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175
2015년 9월 9일 ~ 2015년 9월 20일
이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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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의 죽음이나 종말 같은 종언들을 과거의 텍스트들에서 읽는다. 죽음은 새로운 탄생을 야기한다. 그런데 우리는 모더니즘의 종말을 배움과 동시에 포스트모더니즘이 죽는 과정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죽었던 회화의 부활과 복귀에 관한 기획전시와 비평 등의 소식도 함께 접한다. 회화의 죽음을 현장에서 체험하지 않은 세대는 회화의 부활이나 복귀도 체감하기 어렵다. 새롭고 낡은 동시대 미술이 요구하는 실험성에 평면 회화의 전통적인 재현 방식이 무언가 부족함을 느낄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2차원 평면 위에서 실험은 멈추지 않는다.
회화의 자리를 노리는 뉴미디어들은 계속해서 등장하고 서로 뒤섞이는 일의 심화도 여전히진행 중이다. 그러나 뉴미디어 작업과 새로운 재료들로 제작한 미술들도 그 실험성의 유효기간이 이미 지났다. 새롭지 않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흐름들에 작가의 작업들은 우겨넣어 설명된다. 웹상에서 부유하는 이미지들의 전유도 그 정보의 양만큼이나 넘쳐흘러 이제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연결고리> 전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지점에 있다. 앞의 종언들과 상관없이 평면 위에서 대상들을 재현/비재현하려 고민하고 실험하고 변화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새롭고 혁신적이길 희망하는 현대미술의 실험성을 쫓는 것만큼 이 과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회화는 예술가의 원초적 욕망의 실현과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계속해서 드러낸다. 각자의 조형언어에 대한 실험은 관객에게 미적 반응을 이끌어 내기위한 고민과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 참여작가 김서율, 이영은, 한성우는 재현하는 대상도 방식도 서로 다르다. 비가시적인 대상의 재현이라는 느슨한 공통점은 작품 외형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전시 제목인 《연결고리》는 회화라는 장르를 통한 작가적 태도의 공유나 작품 형식의 공통적 특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재현방식과 태도의 변화과정이 흥미롭게도 순환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영은은 ‘신체없는 옷’을 통해 표면적 인간관계를 가시화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익명의 대상들이 만나는 ‘장소’로 재현의 무게를 옮겨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성우는 ‘장소’와 사물에 남아있는 시간의 흔적과 감각들을 재현한다. 작가에게 남아있는 감각들의 원본인 장소는 사라진다. 감각의 형상들만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김서율은 신경증처럼 어딘가에 남아있는 감각들을 연출된 풍경 속에 재현해왔다. 포착된 감각들이 떠돌던 화면은 이제 구체적 대상화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표면적 인간관계, 시공간의 흔적과 기억, 신경증적 감각과 같은 대상들은 재현/비재현의 과정을 통해 화면 위에 구성된다. 이미지들은 기호로 드러나거나 기호이길 포기하고 비재현적인 흔적에서 표현과 형식으로 드러난다. 관객은 세 작가의 작업 변화에서 드러나는 서로 크고 작은 공통점과 차이점들을 관찰한다. 전시는 각자의 작업과 활동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변화 과정의 연결고리로서 작품들을 제시한다. / 채영 (미술이론. 전시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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