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2020년 12월 29일 ~ 2021년 1월 21일
2020년을 보내며 올해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의 마지막 기획전 ‘오래된 극장 2020’이 문을 엽니다. ‘오래된 극장’은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 영화사적 평가와는 별도로 영화팬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진 추억의 명화들과 재회하는 장입니다. 올해에도 20편의 낯익은 영화들이 다정한 연례 인사처럼 관객들을 찾아옵니다.
이번 ‘오래된 극장’도 세 가지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먼저 ‘젊은 윌리엄 와일러’에서는 윌리엄 와일러의 초기 명작들을 만납니다. 전설적인 흥행작이며 한동안 할리우드 그 자체와 동일시되었던 <벤허>와 <로마의 휴일>만으로 와일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의 영화들이 지닌 풍성한 가치를 간과하기 쉽습니다. 와일러는 고전기 할리우드가 이를 수 있었던 영화적 서사의 정점을 보여 준 위대한 장인이었을 뿐 아니라, 화면의 공간적 구성과 피사체 배열 방식에서 심원하고 광대한 표현 능력을 발굴한 뛰어난 예술가이기도 했습니다. 누구보다 와일러를 열렬히 찬미한 앙드레 바쟁은 <작은 여우들>과 <우리 생애 최고의 해>의 심도 화면들을 하나의 전범으로 추켜세웁니다. 할리우드 선배 감독들 중에서도 특히 와일러를 깊이 사숙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우리 생애 최고의 해>를 30년 동안 매해 한 번씩 관람했다고 술회합니다. <우리 생애 최고의 해>의 팬들은 무척 광범한데, 저 까탈스러운 장 뤽 고다르도 이 영화를 “고전기의 뛰어난 장인들이 한데 모여 만들어 낸 우아하고 아름다운 영화”라고 상찬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상영되는 젊은 와일러의 여섯 작품은 이른바 할리우드 클래식의 진정한 기품과 조화미를 보여 주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입니다.
‘갇힌 여인’ 부문은 물리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감금된 여인이라는 모티브에서 출발해 걸출한 영화적 성취에 이른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별다른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유명한 이 작품들이 오늘에도 끊임없이 소환되어 재상영되고 리메이크되는 것은 아마도 이 영화들에 함축된 성 정치학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이 영화들은 단순한 소재로서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화두로서 ‘갇힌 여인’의 문제를 다시 보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부문에서 소개되는 여섯 영화는 성 정치학의 관점에서든 미학적 성취의 관점에서든 재회의 보람을 찾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사랑한 시인들’은 시인이 주인공(실존 여부와는 무관합니다)일 뿐 아니라, 시적 감흥 자체가 영화의 주된 모티브가 되는 영화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역시 너무도 이름난 영화들이며, 언제라도 재회의 기쁨을 안겨 주는 영화들입니다. 특히 세르게이 파라자노프의 <석류의 빛깔>을 이번에는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18세기 아르메니아 음유 시인 사야트 노바의 일대기를 느슨하게 재구성한 이 수일한 영화는 시인에 관해 말하는 영화가 아니라 영화 전체가 하나의 시가 된 진귀한 작품입니다.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는 행위조차 조금 무거워진 힘겨운 날들이지만, ‘오래된 극장 2020’에서 작은 위안과 평온의 시간을 가져 보시길 청합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문영
상영작
젊은 윌리엄 와일러
공작부인(1936)
이 세 사람(1936)
제저벨(1938)
편지(1940)
작은 여우들(1941)
우리 생애 최고의 해(1946)
갇힌 여인
레베카(1940, 알프레드 히치콕)
가스등(1944, 조지 큐커)
포획(1949, 막스 오퓔스)
블루 벨벳(1986, 데이비드 린치)
피아노(1993, 제인 캠피온)
갇힌 여인(2000, 샹탈 아커만)
영화가 사랑한 시인들
오르페(1950, 장 콕토)
호프만의 이야기(1951, 마이클 파웰 & 에머릭 프레스버거)
닥터 지바고(1965, 데이비드 린)
석류의 빛깔(1969,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일 포스티노(1994, 마이클 레드포드)
토탈 이클립스(1995, 아그네츠카 홀란드)
평범한 연인들(2005, 필립 가렐)
패터슨(2016, 짐 자무시)
출처: 영화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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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료 일반 7,000원 유료회원, 청소년(대학생 포함) 5,000원 우대(조조, 경로 등)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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