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2022년 4월 23일 ~ 2022년 5월 20일
예.기.법은 ‘예술가의 기록법’을 의미한다. 우리 시대의 예술가는 현실을 재현하기보다는 (그저)기록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굳이 ‘예기법’이라고 줄여 말한 것은 ‘예기’가 주는 뉘앙스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예기豫期’란 ‘미리 생각하고 기다린다’는 행위를 함축하는 단어로 현재로 비집고 들어온 미래를 함축한다.
김명규는 즉흥적이고 혼종적인 방식으로 정적인 것들을 활성화한다. 그의 작업 앞에서 관객은 관조가 아니라 탐색을 펼쳐야 한다. 회화와 사진, 영상과 사운드들이 뒤섞이는 김명규의 작업은 있었던 사건의 재현이 아니라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단수민의 회화는 멀리서 보면 분명 ‘무언가’를 보여주지만 그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무언가’는 잘 안보이거나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기대를 불러일으키지만 그 기대를 결코 충족시켜주지는 않는 것이 단수민의 회화다. 아마도 그의 회화를 보는 가장 적절한 위치는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어중간한’ 자리일 것이다. 물론 그 자리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재민의 뿌옇고 흐릿한 실크스크린-고스트이미지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들, 없는 것 같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어떤 것들을 상기시킨다. 그런 까닭에 그의 작업은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유동하는 우리 마음의 구조를 몹시 닮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홍지석(미술비평가, 단국대 연구교수)
참여작가: 김명규, 단수민, 단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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