 2017), “시간의 기술”(아르코 미술관, 서울, 2015)과 그룹전 “역사를 몸으로 쓰다”(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7), “유명한 무명”(국제갤러리, 서울, 2016), “모든 세계의 미래 All the World’s Future”(베니스비엔날레, 베니스, 2015), “Nouvelle Vague”(팔레드도쿄, 파리, 2015) 등이 있으며, <궤도 연구>(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18), <가변 크기>(Festival Bo:m, 2013), <이태리의 정원>(Festival Bo:m,2012) 등의 퍼포먼스를 제작했다.
정은영 siren eun young jung
작품소개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A Performing by Flash, Afterimage, Velocity and Noise)>은 정은영이 지난 10여 년간 지속해온 <여성국극 프로젝트(2008~)>의 연장선상에서 여성국극 장르의 내부 서사에 대한 존중과 그것이 존재했던 당대적 시공간의 분석을 넘어, 현대의 퀴어 공연 예술가들의 실천으로 상호전승하고 확장하는 ‘불가능한’ 계보학을 상상한다.
<여성국극 프로젝트>는 해방 이후 근대국가의 욕망 속에서 태동하고 쇠퇴한 ‘여성국극’이라는 특수한 장르의 공연을 분석하면서, ‘성별 관념’과 ‘전통/역사의식’에 드리운 억압에 가까운 통념을 비판적으로 해체하고자 한 일종의 민족지 연구로서의 예술 프로젝트이다. 여성국극의 가장 특수한 양식적 독자성은 여성이 남성을 연기한다는 것이다. 여성국극 남역배우들이 재현하는 ‘남성’은 언뜻 사회적 통념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전형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떤 ‘남성성’으로도 포획되지 않는 독자적인 성별이기도 하다. 이들의 무대는 성별이라는 개념에 대한 고정관념, 즉, 신체와 정신, 그리고 성적지향이나 행위 표현들이 매우 안정적이며 정상적으로 통합될 수 있다는 관념을 흔들어 도발한다.
여성국극 2세대 남역 배우이자 판소리 흥보가 부문의 무형문화재이기도 한 이등우(이옥천)는 생존하는 가장 탁월한 여성국극 남역 배우이다. 이등우는 1960년대 여성국극계에 진입해 극단을 운영하기도 하는 등 여성국극 배우로서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여성국극의 쇠락과 함께 전통 음악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등우의 연행과 그로인해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전통과 현대성 모두로부터 환대받지 못한 채 잊혀진 ‘여성국극’의 역설적인 현전이다. 사라진 무대와 텅빈 아카이브, 그리고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회상과 한숨으로만 남은 이 역사는 어떻게 다시, ‘역사’가 될 수 있을까?
트랜스젠더로서 경험하는 몸의 불협과 분절의 감각을 음악적 형식으로 적극 개입시키는 전자음악가 키라라의 무대와 음악, 남성 중심적이고 성별화된 연극계에 늘 독자적이고 위반적인 캐릭터를 제공해온 레즈비언 배우 이리,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의 연출가이자 배우로 매우 예외적인 행위미학을 만들어온 중증장애인 서지원, 페미니스트-퀴어 접점으로서의 드랙문화와 커뮤니티를 마련하고자 분투해온 드랙킹 아장맨, 이들의 실천은 언제나 안정적 장르공연을 탈주하는 형식적 도전과 자신의 신체경험이 견인하는 불편하고 이상한 몸의 변칙적 수행 사이를 진동하며, 거의 사라질뻔한 여성국극의 역사를 ‘퀴어공연’이라는 맥락으로 다시 소환한다.
퍼포먼스 아트는 오랫동안 신체에 요구되는 안정적 통합성과 정상성의 관념을 미학적이고 정치적인 차원에서 재차 거절하고 문제화해 왔다. 여성국극이 고수해 온 한국 판소리 전통의 근간인 ‘구음전수(Oral transmission)’라는 존재론적 원칙은, 이 작업에서 보다 신체적이고 수행적인 차원으로 그 의미를 확장한다. 그리고 움직이는 몸들 사이를 흐르거나 멈추거나 유예하거나 중첩함으로써 퀴어한 몸들의 상호적 전수(inter-body transmission)의 방법론으로 이동을 시도한다. 따라서 이 작업은 ‘퀴어링(queering)’으로서의 공연(performing)을 감각하는 순간들을 직조해 예술실천에서의 ‘퀴어적 전회(queer turn)’를 반복적으로 환기하려는 노력인 동시에 공적 역사가 배제한 이들의 서사를 다시 소환하는 ‘페미니스트-퀴어’ 방법론을 통한 정치적 미학을 질문하고자 한다.
본 작품은 KADIST의 아시아 지역 프로그램 및 전시 Frequencies of Tradition의 일환으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과 공동 커미션 된 작품입니다.
작가소개
정은영은 1974년 인천에서 출생하여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활동한다. 이화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 그리고 영국 리즈대학교 대학원에서 시각예술과 페미니즘을 공부했다. 이름 모를 개개인들의 들끓는 열망이 어떻게 사건들과 만나게 되는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저항 혹은 역사와 정치가 되는지를 다룬다. 작가는 여성주의적 미술언어 확장을 도모하는 미술실천을 목표로 2008년부터 10여년간 ‘여성국극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1950년대 식민 직후, 해방공간에서 출현하여 군부 독재시절 점차 사라져간 여성 국극 공연에 출현한 생존 남역 배우들의 무대 안팎을 추적하면서 성별관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전통과 역사의 구성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공연,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선보였다. 아시아퍼시픽 트리엔날레(2015), 광주 비엔날레(2016), 타이페이 비엔날레(2017), 상하이 비엔날레(2018), 도쿄 공연예술 회의 TPAM(2018), 세렌디피티 아트 페스티벌(2018)등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2013년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2015년 신도리코 미술상,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제인 진 카이젠 Jane Jin Kaisen
작품소개
2019년 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 소개된 신작이자 귀국전 작품인 <이별의 공동체>는 버려진 바리 공주에 대한 고대 무속설화로부터 기원하는 한국의 여성 무속을 시공간을 관통하는 기억과 상호 인식의 윤리 및 미학으로서 채택하여, 그로부터 새로운 번역과 예술적 시도를 드러내고, 경계(boarder)에 대한 다른 접근들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구전에 뿌리를 두고 무속인들에 의해 전승되는 바리 신화, 즉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바리 이야기는 주로 효도에 관한 설화로 읽힌다. 하지만 <이별의 공동체>에서 작가는 이 신화를 젠더적 금기에 도전하는 이야기, 즉 분열의 논리를 초월하나, 그 중심에는 타자화와 상실의 경험이 있음을 말한다. 신화에 따르면, 바리는 죽은 자들을 되살리는 역할을 한 후 공동체에 다시 받아들여지는데, 그 대가로 왕국의 절반을 하사받는다. 하지만 바리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즉 인간이 구상한 경계의 논리를 따르기를 거부한다. 대신, 원형적 무당이자 여신이 되어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매개자가 되기로 한다. 바로 이것이 바리 설화가 여성에 대한 여타의 한국 설화들로부터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별의 공동체>는 작가가 2011년부터 시작한 한국 무속에 대한 장기간의 리서치와, 전쟁과 분열로 인해 고통받은 공통체 문제에 대한 오랜 관찰과 참여로 완성된 것이다. 작품은 제주도, 비무장지대(DMZ), 북한, 남한, 카자흐스탄, 일본, 중국, 미국, 독일 등지에서 촬영한 이미지와 더불어, 바리의 다중적 죽음을 무속 의례, 자연과 도시풍경, 아카이브 자료, 항공 영상, 시, 보이스오버, 사운드 스케이프를 통해 우회적으로 다루며 다규모적, 비선형적, 다층위적 몽타주로 완성해낸다.
작가는 상호주관적임과 동시에 자신에게는 지극히도 개인적인 바리 설화를 버려진 자의 설화에서 다층적 목소리들로부터 이주, 주변화, 극복과 관련된 젠더화된 이야기로 다루어낸다. 무속 제례에서, 무속인은 중재자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버리고, 생사의 결집을 끌어모으며, 여러 영혼의 증인이 된다. 이와 유사하게, <이별의 공동체>는 버려진 자들에 대한 공유된 감정 속에서 형성되었다. 1948년 한국의 제주 4.3 학살의 생존자이기도 한 무속인 고순안의 무속의식과 굿노래는 작품 안에서 순환하는 리듬이 되고, 버려짐이나 죽음을 위로하는 제례 속에서 가장 고조된다. 작품은 또한 스웨덴 시인 마라 리(Mara Lee)와 <이별의 공동체>라는 제목에 영감을 준 김혜순의 “여성, 시하다”라는 시적 작업 안에 반영이 되어있는 설화에 대한 지점 또한 담아내고 있다. 나아가 식민주의, 모더니티, 그리고 전쟁에 따른 성차별이 미완의 역사 속에서 지속되고 머물면서 어떻게 급진적인 단절과 타자화의 기제를 낳았는지 남한과 북한의 여성, 이주민 여성들의 다양한 서사들 속에서 성찰해낸다.
삶과 죽음, 그리고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간으로 고취된 <이별의 공동체>는 해소, 소생, 그리고 되기(becoming)라는 과정을 통해 실현된다. 무속적 수행, 영화 매체 본연의 방법에 의해 채워진 이 작업은 지식과 존재의 시공간적 경계들이나 위계를 논쟁하고 이를 확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며, 이렇게 함으로써 자연과 다른 생명체와의 관계를 포함하여, 타자에 대한 사유와 그 존재함에 관계하는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
작가소개
제인 진 카이젠은 1980년 한국의 제주도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되었다. 현재는 베를린과 코펜하겐을 오가며 거주한다. 기억, 이주, 젠더 등의 주제를 이미지, 사운드, 목소리, 체현의 비선형 몽타주나 스토리텔링의 기법으로 필름, 영상 설치, 사진, 퍼포먼스 등의 매체를 통해 논한다. 최근 참여 전시로는 “2 or 3 Tigers”(세계문화의 집, 베를린, 2017), 제68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Decolonizing Appearance”(CAMP, 코펜하겐, 2018), “아시아 디바: 진심을 그대에게”(북서울미술관, 서울, 2017), “아트 스펙트럼 2016”(리움 삼성미술관, 서울, 2016), “신화와 근대, 비껴서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15-2017) 등이 있다. 몬타나 엔터프라이즈(Kunstallen Brandts, 덴마크)를 수상하였으며, 리버풀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제주 비엔날레 등에 참여하였다. 카이젠은 UCLA에서 MFA를, 덴마크 로열 아카데미 오브 파인 아트(The Royal Danish Academy of Fine Arts)에서 MA를 취득하였고 휘트니 미술관의 인디펜던트 스터디 프로그램(Independent Study Program)에 참여한 바 있다.
예술감독: 김현진
코디네이터: 한지희
기술감독: 김경호
시노그라피: 이수성
그래픽디자이너: 이동영
귀국전 전시 협력: 채병훈, 이상미(아르코미술관)
주관: 제 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추진단
주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온라인 사전예약: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350927/items/3411810?preview=0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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